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와 근대 시절 유대인들에게 부동산은 ‘계륵(鷄肋)’같은 존재였다. 종교적 사회적으로 핍박을 받아 언제 재산을 몰수당하고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금성이 더딘 부동산(不動産)을 보유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돈으로 바꿀 수 있거나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동산(動産)’, 특히 다이아몬드 같은 작고 값비싼 귀중품을 좋아하게 된 이유다.물론 유대인들이 원래부터 부동산을 멀리 한 것은 아니다. 탈무드에는 “사람은 항상 재산을 세 가지 형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유동자산(현금), 동산(귀중품) 그리고 부동산이다. 투자위험을 분산하는 안전한 포트폴리오 투자기법을 옛날부터 깨우치고 있었던 셈이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처지 때문에 ‘부동산’을 기피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 이스라엘이 독립하고 유대인들이 미국에 대거 정착하면서 ‘부동산’은 다시 유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국의 유대인들은 거의 한 세기 만에 가장 부유한 민족으로 자리잡았는데 그들의 빠른 재산 축적 뒤에는 ‘부동산’이 큰 힘이 됐다.실제 유대인 거부들은 대부분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었다. 미국의 유명 경제잡지 ‘포브스’는 매년 부자들의 재산 순위를 발표하는데 1990년대 정보기술(IT) 바람이 불기 전인 1980년대까지 여기에 포함된 유대인 자산가 상위 15명 중 절반가량인 6∼8명은 늘 부동산 사업가였다. 하얏트호텔 등 전 세계에 100개 이상의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로버트 프리츠커, 주택건설회사 카프만&브로드의 오너 엘리 브로드, 캘리포니아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브렌 등이 언제나 상위에 포진돼 있었다. 이 때문에 에드워드 샤피로라는 작가는 미국 사회의 유대인들을 ‘부동산 귀족들(real estate barons)’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이제 미국 부동산 시장은 유대인의 텃밭이 되어 버렸다. 미국에서 상업용이나 주거용 부동산이 가장 많은 뉴욕 메트로 지역의 경우 1만여 명에 달하는 부동산 개발업자 중 유대인 비율은 40%에 달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맨해튼 등 뉴욕 지역의 값비싼 대형 빌딩 소유자 중 유대인 비율이 무려 80%에 달한다는 비공식 통계까지 있다는 사실이다.미국 최대 상업용 부동산 회사인 CB리처드 엘리스의 코리아데스크인 오종섭 이사는 “정확히 몇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맨해튼의 좋은 건물들은 거의 유대인 소유라고 보면 틀림없다”고 말한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뉴욕 맨해튼에서 유대인들은 금융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유동자산)와 다이아몬드시장(동산)은 물론 부동산시장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 탈무드가 권고한 재산 구성 포트폴리오를 ‘유대인 사회’ 차원에서도 훌륭하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뉴욕에서 가장 잘 알려진 유대인 부동산 업자는 지난 2003년 4월 사망(1918년생)한 사무엘 르프레이크(Samuel LeFrak). 4대에 걸친 가족 기업을 이끌며 부를 축적한 그의 성공비결은 끈끈한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창의력’으로 요약된다. 르프레이크는 단독 주택이 주류였던 미국에 대규모 서민형 아파트를 처음으로 공급했다. 뉴욕시의 퀸스나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서민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도록 대량으로 지은 6층짜리 아파트들이다. 지금도 뉴욕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색 외벽의 아파트다. 르프레이크 가문은 이런 아파트를 지금도 뉴욕시에 5만7000가구, 뉴욕 이외의 지역에 3만가구 등 모두 8만7000가구를 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산 신도시의 아파트 가구수와 맞먹는 수준이다.특유의 창의력을 부동산시장에 접목해 성공한 또 한 명의 유대인 재벌은 윌리엄 레빗. 대도시 인근에 주택지역을 만들어 ‘근교(Suburbia)’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47년과 1951년 사이에 뉴욕주 롱아일랜드와 펜실베이니아에 수만 가구에 달하는 타운 하우스 형태의 똑같이 생긴 집을 짓고 ‘레빗 타운’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이러한 대단지를 개발하면서 ‘주택의 대량생산’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조립공장의 경우 사람들은 가만히 있고, 자동차 생산라인이 단계적으로 움직여 생산품이 조립된다. 반면 주택의 경우 생산품은 가만히 있고 사람들이 옮겨가면서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는 단순작업은 지루하지만 공장 안에서 고정된 상태에서 일하는 것보다 야외에서 움직이며 일하는 단순 작업이 훨씬 지루함을 줄여준다며 건설 산업 노동을 찬양하기도 했다.뉴욕과 뉴저지주에 340억달러 규모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맥-칼리,맨해튼의 크라이슬러 빌딩과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메서투름 빌딩을 소유해 세계 최대 부동산 업자로 통하는 제리 스파이어, 수도 워싱턴DC 최대의 부동산 재벌 소리를 듣는 찰스 스미스, 세계 최대의 쇼핑몰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아메리칸 몰을 소유하고 있는 멜빌 사이먼,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임대용 부동산의 25%를 갖고 있는 월터 쇼렌스타인, 주민 대부분이 보수적 모르몬 교도들인 유타주에서 12개 쇼핑몰을 갖고 있는 존 프라이스 등 각 지역 대표 선수들 대부분이 유대인이다. 유대인 성공 원천의 분명한 비결 중 하나가 부동산임을 잘 보여준다. ☞ 유대인의 경영스타일 : nfbc996600[머니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