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이스타항공그룹 회장

스타항공이 국내 저가 항공시장에 연착륙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1만9900원에 한정 판매한 7000좌석이 동이 나고 비수기임에도 1,2월 김포∼제주 노선 탑승률이 90%를 넘어서는 등 거품을 뺀 가격으로 저가 항공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1기인 보잉737 기종도 연내에 3호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새만금 관광수요를 겨냥한 군산∼제주 노선도 새로 문을 열었다. 한성항공의 실패 이후 국내에서는 저가 항공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형성되는 와중에 예상 밖의 성공으로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상직 이스타항공그룹 회장은 “최신형 기종과 거품을 걷어낸 경영 마케팅을 통한 가격경쟁력이 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다”며 “국내 노선 확대를 시작으로 동북아 관광수요가 가장 많은 한국∼중국∼일본 노선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정비 비용이 기존 대형사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데다 불필요한 마케팅을 과감히 줄인 덕분이다. 선발 저가 항공사들은 불필요하게 자체 정비인력과 추가 엔진을 보유하는 등 기존 항공사의 경영을 답습해 실패했다. 이 경우 비행기 한 대당 약 300억 원의 예비비가 필요하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미국의 대표적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정비를 스위스의 세계적 회사에 맡겼다. 덕분에 보잉 737기준 100명이던 정비 관련 인력이 50명으로 줄었다. 승무원 유니폼도 동대문의 한 업체에 맞춰 거품을 제거했다.”“가격경쟁력과 함께 서비스의 질도 중요하다. 과거 저가 항공사들은 국내 고객들의 거부감이 큰 프로펠러형을 들여온 게 패착이다. 이스타항공의 기종은 현재 김포∼제주에 투입된 국내 항공기 중 가장 최신 기종이다. 비행기 내부도 기존 항공기와 다르게 꾸몄다. 추억이 될 수 있는 여행이 되도록 1호 비행기의 애칭을 ‘스카이’로 정해 실내를 구름 별 등으로 장식했다. 조만간 들어올 2호기의 콘셉트는 스페이스로 정하는 등 각 비행기별로 테마를 뒀다.”“대형사들의 저가 항공 시장 진입은 방어용 성격이 강해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과거 미국 대형항공사들도 저가 항공사의 출현을 막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대부분 실패했다. 대형 항공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후발 항공사들의 김포공항 국제노선 이용 제한 규제 등을 유지하고 싶어하는데 이는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내외 여행이 크게 늘어날수록 저비용 항공시장이 급팽창하는 것은 세계적 대세다. 내년 1분기에 국제노선 투입을 계기로 동북아 항공시장에도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다행히 1호기는 원화 베이스로 구입해 환율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2호기부터는 달러로 결제를 했고 3호기는 달러 베이스 리스형태로 들여올 예정이다. 유가 하락분이 환율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로 항공제조사들도 재고 부담이 커지고 있어 리스 수수료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점도 도움이 되고 있다. 20008년 초 월 2만7000달러 수준이던 리스비용이 최근에는 2만 달러 안팎까지 떨어졌다. 유가와 리스료 인하분이 오히려 환율 부담보다 더 클 정도다.”“길이 뚫리면 사람은 다니게 돼 있다. 새만금 공사가 올 연말 완공되면 서해안 벨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를 것이다. 새만금 자체가 관광 콘텐츠다. 개발하기에 따라 동북아의 두바이로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한·중·일 노선에 대한 오픈 스카이가 시작되면 일본과 중국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미 중국 춘추항공과 민간항공사 최초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스케일을 좋아하는 중국 관광객의 속성을 감안할 때 33km에 달하는 새만금이 충분히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기존 동해안 중심의 국내 관광수요도 새만금 무주 변산반도 백제유적지로 이어지는 서해안벨트로 옮겨올 것이다.”“올해는 기본 투자규모가 크게 때문에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다만 예상보다 탑승률이 높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오는 5월 3호기까지 들어오면 내년부터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현재 관리를 맡고 있는 스위스의 SR테크닉은 글로벌 3위의 정비업체다. 과거에는 법률상 ‘인하우스’ 정비가 불가피했지만 현재는 아웃소싱이 가능하다.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이 아니라 정비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기종을 처음부터 737로 택한 것도 안전을 염두에 둔 것이다.”“사장과 부사장으로 조종사 출신을 영입했다. 마케팅과 경영은 직접 챙긴다. 행주산성에 가면 3000원짜리 국수집이 있는데 점심시간에는 오후 2시까지 식당 밖에 줄이 서 있다. 단순히 싸서 고객이 몰리는 게 아니다. 핵심은 맛이 있다는 것이다. 저가항공의 낮은 가격은 첫 번째 경쟁력이 아니라 두 번째 유인책에 불과하다. 결국은 다른 서비스산업과 마찬가지로 질이 중요하다. 직원들에게 ‘추억을 팔아라’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공한 저가 항공사 CEO가운데 항공 전문가 출신은 전무하다. 오히려 비행기에 대해 백지상태인 경영인들이 고정관념 없이 소비자 시각에서 접근하기 용이하다.”이스타항공그룹 회장동국대 경영학과고려대학교 경영학 석사현대증권 펀드매니저케이아이씨 대표케이아이씨그룹 총괄회장글 김형호 한국경제신문 기자·사진 이승재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