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뒤집은 ‘역발상 마케팅’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년 4월이 되면 골프 시즌의 개막과 함께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가 막을 올린다. 올해로 73회를 맞은 마스터스대회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답게 세계 어떤 프로골프 대회보다 집중적인 주목을 받는다. 대회 장소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융단처럼 깔린 파란 페어웨이와 그린, 코스 곳곳에 핀 꽃들을 보면서 이제 봄이 만연했고 골프의 계절이 왔음을 느끼는 한국의 골퍼들도 많을 것이다.마스터스는 화려한 코스,유명 선수들의 멋진 샷 외에도 독특한 대회 마케팅으로 관심을 끌어오고 있다.마스터스는 보통 대회 명 앞에 붙는 타이틀 스폰서를 단 한 번도 허용한 적이 없다. 여기에 코스 내 어디에도 상업적인 광고를 용인하지 않는다. 다른 프로골프 대회 주최측이 티잉그라운드와 페어웨이, 그린 주변에 기업 이름과 브랜드를 새긴 광고 보드판으로 도배하다시피 줄지어 세워놓고 있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심지어 TV 중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미국에서 마스터스를 생중계할 수 있는 곳은 CBS와 ESPN 두 곳 뿐이다. 이들은 대회 중계를 하면서 1시간 동안 딱 4분의 광고를 할 수 있다. 그것도 하루 동안 총 16분을 넘으면 안 된다.사실상 대회 개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수익이라고 할 수 있는 중계권료와 광고 후원금을 도외시하는 듯한 이러한 모습은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너무 어리석고 우둔한 행동으로 보인다.한 술 더 떠 입장권 수입도 포기한 듯한 인상이다. 마스터스를 볼 수 있는 관람객은 매년 정해져 있다. ‘패트론(Patron)’이라 불리는 일종의 후원자들만이 마스터스 갤러리가 될 수 있다. 약 4만 명의 패트론이 지난 1972년 이미 마감됐고 사망자가 생겨야만 보충한다. 1978년과 2000년 일부 결원자를 충원했지만 순식간에 종료됐다. 그 이후로 추가 패트론을 선발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패트론들은 보통 4라운드 입장료로 200달러를 내면 된다. 그러나 암표상들에게 흘러나온 입장료는 4000달러를 호가할 정도로 고가에 거래된다. 오거스타는 패트론들로부터 매년 입장료로 총 8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패트론 제도를 폐지하고 최소한 1000달러만 받아도 그 5배인 4000만 달러 수입을 챙길 수 있다.이쯤 되면 마스터스는 대회를 통해 전혀 돈을 벌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자선사업은 아니더라도 골프 발전에 기여하는 대단한 후원가 정도로 여겨진다. 과연 그럴까.대답은 ‘노(NO)’다. 마스터스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뒤집은 ‘역발상 마케팅’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오거스타는 철저한 ‘프라이빗 명품 마케팅’으로 자신들의 상품 가치를 무한대로 끌어올렸다.오거스타골프장은 전설적인 골퍼 보비 존스가 1930년 은퇴하면서 설립됐다. 1934년부터 연례 대회가 시작됐지만 마스터스로 대회 이름이 바뀐 것은 1939년부터이며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1945년에는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오거스타는 최상의 코스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10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7개월 정도만 개장하고 남은 기간은 문을 닫는다.오거스타 회원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제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없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회원 가입을 희망했다가 ‘퇴짜’를 맞은 일화는 유명하다. 현재 회원은 300명 안팎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인원이나 면모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지난 2002년 USA투데이가 공개한 일부 회원 명단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아이젠하워가 유일했고 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과 잭 웰치 전 GE 회장,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포드자동차 설립자의 손자 윌리엄 클레이 포드 시니어 등과 프로골퍼 출신으로 잭 니클로스,아널드 파머 등이 포함됐다.1990년부터 흑인도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여성 회원은 단 한 명도 없다. 2003년 전미여성단체연합(NCWO)의 마사 버크 회장이 클럽의 남성전용 회원제가 남녀차별이라고 항의하고 후원 기업과 중계권자인 CBS에 후원 및 중계 중단 압력을 넣었지만 오거스타는 요지부동으로 금녀전통을 고수했다.‘시장 논리’를 거스르고 있는 오거스타는 어떻게 수입을 올리는 것인가. 오거스타는 돈 보다는 명예를 먼저 생각했다. 대회의 권위를 올려놓으면 돈은 자연스레 따라 온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오거스타의 ‘명품 마케팅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돈을 벌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대회 상금과 운영 경비는 충분히 뽑고도 남았다. TV 중계권료, 입장권 수입보다 갤러리들이 1주일간 구입하는 기념품 판매 수입이 더 컸다. 오거스타는 대회 시작 전에 대회 총상금을 정하지 않는다. 매년 나오는 수익금에 따라 상금 규모를 결정한다.보통 유명 대회들이 상금 규모를 늘려 권위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매년 상금액을 올려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오거스타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다른 경쟁 메이저 대회의 상금액이 아무리 높아도 상금액 결정 방법이 정해져 있고 미리 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마스터스는 지역 경제에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준다. 인구 20만 명 정도의 소도시인 오거스타는 마스터스 기간 동안 벌어들인 수입으로 1년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들은 대회 기간 집을 렌트해 주고 플로리다 등으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대회 측이 추산한 마스터스의 가치는 1억 달러다.그러나 마스터스 경제학이 계속 성공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마스터스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마스터스는 대회 기간에 주요 기업 최고 경영자와 정계 인사 등 유명 인사들이 연례적으로 들러 각종 파티를 즐기며 비즈니스를 하는 고급 비즈니스 무대였다.그러나 올해는 경제위기로 인해 이러한 기업들의 행사가 최대 50%까지 격감했다. 특히 정부로부터 850억 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보험사 경영진들이 회사가 파산지경에 이른 작년 10월 유명 휴양지에서 호화 행사를 개최했다가 의회 청문회에서 호된 질책을 받은 뒤 사치스럽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행사는 모두 취소해 타격은 더 커졌다.파티를 열어온 고급 주택들의 렌트비는 통상 2만5000달러였으나 1만6000달러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 채우지 못했다. 매년 400여 집을 렌트한 한 대행업체는 300여 집을 헐값에 간신히 대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VIP들만 전문적으로 가이드를 한 여행사는 지난해 20여 개의 큰 회사들을 맞았으나 올해는 1군데도 신청받지 못했다.‘꿈의 무대’로 불리는 마스터스가 ‘경제한파’의 영향에서도 그동안 고수해온 ‘명품 마케팅’을 유지해가며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도 또 다른 측면의 ‘마스터스 관전법’이다.마이애미(미국)=한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