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섬 디벨로퍼 1호 최호숙 외도해상공원 대표

외도해상농원 최호숙 대표(69)에게는 늘 ‘국내 디벨로퍼 1호’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디벨로퍼의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30여년 전부터 개발에 들어가 오늘의 외도를 만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녀는 “삶은 꿈과 이상이 있기에 행복하며 이는 어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철학적인 명제를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외도 역시 꿈과 이상이 녹아 스며든 삶 자체였기에 그녀의 ‘외도 사랑’은 남다르다. 최 대표를 만나기 전 궁금했던 “외도를 얼마에 사들여 지금 얼마나 값이 올랐나”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인터뷰 처음부터 여실히 깨졌다. “외도를 방문하는 관람객 중 상당수로부터 이 섬을 얼마에 샀으며 지금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습니까’라고 답합니다. 전 지금도 외도의 땅값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물론 얼마에 구입했는지도 모르죠. 이미 30년 전의 일이고, 그것도 통째로 구입한 게 아니고 하나하나씩 사들인 거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거제도에서 4㎞ 떨어진 외도의 공식 명칭은 외도해상농원이다. 영문으로는 ‘Oedo Pradise Island’.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식물원으로 꾸며진 외도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엔딩 장면과 모 음료업체의 광고 촬영지로 유명하다. 처음 방문한 관광객들마다 “그 광고에 나온 곳이 바로 여기군”이라며 절경에 절로 탄식소리를 낸다. 최 대표에게 외도는 인생의 모든 것이다. 36년 전부터 텃밭을 일구어 오늘의 외도를 만들었으니 반평생을 외도와 함께 해온 셈이다. 그녀가 외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69년.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 이창호씨가 그해 7월 거제도로 낚시를 갔다가 태풍을 피해 하룻밤을 지낸 것이 인연이 됐다. 당시 이씨는 서울 성신여고에서 8년간 수학교사로 재직한 뒤 동대문시장에서 막 의류원단 사업을 시작했다. “외도를 보는 순간 그곳의 편안함에 반했죠. 초창기에는 돼지농장을 했지만 곧바로 찾아온 돼지파동 때문에 실패를 경험했어요. 여러 번의 실패를 거울 삼아 재기를 모색한 것이 오늘날 외도를 있게 한 밑거름이지요. 의류원단 사업을 하면서 번 돈을 꾸준히 농원 가꾸는 데 썼기 때문에 섬 개발에 얼마가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외도해상농원이 처음 관광객에게 선을 보인 것은 지난 95년 4월이다. 매년 80만~1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외도는 어느 새 연 매출액 50억원을 기록하는 알토란 기업으로 성장했다. 부부의 꿈이 빚어낸 귀중한 결과다. 현재 외도는 관리 직원이 30명이나 되는 등 한려수도해상국립공원 내에서도 단연 인기 ‘짱’인 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대표는 투자가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섬을 개발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우리야 외도 가꾸기가 평생의 일이었고 그랬기에 30년이 넘도록 외도에 매달릴 수 있었습니다. 섬을 개발한다는 것은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는 사업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럴 바엔 서울의 오피스빌딩을 사두는 게 낫지요. 그렇다고 이 자연이 준 선물을 그냥 썩혀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섬 투자는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해 나간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 세 번에 걸쳐 거듭 강조한다. 외도는 현재 입장료(어른 기준 5000원) 수입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숙박은 허용되지 않아 오후 5시면 문을 닫는다. 숙박업을 동시에 했다면 수익은 지금보다 많게는 3~4배 이상 벌어들이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물론 외도가 한려수도해상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행정당국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하지만 단순히 수익만을 좇았다면 충분히 생각해 볼 부분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에 대해 단호하다. “아무리 관광지라고 해도 섬은 숨을 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거죠. 돈만을 좇아 무분별하게 개발한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앞으로의 외도 모습이 궁금했다.“외도 개발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제1전망대 앞 동편섬은 아직도 태고적 신비를 그대로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인간의 손길을 대야할지는 고민입니다. 물론 어릴 적부터 꿈꿔 왔던 이상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개발해야겠지만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행담도 개발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아니나 다를까 최 대표도 행담도 개발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현재 방치되다시피 한 섬들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것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민간이 해야 할 부분이지요. 예를 들어 행담도만 놓고 봐도 공공기관에서 개발한다고 한 것이 이제 와서 보면 기껏 휴게소밖에 더 지어졌습니까? 공공은 민간의 자율을 최대한 살려주면서 기본 인프라만 구축해주면 됩니다.”외도만 해도 겨울연가 촬영지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방파제조차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조금만 파도가 거세지면 선착장에 배를 대기가 어려워 뱃머리를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삶은 투자이고 풍요로움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아가는 것이 진정한 재테크”라는 다소 철학적인 인생관을 가진 그녀는 오늘도 아들 내외와 함께 외도의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