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빌딩·해외부동산 투자 펀드에 관심 많아
행들이 거부(巨富) 고객 유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펼쳐지는 ‘은행대전’의 속내도 알고 보면 거부 잡기에 다름아니다. 그렇다면 거부를 겨냥한 프라이빗 뱅킹(PB) 창구에서는 어떤 메뉴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을까. PB 상품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PB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자 고객들의 경우 은행계좌에 최소한 현금 3억원 이상(국민은행 기준)을 예치해 놓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금융상품에 대한 ‘눈높이’도 일반인들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이들 큰손 고객의 니즈에 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 혹은 도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예를 들어 일선 PB점포에서 “고객이 이런 종류의 상품을 원하고 있다. 빨리 개발해 달라”고 본점에 요청하면 만사 제쳐두고 상품개발에 주력하는 식이다. 은행원 입장에서야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녀야 할 일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발 빠르게 제공받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은행의 PB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 가운데는 보수적인 스타일의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을 왕창 벌어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벌어 놓을 대로 벌어 놓은 사람들이니만큼 지키는 데 주력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고객은 수익률 100∼200%짜리 ‘대박’ 상품보다는 은행 금리의 2∼3배 정도, 즉 연 7∼9% 정도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상품을 좋아한다. PB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우선 공실률이 적은 강남의 중소형 빌딩을 꼽을 수 있다. 전체 자산의 70%가량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한국 부자들의 특성상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강남의 중소형 빌딩은 부동산에 대한 각종 규제가 쏟아지고 있는 요즘에도 인기 품목이다. 시중은행의 한 PB팀장은 “50억∼100억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강남 도로변 중소형 빌딩들은 연 7∼8%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어 부자들의 니즈에 꼭 맞는 상품”이라며 “이런 물건은 매물도 적어 고객이 원해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자산 포트폴리오 가운데 일부를 분산 투자하는 차원에서 국내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틈새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고객이 많다. 특히 요즘에는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많은 편이다. 이들 상품은 해외의 유명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해 입맛이 까다로운 부자 고객들도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자산운용사들이 선보이는 펀드 상품 외에 고객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먼저 은행측에 상품 설계를 요구해 개발되는 특정금전신탁 상품들도 많다. 특히 해외 투자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를 만들어 달라는 고객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다. 신한은행 강남PB센터의 이상수 팀장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등지의 호텔 골프장 식당 건설에 투자하는 펀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이 구체화하는 시점에 1차적으로 200억원 정도의 자금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PB 고객들을 위한 상품의 경우 한시적으로 판매되는 상품들이 많다. 그러나 PB 창구를 방문하면 언제든지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물론 있다. 시중은행들이 꼽은 자사의 대표상품을 소개한다.국민은행이 자사 PB점포인 ‘Gold&Wise’에서 판매 중인 ‘저팬 리츠(Reits) 재간접투자신탁’은 국내에서 공모한 펀드 중 처음으로 일본 리츠시장에 투자, 일본 부동산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개발한 상품이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 이상이다.도쿄 증시에 상장된 일본 리츠에 주로 투자하는 저팬 리츠 펀드는 연간 3% 이상의 안정적인 배당수익률과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또 환 헤지를 통해 한국과 일본 간 금리 차이만큼 추가 수익을 얻을 기회도 있다. 이 펀드는 한화투신이 운용하며, 일본 리츠에 투자할 때 일본 투신업계 2위인 다이와투신에 자문하면서 운용한다.최근 일본 부동산은 경기 회복과 함께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으며, 리츠시장의 경우 올해 신규 상장 예정 규모가 8000억엔(약 8조원) 정도에 이르는 등 주목받고 있다.우리은행은 고액 자산가들을 겨냥, 2개의 우량 주가에만 연동하는 투스타 형식의 ELS펀드를 매주 내놓고 있다. 이 상품은 PB 고객뿐 아니라 일반 고객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지만, 상품 구조상 가입자의 대부분이 억 단위로 가입하는 고액 자산가들이다. 우리은행은 해외 펀드는 14개 이상, 국내 펀드는 20개 이상 판매 중이며 배당주형 해외투자형 보험연계형 등 테마를 형성해 상품 라인업을 구성하고 상품 다양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앞으로 선물환과 연계되는 개방형 펀드나 펀드오브펀드 상품들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신한은행은 ‘외화채권형 비과세 특정금전신탁’과 ‘원금보전형 상품지수 연계증권’을 자사 대표상품으로 꼽았다. 외화채권형 비과세 특정금전신탁은 지난 98년 이전에 발행된 국내 대기업 우량 금융회사 등의 외화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외표채들은 국세청에 이자소득이 통보되지 않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지는 특징이 있다. 다른 어떤 투자보다 절세에 관심이 많은 부자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개발한 상품이다. 투자 대상인 외표채를 발행한 기업 및 금융회사들은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KT 포스코 GS칼텍스 등이다.원금보전형 상품지수 연계증권은 오일 금 알루미늄 아연 구리 등 5가지 원자재의 가격지수를 최초 설정일과 만기일을 비교해 만기지수가 설정지수와 같거나 높으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최고 연 15%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으며, 만기는 3년으로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권위 있는 금융 전문지인 유로머니지로부터 한국 최고의 PB 서비스 운영 은행으로 꼽힌 PB 서비스의 전통 강자다. 