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핑 모터 세계 1위…모아텍

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장기 불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신세계 롯데 현대 등 이른바 국내 백화점 ‘빅3’는 오히려 올 들어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기 때문이다. 서울 명동에 본점을 두고 있는 이들 빅3는 작년 하반기부터 2배 가까이 폭등한 엔화 강세를 등에 업고 ‘한국 쇼핑’에 나선 일본인 관광객들로 호시절을 누리고 있다.이 같은 엔고 효과는 국내 수출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줬다.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실적 개선의 가능성이 커졌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모아텍도 엔고 현상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주인공.최근 엔화의 강세 현상은 과거 외환 위기 당시보다 강도가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IMF 시절에도 달러와 엔에 대한 원화의 약세 현상은 동일하게 나타났지만, 현재와 상대적인 강도를 비교해 보면 엔화보다는 달러에 대한 약세가 두드러졌다.이상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2009년 3월 말 기준) 2007년 1월1일 기준 달러와 엔화는 원화 대비 각각 82.4%와 123.3% 상승해 상승률 측면에서는 달러보다 엔화에서 더 크게 원화 약세 현상을 보였다”며 “이는 일본 업체와 경쟁관계인 기업들에게는 외환 위기 때보다 훨씬 더 좋은 시장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실제로 일본의 세계적인 스테핑 모터(Stepping Motor) 기업인 산쿄(Sankyo)는 엔화 강세 현상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해지면서 9.6%에 달했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이 4분기에는 3.3%까지 떨어졌다. 세계 시장에서 산쿄와 경쟁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모아텍이다. 이 때문에 엔고 현상이 모아텍에게 실적개선의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아텍은 우선 산쿄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PC용 외장형 광디스크 드라이브(ODD) 시장에서 산쿄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2007년 10%에 불과했던 모아텍의 노트북용 스테핑 모터 세계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5%까지 급증했다”며 “올해는 엔고 현상으로 50%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이 애널리스트는 “노트북용 스테핑 모터의 시장점유율 확대는 모아텍의 외형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세계 PC 판매량 기준 노트북 판매량이 데스크톱을 추월했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노트북용 스테핑 모터 시장의 점유율 확대는 모아텍의 외형 성장에 있어서 기폭제 역할을 해 낼 것”으로 전망했다.모아텍은 PC용 광저장장치(CD-ROM, DVD-ROM 등) 스테핑 모터 세계 1위 기업이다. 스테핑 모터는 전기신호에 반응해 일정한 각도만큼만 회전하는 모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모터 중에서 특수한 모터로 분류된다. 정지 시 역회전이 없고 위치 제어에 대한 보정이 필요 없어 초정밀을 요구하는 산업에 주로 쓰이는 게 특징이다.스테핑 모터의 경우 초창기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DC 모터에 비해 가격이 비싸 제품별 확대 적용에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기술 개발 및 대량 생산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디지털 카메라와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비롯해 자동차, 사무기기 분야로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모아텍의 스테핑 모터 매출 비중은 97% 수준이며, 수출 비중은 85%에 달한다. 주력 제품은 리드스크류(Lead Screw)의 스테핑 모터이며, 이 부문 세계 시장점유율은 53% 수준(2008년 기준)으로 1위다. 주요 고객사는 전 세계 ODD(광학디스크드라이브) 1~3위 업체인 HLDS(Hitachi-LG Data Storage), TSST(Toshiba-Samsung Storage Technology), LITE-ON사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다. 이들 상위 5개사에 대한 매출액 비중은 80% 수준으로 매우 안정적인 매출처다.모아텍은 3년 전인 2006년 5월에 70억 원을 투자해 핸드폰 카메라용 AF(Auto Focusing) 액추에이터(Actuator) 전문생산업체인 하이소닉(2008년 12월 기준 지분 45.2% 보유)을 인수했다. AF 액추에이터는 디지털 카메라에서만 구현이 가능하던 자동 초점 조절 기능을 카메라 폰과 같은 소형 모바일 기기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밀 구동 부품이다. 김희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F 액추에이터는 3M픽셀급 이상에서는 필수적으로 장착되고 있다”며 “앞으로 고화소 카메라폰의 채택률이 높아짐에 따라 하이소닉의 외형 성장세는 가파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하이소닉이 생산하는 AF 액추에이터는 현재 LG 전자의 초콜릿 폰, 샤인 폰, 프라다 폰 등(이상 2M픽셀급) 빅히트 제품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서태지 폰, 미니스커트 폰 등(이상 3M픽셀급)에 적용되고 있다.세계 휴대폰 카메라용 AF 액추에이터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기준으로 일본업체인 시코(Shicoh)와 산쿄가 각각 21.1%와 25.9%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그러나 “2009년에는 엔화의 초강세 현상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로 모아텍의 자회사인 하이소닉의 시장점유율이 급속도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소닉의 시장점유율(2008년 기준)은 11.9%로 집계됐다.하이소닉 역시 엔화 강세에 따른 수혜가 예측되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모아텍 관계자는 “하이소닉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60억 원과 36억 원을 기록했다”며 “올해는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각각 544억 원과 85억 원 수준으로 큰 폭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자회사의 폭발적인 성장은 필연적으로 합병 또는 기업공개(IPO) 추진 계획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모아텍의 기업가치평가(Valuation)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지난해 모아텍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3.1%와 46.1% 증가한 1168억 원과 128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58% 늘어난 124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사 후 최고의 실적이다.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상윤 애널리스트는 “올해도 엔화 강세가 예상되고 있어 노트북 시장에서의 스테핑 모터 시장점유율이 눈에 띄게 확대될 것”이라며 “게다가 디지털 카메라용 스테핑 모터를 삼성테크윈에 공급할 수 있게 돼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모아텍의 200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2.7%와 5.5% 증가한 1200억 원과 13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순이익의 경우 자회사인 하이소닉의 급성장세로 전년에 비해 3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이 애널리스트는 예상했다.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작년 연말 기준으로 모아텍이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은 223억 원, 자사주 127억 원(취득단가 약 6800원 고려 시), 하이소닉의 자산가치는 약 543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