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은 두 가지가 있다. 세상은 고정되어 있다는 것과 변화한다는 것이다. 고정론자들은 자기가 아무것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하는 일이 지루하고 재미없다. 하지만 변화론자들은 다르다. 자기가 직접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까닭에 늘 창조적이고 적극적이다. 과학자 예술가 작가 철학가 등이 여기에 속하며 역사는 이들에 의해 진보한다.역사를 바꾸는 창조적인 능력, 즉 창의력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상대성 원리를 찾아낸 아인슈타인. 어린시절 그는 네 살이 넘도록 말도 제대로 못해 저능아라는 소리를 들었다. 학교에 가서도 적응을 못했다. 선생님은 “이 학생의 지적 능력으로는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쪽지를 아인슈타인의 어머니한테 보냈다. 그러나 쪽지를 읽은 어머니는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에게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너는 남과 다르기 때문에 기필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남과 같다면 결코 남보다 나아질 수 없는 법이다”라고. 결국 아인슈타인은 세계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위대한 사람이 됐다.‘상대성 원리’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과학적인 토대를 이뤘다면 정치 사회구조의 토대는 공산주의의 창시자인 칼 마르크스, 정신세계의 토대는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을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의 기반을 구축한 3대 천재로 부르는 이유다. 노벨상 유대인 비율 25~30%이 3대 천재가 모두 유대인이라면 우연일까. 몇 가지 통계만 봐도 이것이 왜 우연이 아닌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지구상에 유대인은 약 1500만명으로 전 세계 60억 인구의 약 0.25% 선에 불과하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똑똑함과 훌륭한 인물의 상징인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유대인 비율은 대략 25~30%로 알려져 있다. 최소로 잡아도 노벨상 수상자의 25%는 유대인인 셈이다. 0.25%=25%. 산술적으로 ‘일당 백(1=100)’과도 같은 등식이다. 유대인들의 이런 엄청난 힘은 아인슈타인 어머니의 교육이 보여주듯 창의력에 바탕을 둔다. 그들이 믿는 종교 원리의 핵심도 바로 창의력이다. 티쿤 올람(Tikun Olam) 사상. 세계를 고친다는 뜻의 히브리어다. 신은 세상을 창조했지만 미완성의 상태로 두었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완성된 세상을 위해 계속 창조행위를 한다.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의 뜻이자 인간에게 준 의무라는 설명이다. 랄프 로렌(Ralph Rauren). 세계 패션 업계는 ‘폴로(Polo)’ 브랜드를 일군 그를 ‘20세기 미국의 대표 디자이너’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 동부 명문 대학인 아이비리그가 상징하는 엘리트 그룹, 서부의 프런티어 개척자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야구선수 유니폼 등 다양한 미국인들의 삶에서 영감을 찾아낸 ‘폴로’는 그래서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미국인들의 생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다.이 ‘가장 미국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낸 랄프 로렌. 그는 미국 사회의 주류인 이른바 와스프(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북유럽 출신의 백인 기독교인)가 아니다. 뉴욕의 가난한 페인트공인 평범한 유대인의 아들이었다. 성직자인 랍비가 되길 원했던 어머니의 뜻에 따라 유대학교를 다니기도 했던 그는 등록금이 싼 맨해튼 시립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가난 때문에 중도 포기하고 장갑회사 점원으로 취직했다. 곁눈질로 디자인을 익히던 그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색상 감각에 유대인 특유의 창의성을 가미해 28세 때인 1967년 2.5인치(약 6cm)짜리 넥타이가 유행하던 당시에는 파격적인 4인치(10cm)의 폭넓은 넥타이를 ‘창조’했다. 이후에도 그의 작품은 ‘패션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까지 세계 패션산업을 이끌고 있다.창의성이 강조되는 디자인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유대인은 랄프 로렌만이 아니다. 미국 최초의 의류 브랜드인 ‘리바이스’ 청바지를 만들어낸 리바이 스트라우스도 대표적인 유대인이다. 캘빈 클라인, 게스, 조다쉬, 앤 클라인, 도나 카란, DKNY, 토미 힐피저, 케네스 콜, 리즈 클레이본, 아버크롬비&피치, 빅토리아 시크릿 등 대부분의 유명 브랜드를 유대인 디자이너들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혁명의 견인차로 각광디지털 혁명이 진행되면서 창의성이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역시 IT(정보기술)다. 이곳 또한 유대인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반도체 업계의 제왕인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이 가장 대표적인 인물. IT 분야의 선구자 격인 그는 나치의 홀로코스트 대학살을 피해 다니던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이다. 그는 ‘포브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창조적인 힘의 원동력은 ‘두려움(fear)’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두려움은 불가능해 보이는 어렵고 힘든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육체적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이 더욱 건강 유지에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수천년 동안 고난과 핍박을 당한 유대인들의 ‘창의성’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려주는 말이다.빌 게이츠와 함께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일군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 “PC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다”는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로 대학 기숙사에서 창업해 세계 1,2위를 다투는 회사인 델 컴퓨터를 키운 마이클 델 회장, 한 번도 컴퓨터 강좌를 들어본 적 없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 일을 배운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회장,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 유대인 없이는 IT 역사를 쓰기 힘들 정도다.창의성은 디자인 IT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업종에서 유대인을 성공의 길로 이끌었다. 여성들을 천편일률적인 머리에서 해방시킨 사람으로 꼽히는 비달 사순도 한때 반유대주의에 맞서 거리에서 총을 들고 싸우던 유대인 전사였다. ‘봅 스타일’로 상징되는 그의 커트 머리는 여성들이 얼굴 형태에 따라 다양한 헤어 스타일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세 이후 상류층의 전유물이던 초콜릿을 대중화시킨 밀턴 허쉬, ‘하겐다즈’라는 브랜드로 세계 최초로 아이스크림을 대중화한 메터스 루빈, 미국인에게 달콤하고 감각적인 아침 식사를 제공한 던킨 도넛을 만든 윌리엄 로젠버그도 유대인이다. 던킨 도넛 점포를 운영하면서 미국 최초로 프랜차이즈 영업 기법을 개발한 로젠버그는 국제 프랜차이즈연합을 직접 조직하는 등 ‘프랜차이즈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미국의 소매영업 중 프랜차이즈를 통한 판매가 50%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은 그의 공헌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