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뮤지컬 ‘피핀’ 충무로 아트홀서 공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피핀(Pippin)’이 화제를 낳고 있다. 1월15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섹시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면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피핀은 ‘브로드웨이의 천재’라는 별명을 얻었던 밥 포시(Bob Fosse,1927~1987)가 1972년 탄생시킨 작품. 포시는 ‘시카고’ ‘키스 미 케이트’ ‘올 댓 재즈’ ‘카바레’ 등을 만든 거장으로 작품마다 ‘포시 스타일’이라는 특유의 앙상블 안무를 선보인다. 피핀도 예외가 아니다. 관능적인 춤을 추는 ‘앙상블’은 주인공보다 더 돋보인다. 피핀에서 앙상블은 제2의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뮤지컬 피핀에는 순수와 원초적인 섹시함이 공존한다. 순수함을 간직한 ‘피핀’이라는 청년과 관능적인 섹시함으로 무대를 주름잡는 16명의 ‘제2주인공들’이 앙상블을 이루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은 서기 780년 서유럽 프랑크 왕국을 무대로 한다. 주인공 피핀 왕자는 호전적인 찰스 대제의 대를 이을 큰 아들. 그러나 피핀은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문제아다. 그는 전쟁의 살육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섹스와 마약에 탐닉하고 동성애에까지 빠져보기도 한다. 종국에는 혁명을 일으키고 아버지 찰스 대제를 살해한다. 하지만 그가 깨닫게 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진실이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평범한 삶이 특별하다는 것.’피핀이 경험하는 다양한 삶의 여정들을 표현하는 장치로는 사회자 역할의 ‘리딩 플레이어’가 있다. 포시 스타일을 모르고 간 관객은 생경하게 느낄 수 있다. 리딩 플레이어는 극 중간 중간에 나타나 흐름을 맺고 끊는 역할을 한다. 관객을 위한 해설자가 되기도 하고 극 안에서 등장인물의 심리를 조정하기도 한다. 일례로 뮤지컬이 서서히 위기에 다다를 무렵 피핀은 자신의 친아버지인 찰스 대제를 살해하고 혁명을 일으켜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피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왕이라는 역할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아버지를 다시 살려달라고 절규한다. 분위기는 자못 진지해진다. 그때 리딩 플레이어가 나타나 ‘그래. 그럼 다시 살려 놓지 뭐’라는 식으로 찰스 대제를 부활시킨다. 관객이 극에 몰입할 틈을 주지 않는 것.피핀은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타이틀 롤인 피핀 역으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국군 위생병으로 열연한 서재경과 떠오르는 뮤지컬 스타 최성원이 더블 캐스팅됐다. 또 춤을 뛰어나게 잘 춰야만 하는 리딩 플레이어엔 뮤지컬계의 춤꾼 임춘길이, 피핀의 할머니인 버사 역에는 오랜만에 컴백한 윤복희, 피핀의 계모 역에는 김선경이 활약한다. (02)501-7888©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