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석유’ ‘수소 시대의 도래’ 등 환경 문제로 대체 에너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동차에는 가능한 한 연료 소모가 적고 유해 배출가스가 적은 구동장치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자동차용으로 사용되는 대체 에너지 중 가장 부각돼 있는 게 현재로서는 수소다. 독일의 BMW 등은 지금의 내연기관에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 엔진차를 개발, 시장에 내놓을 채비다. 또 대부분 자동차 메이커들이 수소 에너지로 전기를 발생시켜 그 힘으로 자동차를 구동하는 수소연료전지전기자동차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문제는 의욕만큼 실용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이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연료 소모를 최대한 줄이는 작업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그래서 부각되는 게 디젤 엔진과 하이브리드 엔진이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보다 연비가 30% 좋고 그만큼 유해 배기가스 배출도 적다. 또한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엔진 역시 연비가 40%(메이커측 주장) 좋고 그만큼 깨끗하다. 이들 엔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존 가솔린 엔진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연간 10만대 수준 판매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를 만들고 오존층을 파괴해 지구 온난화를 야기한다. 그 결과 2003년 프랑스에서는 폭염으로 2781명이 사망했고 2005년 여름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윌마가 미국을 강타했다. 그뿐인가. 사상 최악의 폭염과 혹서, 태풍, 홍수가 지구촌 전역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이상기온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물질이 이산화탄소다. 디젤 엔진과 하이브리드 엔진에 대한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접근방식은 각각 다르다. 유럽 업체들은 디젤 엔진 쪽에 체중을 싣고 있으며 일본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에, 미국 메이커들은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온 힘을 쏟아 붓고 있다. 환경을 바라보는 각국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지금까지는 디젤 엔진의 발전이 가장 눈부시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문화권의 미국에선 디젤 엔진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특히 이라크전쟁으로 촉발된 석유 파동과 2005년 여름 태풍으로 인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자 기름을 덜 먹는 차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고조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가 급증했다. 아직은 연간 10만대를 약간 넘는 수준이지만 친환경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등에 업고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카 붐이 조성되면서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유럽 메이커들도 최근 들어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 경쟁에 뛰어 들고 있다. 수소 엔진 개발에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BMW까지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동참했다.도요타가 시판형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출시했을 당시 BMW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는 흥미가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처럼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높아진 것은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등도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됐다는 평가다. 서구사회와 이슬람권이 반목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의문이 퍼져가고 있다는 것. 여기에 원유가의 급등과 허리케인으로 인한 미국 사회의 불안 요소도 하이브리드의 수요를 끌어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석유 가격의 급등으로 연비가 좋은 자동차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고조된 상황에서 연비 개선은 곧 배출가스 저감으로 연결되는 것이라서 필수적인 과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 나라들은 자신들의 견해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왔고 그중 최근에 주목을 끄는 것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유럽은 디젤 엔진의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고 미국은 저 배기량 차를, 일본은 가솔린 자동차의 연비를 향상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 그러던 중 전기 자동차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고 도요타와 혼다 등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연비를 30% 이상 개선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물론 아직 해결할 점이 많다. 아무리 작게 만들어도 무게 65kg이 늘어나고 200리터의 공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성인 한 사람의 무게를 싣고 다닌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혼다는 소형 모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가을에는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와 GM의 하이브리드 연합에 BMW가 동참했다. BMW는 이전부터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연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회사는 델파이와 SOFC(개체산화모형연료전지)를 보조 전원으로 이용하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등 개발영역을 단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그치지 않고 선진 내연 엔진과 전기구동과 같은 영역에서도 공동 전선을 모색하고 있다. 조기 상품화 위한 파트너십 구축 다임러크라이슬러와 GM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을 위해 제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각각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002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 디젤 하이브리드 컨셉트카를, 2003년 프랑크푸르트쇼에는 컴팩트 전기 모터와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2모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보였다. 2005 프랑크푸르트쇼에는 두 가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발표했다. 직접분사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조합한 ‘다이렉트 하이브리드’와 요소분사기술을 사용한 디젤 엔진과 전기 모터를 조합한 ‘블루테크 하이브리드’가 그것이다. 무엇보다 엔진과 트랜스미션 사이에 발전기와 모터를 일직선상으로 조합한 게 특징이다. 저속 주행에서는 전기자동차로 달리고 가속 상태에서는 엔진과 전기 모터의 토크가 합해져 큰 힘을 발휘하게 돼 있다. 한편 GM은 군용 자동차로 사용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개발해 왔다. GM은 지난 이라크전쟁에서 독특한 헤비듀티 트럭을 등장시킨 바 있다. GM과 미국 육군이 공동으로 개발한 이 군용차는 시보레 픽업트럭에 GM과 이스즈(ISUZU)가 공동 개발한 V8디젤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엔진을 사용한 이유는 역시 연비. 전쟁에서도 연비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프가니스탄 침공에서는 갤런 당 수백달러의 연료 수송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군용 개발에서 힘을 얻은 GM은 2004년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스트롱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모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 자동차(SUV)만이 아니라 GM대우에서 개발 중인 소형차에도 하이브리드 엔진을 사용할 것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 경영진은 늦어도 2007년께는 GM이 자체 제작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거리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에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점령당하지 않으면서 하루 빨리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부분이 다임러크라이슬러, GM, BMW가 2007년 하이브리드 자동차 상용화를 목표로 공동 개발을 진행하게 된 이유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들 회사 간 제휴는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각 회사마다 겉으로는 기술 제휴를 하면서도 수면 아래에서는 독자 기술 개발을 한창 벌여나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이들의 경쟁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주류로 부상할 것인가, 아니면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과도기적 니치 마켓용에 머물 것인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