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무악오페라단장
는 5월 7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특별한 오페라가 공연된다.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인 ‘피델리오’가 무대에 오르는 것. 120명의 합창단이 동원될 정도로 워낙 스케일이 장대해서 세계적으로도 볼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오페라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이번 공연을 맡은 무악오페라단의 김정수 단장은 다소 이채로운 인물이다. 대개의 오페라단장이 예술인 출신이지만 김 단장은 기업인이다. 제주도에 위치한 ‘테디밸리 골프 & 리조트’와 ‘테디 베어 뮤지엄’을 경영하고 있다. 수익을 추구하는 CEO와 아름다움을 지상 과제로 여기는 오페라단장이라는 이 매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 단장의 대답은 명쾌하다.“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오페라단의 최대 문제는 재정입니다. 이를 타개하는 오페라단은 장수하고 그렇지 않으면 단명합니다. 무악오페라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예술은 예술인이, 경영은 경영인이 운영하는 체제를 선택했습니다.”김 단장이 구상하는 ‘장수의 비결’은 강력하고 폭넓은 후원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페라단들이 공연을 할 때마다 후원기업을 찾느라 동분서주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장수’를 장담할 수 없다고 김 단장은 말한다. 그보다는 수백 명 또는 수백 개의 기업을 후원자로 끌어들여 상시적으로 운영한다면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확보된 후원자는 100명가량이지만 장기적으로 수천 명 정도까지 모은다는 목표다.“후원자에게 돈만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후원금에 상당하는 티켓을 선물합니다. 대부분 기업인인만큼 직원들이나 고객들이 이 티켓을 이용할 테고 그러면 오페라 인구의 저변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후원자 모으랴,오페라 저변 넓히랴 동분서주하는 김 단장이지만 기업인으로도 바쁠 텐데 왜 골치 아픈 단장직까지 맡았느냐고 묻자 “그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내가 하면 더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 정도가 이유라면 이유였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이 있었다. 예술이 주는 감동을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게 하는 것, 그의 꿈은 거기에 있었다.“오페라는 어렵다는 선입견을 많이들 가지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페라의 주요 테마는 사실 ‘신파’입니다. 뭐가 어렵습니까. 뮤지컬보다 오히려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더 많은 만큼 일단 오페라를 접해 보면 누구나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이번 ‘피델리오’ 공연은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작품을 하자’는 무악오페라단의 신념이 낳은 선택이다. 특히 해외에서 피델리오 전문 성악가들을 초빙할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에 공을 들였다. “절망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베토벤의 음악정신이 살아있는 ‘피델리오’ 공연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게 김 단장의 소망이다.글 변형주·사진 이승재 기자 hjb@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