단자회사였던 옛 한국투자금융 시절부터 쌓아올린 노하우가 타 은행에 비해 비교 우위를 갖게 해준다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하나은행은 자사의 대표 PB 상품으로 ‘GSCI 지수연계 채권투자신탁’‘파워프로그래밍 혼합투자신탁’‘하나알리안츠 파워이머징 채권재간접투자신탁’ ‘글로벌베스트 재간접투자신탁’ 등을 꼽았다.GSCI 지수연계 채권투자신탁은 석유 농산물 비철금속 등 실물자산에 연계한 골드만삭스 상품지수(GSCI)의 상승률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GSCI 지수 상승률에 따라 최고 연 12.5%까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지수 하락에 상관없이 원금이 보전되며,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은 물론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파워 프로그래밍 혼합투자신탁은 자동 주문 시스템을 이용해 주식을 분할 매수, 분할 매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주식형 펀드의 고수익과 채권형 펀드의 안정성을 결합한 상품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하나알리안츠 파워이머징 채권재간접투자신탁은 동유럽 등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 대상 및 지역을 이머징 마켓 채권형 펀드에 특화했다. 탁월한 운용 성과를 보이는 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적은 금액으로도 분산 투자의 효과를 볼 수 있다.글로벌베스트 재간접투자신탁은 미국 유럽 일본 이머징 마켓 등 전 세계 자본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다. 피델리티 핌코 모건스탠리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의 펀드를 편입함으로써 높은 투자수익률과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추구한다. 주식형 펀드 30%, 채권형 펀드 70%로 구성돼 있다.씨티는 글로벌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PB의 최강자다. 전세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금융상품들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올해 PB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웰빙예금’은 최근 이자율 하락으로 걱정하고 있는 금융소득 생활 고객을 위해 거치식과 연금식을 결합한 퓨전 예금이다. 만 20세 이상이면서 1000만원 이상을 예금하려는 고객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저축기간은 1년 이상, 8년(거치기간 3년+연금식 지급기간 5년) 이내에서 월단위로 정할 수 있다. 금리는 1년 이상은 연 3.8%를 지급하며, 신규 자금의 경우 연 4.05%(5000만원 이상)로 책정됐다. 예금 가입금액에 따라 최고 1억원 한도로 상해보험 무료 가입 및 웰빙 서비스(유명 종합병원 건강검진 예약 및 검진료 최고 50% 할인 서비스, 전국 유명 콘도 예약 및 최고 50% 이상 할인 서비스 등)를 1년간 무료로 제공한다.‘글로벌 베스트펀드’는 국내 금융시장에만 투자하는 기존 적립식 펀드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이 불가능한 해외 유수의 펀드에 투자함으로써 분산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상품이다. 슈로더투신에서 운용하는 이 상품은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에서 객관적으로 추천한 펀드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됐다. 이 상품의 최소 납입금액은 월 20만원이며 초기 판매수수료는 없다.씨티은행은 또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피델리티코리아-코리아 주식형 펀드’와 ‘피델리티코리아-글로벌 주식형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코리아 주식형 펀드는 피델리티의 글로벌 리서치 역량을 활용, 다양한 시각에서 한국 기업을 분석해 투자한다는 특징이 있다. 글로벌 주식형 펀드는 피델리티의 전 세계 주식형 펀드를 엄선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펀드 내에서 자산의 95% 이상은 직접 환헤지를 추구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했다. 고객은 별도의 선물환 계약을 할 필요가 없다.최근 들어 PB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농협의 경우 ‘서민 금융회사’라는 조직 특성상 비교적 대중적인 금융상품을 PB센터에 선보이고 있다. 은행 PB 서비스를 이용하려 해도 높은 문턱 때문에 발을 돌려야 했던 금융소비자라면 농협의 PB 상품을 이용해볼 만하다.농협의 PB점포인 ‘하나로골드클럽’에서 판매하는 대표상품으로는 지난 3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메르시 글로벌 재간접 펀드’가 있다.일정 기간에만 판매하는 단위형 상품으로 두 차례 선보인 이 펀드는 우수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해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한다. 이 상품은 유럽 및 아시아 지역 채권형 펀드,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 전환사채형 펀드 및 인플레이션 연계채권 펀드 등에 자산의 80% 이상을 편입해 운용한다. 다양한 지역과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들로 구성돼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추구한다. 농협 관계자는 “이 펀드는 지역적 분산뿐만 아니라 운용 전략상의 분산을 고려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조를 갖춰 올해 3월 홍콩 AAM(Asia Asset Management)사가 ‘최우수 신상품상’으로 선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크레디아그리콜 애셋매니지먼트의 투자 자문을 받아 운용된다.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 2년 이상 꾸준히 붓는 게 좋으며, 농협측은 매달 10만원 이상 적립할 것을 추천한다.다른 투자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PB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고를 때도 재테크의 기본에 충실하는 게 좋다. 우선 적정 수준의 기대수익률을 정해야 한다. 연 20% 이상 고수익이 날 것이라는 등의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 정기예금 금리보다 다소 높은 연 6~10%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게 바람직하다.다음으로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일선 PB 창구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의 경우 그 은행의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수년간의 시뮬레이션을 거쳐 수익성이 검증된 게 대부분이다. 따라서 시장의 등락에 따라 일희일비하기보다 최소 3년 이상 장기 투자할 경우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