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우 스와치그룹코리아 사장 사업전략과 노하우

브레게(Breguet) 오메가(Omega) 론진(Longines) 라도(Rado) CK 스와치(Swatch) 등 18개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시계업체 스와치그룹. 이 그룹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브랜드 매니저’란 평가를 듣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주인공은 스와치그룹코리아의 강제우 사장(49). 강 사장에게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브랜드 매니저’란 별명을 붙여준 사람은 다름 아닌 스와치그룹의 니콜라스 하이에크 회장(81)이다. 강 사장은 브랜드 전문가이지만 돌파력이 강한 경영자로 꼽힌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스와치의 브랜드 책임자였던 강 사장이 여러 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에 ‘스와치’라는 브랜드를 성공리에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2002년 팀버랜드로 스카우트 돼 스와치그룹을 잠시 떠났을 때 하이에크 회장은 ‘스와치는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브랜드 매니저를 도둑맞았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그가 스와치그룹코리아로 영입된 것도 하이에크 회장의 구애 때문이었다고. 깐깐하기로 유명한 노 사업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강 사장을 만나 국내 명품 시계 산업의 전략과 노하우를 들어봤다.? 본사 하이에크 회장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브랜드 매니저’라는 극찬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1997년 스와치의 브랜드 관리 책임을 맡을 당시의 상황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스와치는 이미 국내에서 세 번 정도 실패한 브랜드였고 마침 IMF가 터져 달러 값이 폭등해 시계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죠. 네 번째 국내 정착을 맡았는데 당시 재 런칭해 성공할 확률은 0.1%도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임무를 맡고 스위스에 갔는데 본사에서 냉대를 하더군요.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은 세 번씩이나 브랜드 정착에 실패한 ‘돈만 까먹은 국가’라는 인식이 팽배했으니까요. 그때 저는 한국인의 자존심을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후 세밀한 브랜드별 전략을 짜 매출을 끌어올렸습니다. 2001년에는 당시 매출 122억원에 34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성과를 냈죠. 그들도 무척 놀라더군요.”? 다른 회사로 잠시 외도를 했다가 스와치그룹코리아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합니다.“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스와치를 떠나자 회사 실적이 점점 나빠졌다고 합니다. 본사 회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복직을 원하더군요. 저도 다시 돌아와 친정 같은 스와치그룹코리아를 일으켜보고 싶었습니다.” ? 실적이 나빠진 데에는 무엇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까.“20년 간 대리점 판매를 해왔던 후유증이었습니다. 저가 이미지가 고착돼 있었죠. 스와치그룹은 브레게 론진 오메가 라도 등 굵직한 명품 시계들을 소유한 명품 시계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유통 정책으로 저가 이미지가 팽배했죠. 안타까웠습니다. 2004년 4월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실시한 게 ‘명품 이미지 되돌리기’였습니다. 그래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곧바로 대형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했습니다. 직영 판매 체제로 전환, 백화점 위주로 판매 창구 일원화, 본사와 신제품 동시 출시, 해외와 동일한 라인업, 국제 수준으로 가격 거품 제거, 확실한 애프터 서비스 등을 적극 추진했죠. 그게 실효를 거둔 것입니다.”? 여타 명품 시계 회사와의 차별화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대표적인 명품 시계 회사인 ‘리치몬트’와 우리 회사는 다른 전략이 있습니다. 리치몬트는 카르티에, 보메 메르시에, IWC 등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모든 브랜드가 고가 럭셔리 제품군에 해당되죠. 반면 스와치그룹코리아의 브랜드들은 가격대별로 수직선이 그어질 정도로 천차만별입니다. 최고 7000만원까지 가격이 책정되는 수제품 시계 오메가와 브레게는 럭셔리 제품군입니다. 그리고 150만~200만원 대의 라도와 론진, 그 밑 가격인 티쏘와 CK, 중저가 스포츠시계 스와치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이죠. 브랜드별 타깃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국내 현실에 맞춰 개별 브랜드 전략을 사용합니다.” ? 국내 시계 소비 시장의 특징은 무엇입니까.“한마디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IMF 이후부터 사회 구조가 변하면서 중간계층이 사라졌습니다. 상류층과 하층으로 간격이 확실해졌죠. 그래서 초고가 시계와 중저가의 가격부담 없는 시계의 매출은 좋은 반면 100만원 대의 중가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설 곳이 없어졌습니다.” ? 브랜드별로 매출 차이가 심하겠군요.“소비 시장 양극화 현상은 매출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스와치그룹코리아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오메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스와치’가 강세인 것에 비하면 상반되는 현상이죠. 반면 가장 약한 브랜드가 100만원 전후로 가격대가 형성된 ‘라도’입니다. 중간층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 2006년 병술년 새해의 계획은 무엇입니까.“변화기에 있는 유통 부분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백화점이 유통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죠. 하지만 외국에서는 벌써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할인점, 로드숍 등 일명 ‘카테고리 킬러(양판점)’가 부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움직임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을 대변해 주는 스위스 본사 직영의 대형 전문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 2개를 서울에 열고 전체 매장 수도 18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또한 지난해 처음 실시한 디자인 공모전의 대상 작품을 올해 제품화하기로 했습니다. 스위스 본사와 해외시장 출시 가능성도 협의 중입니다. 단순히 시계를 파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뛰어넘어 ‘시간을 디자인하는 스와치그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노력할 것입니다.”강 사장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광고회사 오리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엘칸토 마케팅 부장과 스와치 브랜드 매니저를 거쳐 지난 2002년 팀버랜드 사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