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국민은행 PB팀장의 새해 포트폴리오 훈수
중소기업을 운영해 30억원 대의 재산을 모은 김종율씨(58)는 부동산 위주로 돈을 굴려 온 전형적인 한국형 투자자다. 자산의 70%에 달하는 20억원을 아파트와 상가 등에 투자해 온 부동산 신봉자였다. 지금까지 수익률도 좋았다. 부동산을 제외한 재산(10억원)의 대부분(8억원)은 은행에 정기예금으로 넣어뒀고 나머지 2억원 정도는 MMF에 예치해 수시 입출하면서 사용해 왔다.김씨는 주식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주위의 지인들도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부동산에 대한 믿음은 강하다. 그러나 최근 급변하는 재테크 환경 때문에 불안감을 느꼈다.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진데 이어 주가는 오름새를 타고있다. 김씨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는 조우석 국민은행 골드&와이즈 PB팀장을 찾아 상담을 받았다. 조 팀장은 1989년 대우증권을 시작으로 금융계에 첫 발을 내디뎠고 91년 장은경제연구소에서 주식 채권시장 분석을 담당했으며 이후 국민은행 청담, 강남, 역삼, 도곡지점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금융자산관리사와 국제금융역, 외환관리사, 투자상담사 등 각종 자격증도 갖고 있으며 연구소 및 일선 영업 현장에서 두루 경험을 쌓아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조 팀장은 부동산의 비중을 줄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김씨는 완강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성격인 김씨는 잘 모르는 분야인 주식시장에 처음부터 큰돈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버텼다. 조 팀장도 결국 그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대신 금융자산 가운데 일정액을 국내외 주식에 분산 투자해 보고 서서히 금융자산 비율을 높여나가라고 충고했다.조 팀장은 우선 정기예금 금리가 4% 대로 추락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제하면 실질 금리는 제로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경우 전체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낮아 주식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조 팀장은 10억원에 달하는 김씨의 금융자산에 손을 댔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안정적 자산운용을 위해 일정액은 반드시 정기예금 같은 확정금리형 상품에 넣어야 한다. 따라서 10억원의 40%인 4억원을 확정금리형 상품에 넣어두라고 충고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운용하기로 한 4억원 가운데 2억원을 정기예금에, 1억500만원을 환매채에 투자하고 수시로 찾아 써야 할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5000만원 정도를 MMF에 예치토록 했다.그는 나머지 금융자산 6억원을 실적배당 상품에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실적배당 상품은 수익률이 높지만 그만큼 변동성도 크다. 이런 변동성을 줄이면서 안정적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분산 투자가 바람직하다. 조 팀장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분산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투자자금 6억원 가운데 3억원은 국내 시장에, 나머지 3억원은 해외 시장에 분산 투자하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조 팀장은 국내 투자용 자산 3억원도 종류별로 분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펀드의 종류는 크게 성장형, 가치형, 배당형, 전략형(프로그램 매매를 주로 하는 펀드), 인덱스형(주가지수 수익률과 연동된 펀드)으로 구분되는데 조 팀장은 이 가운데 우선 배당형 펀드에 가입하라고 권했다. 배당형의 경우 배당수익률이 정기예금 금리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1년을 보유하면 정기예금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주가가 올라가면 추가 차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2006년 종합주가지수가 1400~1500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주가차익을 낼 가능성도 매우 높다.국내 펀드 가운데 또 고려해 볼만한 것은 가치형이다. 가치형은 거시 지표가 좋든 나쁘든 우량한 저평가 기업을 찾아서 투자하는 것인 만큼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 팀장은 가치형 펀드에 1억5000만원을, 배당형 펀드에 1억5000만원씩을 각각 투자하라고 권했다.해외펀드에도 3억원을 투자하도록 했는데 해외의 경우 이머징 마켓과 선진국을 절반씩 포함해야 한다고 조 팀장은 강조했다. 이머징 마켓의 경우 주가가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변동성이 높아 단기간에 큰 폭으로 주가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주가가 급등락하지는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기대수익률은 이머징 마켓에 비해 다소 낮다. 따라서 이 두 시장에 골고루 분산 투자해야 위험을 낮출 수 있다.조 팀장은 선진국 가운데 미국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워낙 크고 저축률이 매우 낮아 주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했다. 또 유럽도 EU통합이란 호재가 있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의 성장률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공급 축소 정책을 통해 10년 이상 지속된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주목하고 있는 시장인 만큼 2006년도에도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최근에 급등했지만 과거 상황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주가가 낮은 수준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이머징 마켓의 경우 인도와 동유럽 중남미에 각각 5%씩 분산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이들 지역 모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있으며, 특히 인도는 25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50%를 넘는 활력이 넘치는 나라다. 또 인도에는 영어를 구사하는 인력이 많은 데다 정보기술(IT) 관련 산업의 성장성도 높은 나라다. 브라질과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 국가도 유망하다. 브라질의 경우 룰라 대통령 취임 후 외환보유고가 늘어나고 있으며 경제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등했지만 아직도 주가수익배율(PER)이 6배 수준으로 상승 여력은 높다는 것이다.조 팀장은 그러나 중국 시장 투자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은 9%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사회주의 정책이 아직 남아 있고 상장기업 상당수는 부실기업이어서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또 금융시장도 낙후돼 있어 투자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다.그는 해외펀드 3억원 가운데 1억5000만원을 일본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고, 나머지 5000만원씩을 동유럽, 중남미, 인도에 분산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조 팀장은 또 중·장기적으로 부동산보다는 주식 시장이 더 매력적인 자산이 될 것이라며 서서히 부동산 자산 비중을 줄이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 김종률씨 포트폴리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