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길 교보자동차보험 사장의 경영 노하우

난 2001년 교보생명이 온라인 자동차보험 사업을 하기 위해 ‘교보자동차보험’을 설립했을 때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국내 굴지의 손해보험사 관계자들은 “결코 시장점유율 1%를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교보가 자동차보험 사업을 한 경험이 없었던 데다 온라인 모델의 수익성도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보 업계에서 점유율 1% 상승은 ‘하늘의 별따기’로 통한다. 그러나 교보자동차보험은 불과 6개월 만에 점유율 1%를 달성했다. 이후에도 성장세가 이어져 현재 점유율은 4%가 넘는다.이런 성공 뒤에 신용길 교보자동차보험 사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그는 전형적인 모범생이다. 원리와 원칙을 중시하면서 조용히 책임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그는 결단을 내릴 줄 안다. 주위의 반대와 우려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지만 고객 가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하면 매서운 추진력을 보여준다. 그를 만나 사업 성공의 비결과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업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성공 요인이 무엇이라고 분석하십니까.“어느 업종이나 마찬가지지만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업체가 이익을 보는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first mover advantage)’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금융업에선 신뢰가 매우 중요한데 교보생명을 통해 쌓아 온 브랜드도 큰 힘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자동차보험에 비해 가격이 15% 저렴한 것도 성공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 하나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을 텐데요.“그렇습니다. 실제 사업 초기에 경쟁사들은 교보가 제대로 서비스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15%나 저렴하다며 흑색선전을 했습니다. 실제 고객들이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소문을 타고 ‘싼 게 비지떡’이란 얘기가 금방 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점유율에 비해 훨씬 큰 서비스 조직을 운영했습니다. 그래서 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다른 회사와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끔 유도했습니다.”▷ 서비스 조직을 키우면 원가 부담이 늘어난다는 문제가 있는데요.“사실 경쟁사들은 교보가 상황도 잘 모르면서 서비스 인력만 너무 많이 뽑는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철저하게 원가를 줄였습니다. 일례로 온라인 다이렉트 보험이란 사업 모델 때문에 우리는 영업사원이 따로 없습니다. 대신 콜센터 상담원들이 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직원들의 생산성은 다른 회사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신입사원 시절 6주 간 교육을 받는데 이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면 일차로 탈락됩니다. 또 3개월 간 현업에 배치해 계속 업무 수행 능력을 모니터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시 떨어뜨립니다. 여기서 살아남아도 1년이 지나면 또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갖춘 상담원들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객과 얼마나 진솔하게 대화하느냐까지도 철저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물론 성과에 따른 보상도 철저합니다. 아마 올해 콜센터 상담원 가운데 최초로 억대 연봉자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월등한 생산성을 유지해 영업비용을 줄이는 대신 사고 발생 시 보상만큼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다른 원가절감 노력은 없었습니까.“사업 초기에 광고비를 많이 썼습니다. TV광고도 하고 신문광고도 하면서 문의하는 고객들이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사업 후 2년이 지나자 좀처럼 광고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루 5000건 정도의 전화 상담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광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광고비를 대폭 줄이고 대신 SK주유소와 제휴해 SK 고객들에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제휴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 효과가 나타나면서 매일 4000콜(건) 정도가 추가됐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원가를 줄이되 영업력을 강화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보험에 경험이 많은 다른 회사들은 왜 이런 비즈니스를 빨리 시작하지 못했을까요.“모 대형 보험사는 교보가 절대로 점유율 1%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6개월 만에 1%를 넘겼습니다. 그러자 이 회사는 절대로 2%는 가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1년 후 우리는 2%를 넘겼습니다. 또 1년 후에는 3%도 넘어섰습니다. 이제 그 대형 회사는 우리가 성공했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소니가 온라인 자동차보험 사업을 시작했지만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던데 아마 일본 사례가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교보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 같습니다. 일본의 경우 아는 사람을 통해 보험을 가입하는 ‘연고 영업’이 대단히 활성화한 나라여서 온라인 보험이 정착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40대 이상 계층에는 연고 영업이 상당히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20, 30대 계층은 연고보다 가격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따라서 온라인 보험 시장이 빠르게 커질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요.“그렇습니다. 자동차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대부분이 온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보가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생존의 핵심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자동차의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 휴대폰으로 위치를 추적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상당히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하면서도 원가를 낮추는 것이 지속 성장을 위한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은 없습니까.“원래 자동차보험 전문회사로 영업허가를 받았는데 작년에는 종합 손해보험 회사 허가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일부 상해보험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점차 영역을 넓혀가면서 다양한 장기 상품 판매를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또 현재 전국 점유율은 4% 대지만 서울 지역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8% 대입니다. 내년쯤 서울에서 10%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생활을 좀 말씀해주시죠.“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따라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제 집사람은 저에게 ‘범생(모범생)’이라고 부릅니다. 매일 정해진 길만 다녔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전등이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살았는데 한 번은 위인전과 동화집 등 약 300권 정도의 책이 한꺼번에 학교에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당시 문교부에서 보낸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책을 매일 한 권씩 빌려다 봤습니다. 등잔불 밑에서 책을 계속 봤는데 나중에 글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떨어졌습니다. 의사가 약도 약이지만 시금치를 많이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몇 달 간 시금치를 계속 먹어댔습니다. 그 이후 시금치는 냄새조차 맡기 싫을 정도가 됐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시력이 완전히 회복됐고 지금도 1.0 이상의 시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골프장에 가면 제가 항상 잃어버린 골프공을 먼저 찾아내곤 합니다.”▷ 최고경영자를 꿈꾸는 후배 직장인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즘 우리 회사 사원들에게 그야말로 무한경쟁 시대가 됐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외국인을 채용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해 외국인을 고용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전문성이란 것은 일에 대한 열정을 가져야 얻을 수 있습니다. 자기가 맡은 일을 세계에서 제일 잘해보자, 기왕 하는 일이라면 최고가 되어 보자는 생각으로 일을 해야 노하우가 쌓이고 남들이 모르는 방법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