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나 산 절개한 곳 집터 피해야 출입문에서 가장먼곳에 침대배치
즘은 동네 부동산 중개인들조차 풍수에 조예가 깊다고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서구 선진국의 호사가들까지도 풍수에 관심이 많다고 하니 바야흐로 풍수의 춘추전국시대가 된 듯하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풍수가 우리의 것과는 다소 차이 있는 ‘중국식’이기는 하지만 합리적 사고를 통해 과학기술이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는 그들이 미지의 동양학문, 풍수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분명 신기한 일임에 틀림없다.이는“인간은 누구나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공간이라는 일정한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서구적 사고방식이 동양적인 사고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처럼 풍수란 동·서양을 막론하고 표현 방법의 차이일 뿐이지 인간이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짓으로 봐야 한다. 즉 풍수는 건축물이 지닌 본래의 방향성 또는 위치성에 의한 운동 에너지에 따라 사람들의 건강이나 진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치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물론 그동안 몇몇 술사들이나 맹목적인 이용자들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면서 의미가 다소 왜곡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풍수는 오랜 세월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온 것임에 틀림없다. 같은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하지만 한국 전통의 풍수는 주술적 의미가 강한 중국 풍수나 소품 따위에 매달리는 일본 풍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이용 여부 면에서도 우리 풍수는 개개인의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건축물의 입지 선정이나 택지 개발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는 실로 우리 민족의 우수한 삶의 지혜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다시 말해 같은 건축물이라 할지라도 땅이 지닌 지형이나 지리적 환경에 순응할 수 있는 건축물을 짓는데 한국 전통의 풍수는 매우 요긴하게 이용됐다. 예를 들어 한국적 전통 풍수에서는 같은 건물이라 할지라도 업종에 따라 어울리는 건축물 형태나 색깔이 엄격하게 구분된다. 즉 동향 건물에는 붉은 색이나 주황색이,남향 건물에는 베이지색이나 아이보리색이, 북향 건물에는 흰색이나 녹색이,서향 건물에는 황토색이나 베이지색이 어울린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또 같은 건물이라 할지라도 직선으로 곧게 뻗은 대로변에는 가급적이면 높은 건물이 좋고, 색깔 또한 밝은 것보다는 어두운 건물이 좋다. 반면 규모가 작은 건물이라면 직선도로보다 곡선도로에 위치하고 색깔은 어두운 색보다는 밝은 색이 유리하다.내부 공간 또한 마찬가지다. 출입구(또는 층별 현관)에서 대각선 왼쪽 모서리 끝 지점이나 오른쪽 모서리 끝 지점은 해당 기업의 대표들이 위치하는 것이 좋고, 출입구 가까운 오른쪽 모서리 지점은 재무부서, 출입구 정면에 해당하는 곳이나 출입구 가까운 지점은 영업을 담당하는 부서가 자리잡는 것이 풍수적으로 바람직한 배치다. 또 연구나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라면 출입구 가까운 왼쪽 모서리 지점을 이용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업종이나 건물의 형태 및 방향에 따라 대표자와 부서 위치가 바뀌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이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자연의 본성을 이용하는 지혜는 사무공간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이용하는 삶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같은 집이라 해도 직업이나 진로, 건강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로 공간을 배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간혹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할지라도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는 지혜가 바로 우리식 풍수의 자연관이다.자신에게 유리한 기운이 작용하는 취침 위치를 정하는 것이나 건축물의 생기 여부를 구분하는 요령, 업종에 어울리는 공간을 선택하는 것 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예를 들어 올바른 침대 위치는 개인의 진로뿐만 아니라 건강한 부부관계 및 효과적인 자녀 양육에까지 영향을 끼치므로 침대 하나를 놓을 때도 풍수 지점을 따지는 요령이 필요하다. 따라서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을 원한다면 침대는 출입문에서 가장 안쪽에 해당하는 지점에다 출입문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이는 요란하고 사치스러운 장식품 등으로 치장하는 것보다 오히려 중요한 부분이다. 침대 옆 탁자에는 작고 아담한 조명(스탠드)을 설치하고 항상 약하게 켜두는 것이 사업 성공이나 진로 등에 도움을 주는 효과적인 공간 배치법이라 할 수 있다.이처럼 풍수는 삶터의 작은 화분 하나에서부터 직장의 생산성 향상에까지 실로 우리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손자병법 구지(九地)편에는 “孫子曰 用兵之法,有散地,有輕地,有爭地,有交地,有衢地,有重地,有?地,有圍地,有死地”라는 구절이 있다.즉 훌륭한 장수라면 군사를 움직일 때마다 산만한 기운이 많은 산지(散地)인지 또는 동요하기 쉬운 경지(輕地)인지,그리고 다툼이 많은 쟁지(爭地)인지,출입이 편리한 교지(交地)인지,교통이 편리한 구지(衢地)인지,다루기 어려운 중지(重地)인지,자연재해가 염려되는 비지(死地)인지,산과 들로 둘러싸인 왕래가 어려운 위지(圍地)인지,온갖 재앙이 끊이지 않는 사지(死地)인지를 구분하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용하는 터전의 위치성이나 방향성을 고루 살펴 그 해로움과 이로움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자연의 본성을 이해하고 이용하는 지혜는 자연의 순리를 깨닫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계기를 만든다.그러나 아직도 자연의 쉼 없는 생명 기운에 대해 간과하는 경향이 많은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이 이용하는 삶의 터전을 신명나게 만드는 것은 자신과 가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이제라도 자신이 이용하는 터전에 신명난 기운을 불어넣어 보자.©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