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근무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도 그들의 상술을 접하는 일이 적지 않다. 베이징 동북부지역에 위치한 왕징. 한국인들이 밀집해 있어 한인 타운으로 불리는 곳이다. 인근 겅민시장은 대표적 새벽 재래시장이다. 얼마 전 주말에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맛깔스러운 사과를 골랐다. 사과 10개에 16위안(1위안은 약 125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20위안짜리 지폐를 준 게 실수였다. 주인은 큰 사과를 골라 봉지에 3개 더 담아주고는 잘 가라고 했다. “거스름돈을 왜 주지 않느냐”고 했더니 귀찮다는 듯이 쳐다보며 “사과를 더 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이런 일은 재래시장에서 흔히 겪는 일이다. 일단 그들의 주머니에 들어간 돈은 빼내기 힘들다. 중국인과 거래할 때는 거스름돈을 준비할 만큼 계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중국에서 거래할 때 치밀한 계산법이 요구돼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국 랴오닝성의 단둥시 취재를 가는 길에 겪었던 일이다. 베이징에서 단둥까지 직접 가는 비행기는 없다. 선양까지 가서 차량으로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급하게 가는 출장길이라 차량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선양 공항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헤이처(黑車:개인택시)와 흥정을 시작했다. 일단 계산을 끝내고 단둥에 도착했는데 헤이처 운전사가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톨게이트 비용을 자기가 냈으니 더 달라는 것이다. 당초 흥정을 할 때는 “모든 게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톨게이트 비용은 당연히 생각지도 않은 터였다. 중국에서 거래를 할 때는 흐름을 꿰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선양의 한 한국인 기업가가 들려준 얘기도 사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중국인과의 거래에서 치밀함, 특히 계약할 때는 매우 구체적이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기업인은 지난 여름 중국인 직원들과 단합대회를 하기 위해 인근 교외의 작은 호텔 방 몇 개를 빌렸다. 그런데 도착해 보니 한결같이 에어컨이 없는 방이었다. 에어컨이 왜 없느냐고 항변했더니 돌아온 답이 더 기막혔다고 한다. “계약할 때 에어컨 있는 방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을 더 주면 에어컨 있는 방으로 옮기게 해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또 상대 중국인과 거래할 때 어정쩡한 관계로는 당하기만 한다. 단골이 그렇다. 제 딴에는 단골이 되면 싼 값에 좋은 과일을 많이 살 수 있겠거니 하고 특정 과일 과게를 자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과일가게 주인이 갈수록 가격을 올리더란다. “단골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졌지만 오히려 그 주인은 “당신이 이곳을 찾는 건 우리 과일이 좋기 때문이 아니겠소”라고 말하더란다.그렇다면 중국의 상거래에서 단골이 없을까. 이는 오해다. 중국에도 ‘창커(常客)’라는 우리의 단골을 뜻하는 말이 있다. 최근 들어선 유명 음식점들이 앞 다퉈 회원들만을 위한 식당을 열기도 한다. 단골만 상대한다는 얘기다. 어정쩡한 단골은 오히려 당하기만 할 수도 있지만 확실한 단골이 되면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다. 흥미로운 건 한국의 단골 음식점에선 단골 고객에게 공짜 서비스로 이것저것 주더라도 음식값이 그대로 이지만, 중국 음식점은 가격은 깎아주더라도 덤으로 주는 음식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중국인들이 중요한 거래를 체결할 때 보이는 태도 역시 우리 상식으로 접근하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 적지 않다. ‘이런 게 문제고 저런 게 문제’라는 식으로 꼬치꼬치 따지는 것은 중국인들이 그 거래를 꼭 원할 때 나타나는 태도다. 오히려 ‘문제가 전혀 없다. 조금만 연구해보자’ 식으로 나오면 그건 물 건너간 거래인 경우가 많다는 게 현지에서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 온 외국 기업인들의 경험담이다. 자기의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게 중국인이다. 중국인의 상술은 이처럼 우리와 사뭇 다른 점이 적지 않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우리 상식으로 막연히 이해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