남아시아의 작은 나라 브루나이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입헌군주국이다. 왕이 나라를 다스린다는 얘기다. 브루나이의 공식 국호는 브루나이 다루살람(Brunei Darussalam). 다루살람은 브루나이 말로 ‘평화’라는 뜻이다. 넉넉함과 평안함을 듬뿍 느낄 수 있는 ‘킹덤 투어’를 소개한다.보르네오 섬 서편에 자리잡고 있는 브루나이는 총면적이 5770㎢로 제주도의 약 3배에 달하는 소국이다. 자동차로 2시간이면 국토를 종단할 수 있다. 인구는 약 35만명, 인구성장률도 2~3%에 불과하다. 말레이계가 67%, 화교가 15%, 기타 외국인들과 토속인종들이 각각 12%, 6%를 차지하고 있다.브루나이는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2만3000달러인 부자나라다. 우리나라는 1만4162달러(2004년 말 기준). 브루나이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해 부를 축적했다. 도시 전체가 황금색으로 뒤덮여 있다. 야간에 브루나이행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리면 수도인 반다르세리베가완 시내는 하나의 거대한 황금도시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브루나이는 지난해까지 3무(無) 정책을 펴왔다. 세금 교육비 의료비가 없었다. 올해부터 의료비 부문에 변화가 생겼다. 모든 의료 행위에 대해 1달러(700원)를 내도록 했다. 큰 수술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국가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을 책임진다. 외국인들을 위한 국제학교(International School)는 학기당 1200달러(84만원)를 내야 하지만 공립학교는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 최근 들어 브루나이 정부는 교육에 대한 재정 지출을 더욱 확대하고 공립학교 내 교사들을 영국인들로 교체해 선진 교육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국제학교보다 공립학교의 선호도가 높다.브루나이는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각축장이다. 기름값이 싼 데다 세금도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집집마다 보통 2~3대의 차를 보유하고 있다. 반다르세리베가완 시내를 둘러보면 최고급 세단부터 초소형 자동차까지 다양한 자동차들을 만날 수 있다. 집집마다 자동차가 있다보니 택시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은 발달하지 못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외에는 별다른 수출품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생산시설도 없다. 그러다보니 브루나이 사람들은 소매업과 어업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짐은 곧 국가다’라는 프랑스 루이14세의 말이 지금도 통하는 나라가 브루나이다. 국가의 모든 시설물이 술탄 하지 하사날 볼키아 국왕의 소유다. 엄청난 오일달러를 벌어들인 볼키아 국왕은 세계 10대 부자 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가 추정한 그의 재산은 200억달러(20조원). 오일달러를 벌어들여 부를 이룩한 볼키아 국왕에 대한 브루나이 국민들의 충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브루나이는 관광자원 개발에 있어서 초보 수준이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양스포츠 시설 하나 제대로 없다. 볼거리는 이슬람 사원과 볼키아 국왕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볼키아 국왕 박물관은 브루나이공항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있다. 이곳에는 제29대 술탄인 볼키아 국왕과 관련된 각종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볼키아 국왕의 즉위식에 사용된 황금색 마차를 볼 수 있는데 그 웅장함에 넋이 나갈 정도다. 박물관에는 볼키아 국왕의 어릴 적 모습과 성장 과정, 왕의 계승 등이 시간대별로 전시돼 있으며 황금색으로 치장한 왕좌는 화려함 그 자체다. 건물을 둘러보면 노태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물한 고려청자 등이 전시돼 있다. 브루나이 최대 명절인 볼키아 국왕의 생일에는 온 나라가 축제에 빠져든다. 일반인들이 국왕을 만날 수 있는 기간은 라마단(금식기도)이 끝난 이후 단 3일 간 뿐이다. 이 기간에는 왕궁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된다. 모든 국민들은 왕궁으로 몰려가 볼키아 국왕과 왕비를 만나 선정에 감사드리는 의식을 치르는 게 이 나라의 전통이다. 볼키아 국왕이 사는 루를 이스만 팰리스는 세계 최대 규모다. 방 개수만 1788개로 왕궁을 금색으로 칠해 멀리서도 웅장함과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 볼키아 국왕은 자동차 수집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현재 보유한 최고급 롤스로이스 자동차만 150여 대다. 실제로 브루나이에서는 볼키아 국왕이 최고급 자동차를 손수 운전하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공항에서 시내로 내달리다보면 비취색의 대리석에 황금으로 치장한 웅장한 이슬람 사원을 만난다. 자미 아스리 모스크로 볼키아 국왕이 자신의 즉위를 기념해 건립한 사원이다. 건설비가 5조원 정도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브루나이는 이슬람 계율을 철저히 따르는 국가다. 곳곳에 웅장한 이슬람 사원들이 건립돼 있으며 나라의 모든 정책이 강력한 이슬람 규율에 맞춰져 있다. 이곳에서는 철저한 금욕 생활을 요구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브루나이는 볼키아 국왕이 취임하면서 1991년부터 나라 전체에 금주령을 내렸다. 