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핫이슈

대방동에 사는 박순옥씨(63·가명)는 최근 구로동에 있는 시가 40억원짜리 근린상가를 사들였다. 박씨가 매입한 것은 구로동 디지털밸리 인근에 위치한 5층 규모의 상가. 투자 금액이 커 망설였지만 ‘8·31대책’이후 매입을 최종 결심했다. 박씨는 “앞으로 부동산으로 큰 돈 버는 시대는 갔기 때문에 고정적인 수입이 기대되는 곳에 장기간 묻어두기로 했다”고 말했다.부동산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8·31부동산대책이 발표되면서 단기차익을 거두려는 부동산 투자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중개업법 개정으로 내년부터는 각종 세금이 실 거래가로 부과되기 때문에 단기 매매로 시세차익을 거두기가 어려워졌다. 은행대출 규제도 부동산 시장 위축을 부채질하고 있다. 종자돈을 차곡차곡 모은 실수요자들에게 시장이 유리하게 전개되는 대신 ‘전광석화’식 투자를 해 온 투자자들에겐 정부 정책이 부담스럽다.이에 따라 그동안 일부에서 주장해 온 ‘투자 패러다임 변화’가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요지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부동산 투자는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 패턴이 대세를 이뤘었다. 재건축, 분양권 등을 사고 팔면서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이 때만 해도 투기 수요만 가세하면 산 지 1주일 만에 프리미엄만 수천만원이 생기는 것도 가능했었다. 이른바 ‘명의변경’으로 큰 돈을 거머쥐었던 것. 하지만 3년 전부터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계속되면서 이들 상품을 통해선 더 이상의 이익 실현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최근 대안으로 고정적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는 상가, 오피스텔, 오피스. 이들 상품의 수익률은 연 7~8%로 기존 단기 차익형 상품과 비교해 볼 때는 수익률이 낮지만 안정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상가나 오피스텔, 오피스 등은 이번 8·31대책에서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다. 특히 상가는 거액 자산가들이 눈독을 들이는 유망상품이다. 실제로 도심, 강남 등에 위치한 은행권 PB센터에서는 4~5층 규모의 근린상가에 투자를 희망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김동희 웰스매니저는 “상권이 발달돼 있어 임대가 잘 되고 임대료가 적정 수준 이상인 지역의 상가는 부르는 게 값”이라면서 “정부 규제가 미치지 않는 상품이라는 게 투자자들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유망한 상가 투자처로는 어디가 있을까. 단연 역세권 등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한 근린상가다. 이동인구가 얼마나 되는 지는 상가투자에 있어선 중요한 잣대다. 출근보다는 퇴근길 동선에 위치한 근린상가를 선택해야 한다.배후단지 가구 수에 비교해 상가 연면적이 가구당 0.5평인 단지 내 상가도 투자유망상품이다. 가령 배후에 1000 가구 규모의 단지가 있다면 해당 단지 내 상가는 연면적 500평 이하면 충분하다. 수도권 택지지구에 투자할 경우에는 택지지구 전체 면적의 3% 규모에 해당하는 근린상가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상가는 경기에 민감한 상품이기 때문에 공실이 높은 지역에 투자할 경우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인근에 대규모 할인매장이 위치해 있으면 상가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공실률이 높아지게 된다. 영업이 어려워져 임대료를 제때 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최근 상가 투자가 틈새 상품으로 부각되면서 매매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시간과 공간 한광호 대표는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수 문의가 한 달 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면서 “그렇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매매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오피스 역시 대표적인 수익형 임대상품이다. 6층 미만 오피스 매매가는 평균 50억~60억원. 투자수익률은 평균 7% 선이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자문 알투코리아가 1999년부터 올 2분기까지 서울시내 120개 대형, 중·소형 오피스빌딩의 임대수익률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평균 수익률은 10.5%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1999년 분기별 평균 수익률(16.5%)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최근 경기 불황을 감안하면 여전히 두 자릿수 임대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 유덕현 과장은 “대형 오피스를 제외한 중·소형 오피스는 여전히 7~8%의 임대수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분당의 중심상업지역, 강남역 역세권 이면도로변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 등은 매물을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이 밖에 신촌, 목동 등지도 투자 유망지역으로 분류된다. 신규 수요에 대비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 서초동 삼성타운 등 신규 수요가 생길 지역을 선점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신영에셋 홍순만 PM팀장은 “평균 수익률이 비록 7~8% 선이라고 해도 수요가 늘어나 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하고 있어 2~3년 운영하다가 매매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아예 기존 오피스빌딩을 리모델링해 초소형 오피스로 꾸미는 것도 좋은 투자방법이다. 사용 인원에 따라 사무실을 임대하는 종량제 오피스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보증금 없이 월 사용료만 내면 되는 종량제 오피스는 각종 정보통신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 소호나 벤처 창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베스트하우스 고종옥 대표는 “임대료 부담이 적어 수요가 꾸준하다”며 “연 15% 정도의 수익률은 충분히 거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오피스텔 시장이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지난 8월말 서울 마포구에서 평당 1500만~1850만원에 분양된 롯데캐슬 프레지던트는 청약경쟁률이 97.7 대 1을 기록했다. 다만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국세청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어서 시장 변화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시장의 반응이 엇갈린다. 전수조사에 나서지 않는 한 주거용과 업무용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과 국세청 조사 결과 주거용으로 판명 날 경우 세금추징이 뒤따른다는 주장이 팽팽하다.실제로 지난해부터 국세청에서는 업무용 오피스텔에 대해 조사하고 나섰지만 실제 세금이 부과되는 경우는 8% 선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는 행정력 부재가 가장 큰 요인이다. 오피스텔이 다량 공급됐지만 실태조사가 뒤따르지 않아 업무용이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그렇다면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임대수익형 상품은 대세로 자리잡을까. 경기회복이 불투명해 임대 수요는 한계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 규제에 대한 풍선효과로 ‘임대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PB센터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묻어두는 부동산 투자 패턴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기회비용을 따져가며 적정 시점에 매도하고 갈아타는 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다만 안 팀장은 “이르면 2007년 이후 정부에서는 상가나 오피스 건물에 대한 통합시세를 준비하고 있어 수익성이 낮은 상가나 오피스빌딩은 매도 시점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 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