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den Kiruna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인(에스키모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들의 독특한 주거공간인 이글루가 바로 그것. 딱딱하게 굳은 눈을 네모 반듯하게 잘라 만든 동그란 원형지붕의 이글루는 북극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이글루는 비록 눈으로 만들어졌지만 찬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건물 밖이 영하 수십도를 웃돌아도 안에 있으면 훈훈한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아이스호텔은 이누이트인의 이글루에서 착안해 만든 북유럽 최고의 럭셔리 호텔이다. 온통 얼음으로 만들어진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게 다소 파격적이겠지만 전 세계를 통틀어 몇 개에 불과하다는 희소성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치솟고 있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위치한 스웨덴의 북부 라플란드(Lap Land)에서 125마일 떨어져 있는 유카스야르비(Jukkasjivi)는 매년 10월이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예술가와 건축가들로 북적인다. 한햇동안 운영될 아이스호텔을 건설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몰려드는 것. 아이스호텔은 매년 색다른 모습으로 건설된다. 외관과 내부 설비 모두 매년 업그레이드 된다. 투숙객만 매년 1만4000여명 약 5000㎡ 대지 위에 4000t의 얼음과 3만t의 눈으로 짓는 아이스호텔은 단순히 북극지방의 이글루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아이스호텔은 젊은이들이 하룻밤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묵는 곳이 아니다. 비록 외관은 눈과 얼음으로 건설됐지만 내부는 전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최첨단 설비로 구성돼 있다.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예술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기 때문에 하나의 예술품에 가깝다. 아이스호텔은 스웨덴 왕실이 휴가지 ‘0순위’로 꼽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때문에 호텔 측은 1년 전에 예약을 받고 있다. 매년 4만 명이 다녀가고 투숙객만 1만4000명에 이르고 있다. 훈훈한 온기가 느껴지는 4월이 되면 아이스호텔은 문을 닫는데 해체되는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유카스야르비는 또 하나의 축제장이 된다. 스웨덴 정부는 아이스호텔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호텔을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아이스호텔은 추워지기 시작하는 매년 10월부터 얼음이 녹는 이듬해 5월까지 운영된다. 아이스호텔을 짓는 얼음은 인근 유카스야르비를 휘감고 도는 톤강(Torne River)에서 실어온다. 한 겨울 톤강의 물이 두께 1m의 얼음으로 얼어붙으면 트랙터와 삽으로 얼음을 잘라내 이듬해 10월 아이스호텔 건립에 사용한다. 수질이 좋아 톤강의 얼음은 수정처럼 맑기로 유명하다. 아이스호텔의 내부 시설은 최고급 호텔 수준을 자랑한다. 얼음으로 된 재즈바(Jazz Bar)와 교회 영화관 미술관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으며 객실은 각각 테마별로 구성돼 있다. 객실마다 얼음 조각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투숙객에게 마치 갤러리에서 하룻밤을 보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재즈바와 아이스바는 사교살롱 침대도 얼음이다. 하지만 사슴가죽으로 시트를 제작해 어떠한 추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했고 각 방마다 수면용 침낭을 비치해 놓고 있어 춥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내부 온도는 평균 섭씨 영하 4~9도 정도지만 섭씨 영하 20~30도에 이르는 바깥 온도에 비하면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재즈 바와 아이스 바(Absolut Icebar)는 투숙객들이 모이는 사교 장소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컵은 얼음으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얼음 글라스에 위스키를 따르면 바로 온더락(On the rocks:위스키 등을 물로 희석해 마시는 법)이 되는 셈이다. 이곳 아이스 바는 1994년에 세계에서 가장 멋있는 10개의 바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돔 모양의 교회에서는 가끔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 남다르게 결혼식을 치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얼음으로 된 스크린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이 호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기념품 코너에서는 아이스호텔과 관련된 DVD와 사진집, 유명 예술가들이 만든 얼음 컵 양초꽂이 등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아이스호텔 여행 상품은 1박2일과 2박3일 상품 등 두 가지가 있다. 호텔 측 관계자는 “아이스호텔의 진정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틀 이상은 투숙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스호텔에서 묵는 여행은 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 첫째 날 오후 1시가 되면 호텔 인근의 키루나공항에는 아이스호텔에 투숙하려는 관광객들이 떼 지어 나타난다. 호텔 가이드의 인솔 아래 아이스호텔에 도착하면 두툼한 겨울옷을 준다. 방한용 스웨터와 점퍼는 물론 털모자와 부츠 등을 착용한 뒤 투숙객들은 스노모빌 사파리(Snowmobile Safari)를 체험하러 간다. 투숙객들은 4시간여 동안 스노모빌(전동 눈썰매)을 타보고, 얼음낚시 등을 즐길 수 있다. 호텔에서 시작되는 저녁식사 때는 세 개의 코스별로 나눠진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 둘째 날은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 개썰매(Dogsled)를 타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첫날 도착한 키루나공항으로 이동해 훈련된 허스키종 개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호텔까지 이동한다. 썰매를 타고 가는 중간에 스웨덴 전통음식인 라프텐트(Lap Tent:구운 순록요리)를 시식하는 시간이 마련돼 있다. 야외천막 안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먹는 라프텐트는 아이스호텔 여행이 주는 색다른 맛이다. 유카스야르비를 둘러보는 시간도 있다. 톤강이 마을을 굽이도는 유카스야르비는 스웨덴어로 ‘만남의 장소’라는 뜻이다. 17세기 무렵 라프란드 사람들과 사냥꾼들이 모여 형성된 유카스야르비는 그 이름만큼 이방인을 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얼굴이 매우 밝다. 상징물처럼 돼 버린 세계에서 가장 큰 이글루를 보면서 유카스야르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순록이 끄는 썰매타고 드라이브시 외곽에 위치한 해발 900m의 키르쿠덴(kyrkudden)에서는 유카스야르비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이 마을의 상징이 돼 버린 순록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이곳 키르쿠덴에서는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고 전통놀이인 밧줄던지기도 체험할 수 있다. 밧줄던지기는 순록을 잡기 위한 이곳 주민들의 사냥 방식으로 실제로 순록을 잡지는 않고 움직이는 나무 기둥에 밧줄을 던져 옛 사냥 방식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한다. 또 무스 낙타사슴과 함께 하는 무스 사파리여행(Moose Safari) 등의 독특한 프로그램도 갖춰놓고 있다. 1607년에 지어진 유카스야르비 교회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특히 지난 1997년 순록의 뿔과 정교하게 나무를 다듬어 만든 오르간은 이 교회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오르간에서 울려 퍼지는 환상적인 화음은 스웨덴을 넘어 스칸디나비아반도 전체로 울려 퍼지는 듯하다.해외여행이 주는 묘미는 그 나라 전통 음식을 체험하는 데 있다. 물론 아이스호텔도 마찬가지다. 라프텐트가 야외에서 먹는 전통음식이라면 아이스호텔 안에서 먹는 전통음식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순록과 낙타사슴 숯 화이트피시 등을 이용한 스웨덴 정통 라프란드식 요리들이 3일 내내 제공된다. 아이스호텔 인근에 위치한 거대한 지하광산 엘코아베(LKAB)도 아이스호텔 여행의 필수코스다.아이스호텔은 스웨덴 문화와 세계 건축기술의 유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특별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지 않은 스웨덴에서는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이는 효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서는 캐나다와 중국, 오스트리아에도 스웨덴 아이스호텔과 비슷한 관광 상품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만족도는 스웨덴의 아이스호텔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 아이스 호텔 가는 길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