어느 곳에서도 술을 판매하지 않으며 내국인들이 술을 마시면 종교재판을 받는다. 외국인은 입국할 때 술 2병, 맥주 캔 12개 이하를 들여올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개 장소에서 마시는 것은 금지되고 있다. 매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사원의 스피커에서 코란의 한 구절이 흘러나오고 매주 금요일에는 이슬람 사원에 나가 예배를 드린다. 브루나이 시내에서 차로 5분여를 달리면 거대한 수상가옥들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 이곳은 말레이시아나 필리핀 불법 난민들이 이주해오면서 형성됐는데 겉모습과는 달리 실제로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느 가정집 같다. 수상가옥으로 가기 위해서는 ‘탐방(Tambang)’을 이용해야 한다. 탐방은 일종의 수상택시로 목적지와 탑승 인원에 따라 금액이 천차만별이다.수상가옥은 브루나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수상가옥은 웰빙을 추구하기 위한 최적의 주거공간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집 아래에는 물이 흐르고 강 바람이 집안 곳곳에 들어오다 보니 내륙과 섭씨 10도 이상 기온차가 난다. 브루나이 정부에서 아무리 내륙에다 집을 지어 무상으로 제공해도 이들이 수상가옥을 고집하는 이유다. 비록 수상가옥이라고 하지만 엄연히 소유권이 부여된다. 강에는 특별한 소유권이 없지만 일단 말뚝을 박고 그 위에 집을 지으면 그 때부터 소유권이 성립된다.사테(Shate)라는 음식은 브루나이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이다. 닭 꼬치에 카레로 양념해 땅콩소스를 찍어먹는 것으로 이곳 최고의 음식이다. 일반인들은 멸치와 야채, 밥 등을 볶아서 먹는 ‘나시르맥’과 양념간장에 면을 볶아서 먹는 ‘미고랭’을 보편적으로 즐긴다. 나시르맥은 한국의 볶음밥과 비슷하다. 미고랭은 짠 맛이 강하고 독특한 향신료가 가미돼 있어 우리가 먹기에 쉽지 않다. 브루나이 여행의 백미는 엠파이어호텔과 컨트리클럽이다. 이들은 브루나이 정부가 가장 자랑하는 시설들이기도 하다. 엠파이어호텔은 전 세계에 단 2곳밖에 없는 7성급 호텔이다. 나머지 한 곳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버즈알아랍.엠파이어호텔은 경관과 내부 시설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남지나해를 바라보고 있는 엠파이어호텔은 연면적이 180만㎡에 달한다. 스위트 룸과 빌라 등 총 423개의 방이 모두 바다가 보이도록 설계됐다. 해질녘 노을은 엠파이어호텔을 거대한 황금성으로 바꿔놓는다. 노을이 황금 빛깔과 부딪치면서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호텔에는 극장, 리셉션장,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수영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마련돼 있다. 호텔에는 해수욕장과 수영장이 따로 만들어져 있는데 바닥에 모래를 깔고 해변처럼 조성한 수영장이 눈길을 끈다. 내부는 온통 황금색이다. 5층 규모로 서 있는 거대한 대리석 기둥은 이슬람 전통 건축 양식을 연상케 한다. 바닥은 각양각색의 대리석으로 꾸몄다. 각종 가구들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수제로 제작된 명품들이다. 각종 식 기구들은 은으로 만들었다. 엠파이어호텔의 객실료는 33만원부터 시작된다. 수영장이 딸려 있는 빌라는 하루 객실료가 173만~269만원이다. 이 호텔에서 가장 비싼 객실은 엠퍼러(Emperor) 스위트로 하루 숙박료가 1540만원이다. 675㎡로 객실 내 50m짜리 수영장과 최신 기포식 욕조, DVD영화관 등이 마련돼 있다. 호텔 바로 옆에 조성된 엠파이어 컨트리클럽은 세계 100대 골프 코스의 하나로 골프 황제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해변과 연결돼 있는 링크스 코스다. 각 홀마다 특성에 맞게 업 힐과 다운 힐이 적절히 안배돼 골프의 재미를 한층 높여준다. 이곳의 대표적인 홀은 파5의 15번홀. 바다를 끼고 있는 이 홀은 남지나해의 백사장이 천연 벙커 역할을 해준다. 바다를 끼고 라운딩 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15번홀에서 일몰을 바라보며 치는 티샷은 가히 환상적이다. 엠파이어 컨트리클럽에는 캐디가 없다. 클럽카인 버기를 손수 운전해 페어웨이를 돌아다니는 게 특징이다. 호텔 투숙객의 경우 요금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18홀 기준으로 8만원이고 금요일부터 일요일은 10만5000원이다. 호텔 투숙객이 아닌 경우에는 10만~14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이 골프장에선 야간 라운딩도 가능하다. 로열 브루나이 골프 컨트리클럽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브루나이 유일의 놀이공원인 제루동 파크 안에 마련된 로열 브루나이 골프 컨트리클럽은 원래 볼키아 국왕 전용 코스였다. 이 골프장은 경기도 용인의 아시아나 컨트리 클럽을 설계한 세계적 조경 설계가 로널드 프림이 설계한 골프장으로 정글에서 라운딩 하는 것이 특징이다. 라운딩 중간에 원숭이들이 볼을 가져가는 일도 종종 생긴다. 세계 100대 골프 코스로 2000년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고촉통 싱가포르 총리가 코스에 매료돼 새벽 2시까지 골프를 즐겼다는 일화도 있다. 정글 속에 조성해 언덕이 많고 페어웨이가 좁은 데다 곳곳에 벙커와 연못이 도사리고 있어 까다롭다는 평가다.엠파이어호텔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제루동 거리는 브루나이 최대 번화가다. 번화한 브루나이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유일한 한국식당도 이곳에 있다. ☞ 부르나이 여행 Ti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