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대 동아시아과 김도영 교수(49)는 올드 델리(Old Dehli)에서 뉴델리(New Dehli)로 향할 때마다 깜짝 놀란다. 한 달에 한번 꼴로 지나가는 길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황무지나 다름없던 땅에 새 건물이 속속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인도의 발전상을 한눈에 느끼고 있다. ‘핵무기를 소달구지에 싣고 가는 나라.’ 인도의 현 상황을 가장 상징적으로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인도의 첨단기술은 발달했지만 전체적인 산업시설은 노후화한 상태다. 그러나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이 불씨가 돼 도약기에 접어든 인도 경제는 지금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수년 간 인도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로 중국 다음인 세계 2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인도의 GDP는 2012년 1조달러에 육박해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근 인도의 경제성장 동력은 단연 IT로 대표되는 첨단기술 집약 산업이다. 방갈로르(Bangalore)와 하이데라바드(Hyderabad)로 대표되는 IT 산업도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뭄바이(Mumbai)와 첸나이(Chennai) 등 경제도시들도 성장세를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대도시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올 3월 인도정부가 건설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부동산 시장의 문호를 개방하면서 인도 부동산 투자의 길이 열렸다. 인도정부는 건설 분야에 대한 외국인의 100% 직접 투자를 허용한 상태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할 경우 인도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관련법도 개정할 방침이다. 인도정부는 또 최소 100에이커(12만2400여평)나 2000가구 이상의 개발사업에만 허용해 오던 외국인 투자 기준을 대폭 완화했으며 상가, 오피스 등 상업용 건물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장려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인도가 주목받는 것은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 수요가 커진 때문이다. 높은 교육열에 평균 연령층이 갈수록 젊어지는 것도 장기적으로 놓고 볼 때 긍정적인 부분이다. 현지 소식통들은 산업활동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지역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대규모 공단이 조성돼 있는 인도 북부 자이푸르(Jaipur)만 해도 1년 전보다 땅값이 2~3배 이상씩 뛰었다. 수도인 뉴델리에서 게스트하우스(장기체류시설)를 운영 중인 이정숙씨(48)는 “뉴델리에서 자이푸르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주변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뉴델리 서남쪽에 위치한 구르가운(Gurgaon)은 피델리티투자,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들이 콜 센터와 연구개발 센터를 이전하면서 부동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61년 3만7000명에 불과하던 구르가운의 인구는 지난 2001년 170만명으로 급증했다. 구르가운만 해도 1년 전에 비해 땅값이 3배나 뛰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포스코가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인도 동부 오리사(Orisa)주와 삼성, LG전자가 공장을 운영 중인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Utare-Pradesi)주에는 주택, 상업용 시설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도한국개발협력재단(IKDF) 이기홍 회장(54)은 “국내 기업들이 현지 공장을 가지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할 땅을 찾는다면 큰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늘어나는 외국 기업들의 진출에 대비해 숙박 상업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현재 인도는 경제활동 증대로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제10차 인도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인도정부는 2007년에 주택이 2270만 가구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 뉴델리 외곽 40평형 아파트의 경우 5년 전 50만~60만루피( 1150만~138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350만~400만루피(8050만~9200만원)로 값이 뛰었다. IT산업이 발달하면서 고임금의 샐러리맨과 신흥 부자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부동산컨설팅업체인 프라이머리 리얼 이스테이트 어드바이저스(Primary Real Estate Advisers)가 조사한 아시아 주요 도시별 투자수익률 보고서에 따르면 방갈로르와 첸나이, 하이데라바드 등은 상업용 건물 수익률이 연간 11.0~12.0%였다. 이는 베이징(9.6%) 홍콩(3.9%) 상하이(8.9%) 도쿄(4.0~8.0%) 등 아시아 주요도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인도 부동산 투자가 당장 황금 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도 정부가 외국 자본의 자국 내 부동산 투자 기회를 주긴 했지만 여전히 인도 투자에는 위험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투자한 돈을 자유롭게 빼올 수 없다는 게 현재로선 가장 큰 문제다. 인도정부는 지난 3월 외국인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반대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외국인들이 3년 이내에 부동산 투자수익을 해외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진행 중이던 사업을 중단할 경우 정부 내 마련된 투자촉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외국인 간 미개발지의 거래를 금지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인도정부가 투자수익 반출 금지 기간을 3년 이내로 못 박았지만 현실적으로 투자수익금을 해외로 가지고 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한다. 상황에 따라선 중국 부동산 투자와 같이 현지를 직접 방문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수익은 높은 대신 위험도도 높다. 따라서 인도 투자에 있어선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를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 펀드를 통한 공동투자나 간접투자가 대표적인 케이스. 현재 인도정부는 개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만 법인 등의 투자에 대해서는 다소 완화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 모금된 돈으로 현지 부동산을 구입해 수익을 거두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투자 물건은 대도시의 경우 오피스와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이, 시 외곽 지역에서는 고급 주택지 등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중 신흥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고급주택 사업은 수요층이 탄탄해 가장 높은 수익률이 기대된다. 다만 인도는 후 분양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또 완공 후에도 3~5년이 지나야 입주가 완료되기 때문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건은 현지 부동산개발업자(디벨로퍼)가 조성한 땅이나 브로커를 통해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물건을 구입할 때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졌는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또 주정부나 중앙정부가 보유한 땅을 경매로 낙찰받는 것도 가능하다. 경매로 낙찰받는 토지들은 대부분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KOTRA나 현지 주재원에 따르면 최근 인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투자를 모색하기 위해 인도를 찾는 국내 디벨로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밖에 사업다각화를 모색 중인 중견 건설업체들의 현지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현지에서 해외 공사를 진행 중인 대형 건설업체들은 비밀리에 조사단을 파견해 개발계획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당장 투자하기보다는 3~4년 후를 대비해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익률이 높은 초기시장을 선점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을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