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Fantastic!

축가 김모씨(50)는 자동차 마니아다. 그가 가지고 있는 자동차는 총 6대로 이중 5대가 수입 자동차다. 최고급 대형 세단에서부터 스포츠세단, 컨버터블, 스포츠유틸리티, 웨건 등 다양하다. 지난해에는 미국 다지(Dodge)사의 트레일카 다코타(Dakota)까지 구입해 거의 모든 종류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뭔가 색다른 자동차는 없을까?” 그러던 김씨는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석해 마음에 쏙 드는 자동차를 발견,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독일 BMW의 수제 자동차인 알피나가 바로 그것. 외관은 비록 일반 BMW와 비슷하지만 내부는 천양지차였다. 특히 자신의 기호에 맞게 자동차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한국에 돌아온 직후 김씨는 알피나가 국내 공식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구입을 결정했다. 김씨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차’가 나올 날만을 고대하고 있다.최고급 럭셔리 ‘맞춤형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한 대에 2억~3억원을 호가하고 있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자동차를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수입자동차 시장의 폭발적인 증가는 맞춤형 자동차 시장으로선 호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수입자동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23%인 것으로 조사됐다. 굴러다니는 자동차 100대 중 3대가 수입 자동차다. 관련 업계는 서울의 시장 점유율이 전국 평균치의 두 배 이상은 될 것으로 추산한다.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일부 고소득층에는 수입 자동차가 주는 매력이 크게 반감하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일반 수입자동차들의 틈새를 최고급 맞춤형 자동차들이 잠식해가고 있다. 3000cc급 이상에선 수입차 점유율이 30%를 웃돈다. 맞춤형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손을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맞춤형 자동차는 기호에 따라 자동차를 설계할 수 있는 럭셔리 자동차다. 개성이 듬뿍 담긴 개성 만점의 자동차를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이 맞춤형 자동차를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다. 이러다보니 맞춤형 자동차는 일반 자동차에 비해 값이 비싸다. 지난해 미국 경제 매거진 포브스가 조사한 세계 최고가 자동차 순위에서 1위에서 5위까지 차종 중 카레라GT를 제외한 모든 차들이 맞춤형 자동차였다.해외에서 맞춤형 자동차는 귀족들의 자동차로 인식된다. 그만큼 희소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요층은 제한적이지만 구매력은 크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맞춤형 자동차 비중이 전체 5%에 이르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10%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시장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나마 최근 일부 수입 업체들이 수입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맞춤형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지난 10월17일 공식 선보인 ‘BMW알피나’는 판매 한 달 만에 1대를 계약했으며 연내 약 10대 정도를 판매할 계획이다. 독일 ‘알피나 부르카르드 보벤지펜 유한회사(ALPINA Burkard Bovensiepen GmbH Co.)’에서 제작되는 ‘알피나’는 꼼꼼한 독일의 장인정신과 최첨단 자동차 기술이 결합된 세계 최고 수준의 맞춤형 자동차다. 고도의 품질관리 속에서 제작하다 보니 기술자(마이스터)가 한 대 한 대를 모두 손으로 제작한다. 그러다보니 한 해 제작되는 물량이 고작 800여 대에 머물러 있다. 수입사인 저먼모터스 관계자는 “BMW알피나는 누구나 타는 자동차가 아니라 진정한 자동차 마니아를 위한 차로 명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첫 선을 보인 모델인 BMW알피나 B7은 세단이 주는 편안함과 스포츠카가 주는 다이내믹한 주행성을 모두 겸비한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다. BMW알피나 B7에는 고성능 ‘BMW 7시리즈’에 V8엔진이 탑재됐다. V8엔진은 V12엔진에 비해 150kg 가벼워 다이내믹한 주행성을 제공하고 재빠른 방향회전에도 도움을 준다.BMW알피나의 엔진은 1200개의 부품을 마이스터가 하나하나 손으로 조립해 제작한다. 마이스터의 명성을 걸고 자동차를 제작하기 때문에 기술력 또한 매우 탁월하다. 구동축과 자동차 바퀴 등을 비롯해 가죽 시트 등의 실내 인테리어도 수작업으로 제작해 일반 자동차와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값은 2억8000만원이다. 롤스로이스가 만드는 팬텀도 럭셔리 맞춤형 자동차의 대표 브랜드다. 코오롱모터스가 독점 수입하는 ‘귀족의 차’ 팬텀은 차량 한 대를 제작하는 데 무려 260시간이 소요된다. 내부를 꾸미는 데만 18마리 분량의 소가죽이 사용된다. 롤스로이스의 전통을 보여주는 ‘리어 코치 도어(rear coach doors)’는 안정성과 기술력이 뛰어나다.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비스포크(Bespoke) 프로그램은 팬텀의 최대 자랑이다. 칵테일바, 여성용 화장대 등 인테리어 도구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며 기본 컬러도 68가지나 돼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물론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최첨단 기술과 고품격 외관은 뉴 롤스로이스 팬텀이 누구나 타는 차가 아닌 선택된 사람만이 타는 자동차라는 점을 새삼 인식시켜준다. 값은 부가세를 포함해 6억5000만원이다. 마이바흐도 전담 매니저(PLM-Personnal Liaison Manager)를 둬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최대한 반영한다. 전담 매니저는 편의장치, 시스템, 인테리어 등에 대한 고객의 요구사항을 가급적 설계에 반영해 제작한다. 색상과 각종 소재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 현대적인 클래식 세단으로 재탄생됐다. 자동차 옵션만 200가지로 모든 공정이 손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하루 생산량이 3대에 불과하다. 실내에 자신만의 고유 인장을 새겨 놓기도 한다. 마쓰오카는 일본의 유일한 맞춤형 자동차 브랜드로 지난 82년 한 자동차 제작기술자가 신체 장애인을 위해 50cc급 엔진인 ‘BUBU Shuttle 50’을 제작하면서 본격적인 맞춤형 자동차의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96년에는 제로윈이라는 스포츠카를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에 공식 출시된 것은 지난 2004년부터다. 닛산의 몇몇 모델을 기초로 전면과 후면 디자인을 강화했으며 각종 소품도 기술자가 손수 제작해준다. 덕분에 차체가 튼튼한 것은 물론 기술력도 뛰어나다. 영국 복고풍 디자인의 ‘가류II’는 고품격 정통 클래식 세단으로 40~50대 중년층을 타깃으로 한다. 가류II의 가격은 1억5400만원, 누에라는 8800만원이다. 이 밖에 국내에 아직 공식 수입되지 않았지만 지난 1963년 설립된 이탈리아의 대표적 스포츠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와 1922년 영국의 고성능 스포츠카 애스턴 마틴도 맞춤형 자동차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