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한라산 정상에 올라 백록담을 보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 날씨 탓에 정상에서 백록담 간판만 보고 하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초 임직원들과 제주도 한라산 등산에 나선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에게는 운이 따랐다. 궂은 날씨와 구름 탓에 백록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정상에 올라선 순간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자 백록담이 겨울 자태를 드러낸 것이다. 윤 사장은 “올해 무슨 좋은 일들이 있으려나”하면서 산을 내려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올 들어 아시아나항공에 상복이 터졌다. 연초 국내 항공사 가운데 최초로 미국 항공 전문지 ATW(Air Transport World)에 의해 ‘올해의 항공사’로 선정된 데 이어 국내에서도 ‘고객만족경영 대상’ ‘노사협력부문 대상’ ‘서비스혁신 대상’ 등 기업 부문 각종 관련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윤 사장은 한동안 각종 시상식에 참여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였다. 윤 사장은 특히 국제 항공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ATW ‘올해의 항공사’로 선정된 데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보였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수상에 놀란 싱가포르항공은 최근 교육프로그램 참관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방문하고 돌아갔다. 윤 사장은 “미국의 항공업계 전문지 편집인들이 서비스뿐 아니라 안전 경영 재무 발전기여도를 종합평가해서 수여하는 상으로 사실상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외형을 제외하고 서비스나 안정성 등에서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아시아나항공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40억 엔 규모의 ABS(매출채권 유동화 증권) 발행에 이은 500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 발행, 1000억 원 규모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 경기침체에 대비해 공격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항공수요 감소 여파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윤 사장은 “유가는 전년에 비해 크게 하락했지만 환율과 수요침체가 실적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자금을 공격적으로 조달하는 이유는 2분기 이후 시장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성격”이라고 설명했다.“아시아나의 기내 및 공항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Skytrax가 지정한 오성(5star) 항공사로서 서비스 재무 안전운항 부분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특히 지난해 유례없는 고유가와 고환율 환경 속에서 재무부문이 큰 빛을 발했습니다. 2005년부터 매분기 항공유와 달러 소요량의 일정 비율을 헤지해 왔는데 덕분에 타 항공사에 비해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서부 텍사스중질유(WTI) 기준으로 유가가 1달러 하락 시 연간 141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환율도 달러당 10원 하락 때마다 78억 원의 손익개선 효과가 있을 정도로 항공사업은 유가와 환율에 민감합니다. 올해 환율은 1200원,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로 잡았는데 현재 환율은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고 유가는 다소 낮은 수준입니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환율도 1100원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유가는 현재 수준보다는 다소 오를 것으로 예상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아시아나항공의 역사에서 인적 구조조정은 없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인적 구조조정 대신 안식휴식과 같은 잡 셰어링으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1998년에 굉장히 어려웠는데 이런 방식으로 일자리를 지켰고 1999년에 유례없는 흑자를 기록하면서 임직원들이 큰 성취감을 맛봤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자발적 잡 셰어링 형태로 극복해나갈 생각입니다. 임직원 누구든 경영에 대한 제안을 할 수 있는 비상경영제안제도를 새로 도입한 것도 함께 이번 위기를 헤쳐 나가자는 취지입니다.”“2000년대 초반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노사담당 임원을 하면서 노사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몸소 체험했습니다. 다양하면서도 강한 요구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노사관계의 기본은 신뢰인데 이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투명경영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단 경영자나 노조 모두 원칙을 지켜야한다는 전제 하에 신뢰구축이 가능합니다. 사내의 다양한 복지시설이나 임직원들이 함께하는 사회공헌활동 등도 회사에 대해 자긍심을 갖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운수권이라는 제약상 업력이 오래된 경쟁사에 비해 국제 노선확대에 제약이 따르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오픈 스카이가 추세인 만큼 운수권에 기반한 기득권은 점차 사라지고 서비스나 안전성 등 항공사 고유의 역량으로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노선별로는 현재 경쟁사에 비해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중일 골든트라이앵글 노선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신규노선도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오는 6월부터 일본 시즈오카에 이어 중국 황산과 무단장도 취항할 예정입니다. 뉴욕도 6월부터 주 4회에서 매일 노선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아시아나항공이 투자한 에어부산은 저가 항공사라기보다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항공사 개념입니다. 부산지역 상공인들이 지역 항공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해 아시아나항공을 최대주주이자 파트너로 초청한 것입니다. 사업성공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기존 김포-부산노선을 에어부산으로 대체한 전략과 부산지역 상공인들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성공적인 지역 항공사로 연착륙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현 추세라면 취항 3년 내 흑자시현 목표가 충분히 가능할 전망입니다.”“상반기는 수요 감소와 환율로 인해 고전하고 있습니다. 계절적 성수기이고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는 3분기부터 눈에 띄는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그동안에는 철저하게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자체 소유항공기와 임대 비중이 1 대 1인데 이런 구조가 최근과 같은 불황기에 유연한 대처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 여객기와 항공기 각각 한 대씩을 반납, 수요 감소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임대 비행기 계약도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적절히 혼합한 덕분에 헤지가 되고 있습니다.”“금호생명 지분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주가하락의 골이 깊기 때문에 굳이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ABS는 그동안에도 해왔던 방식인데다 일본의 저금리를 활용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BW는 항공사업 특성상 매출채권이 별로 없다보니 택한 방식입니다. 5월에 대한통운 유상감자 대금 7113억 원이 들어올 예정인데 전액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입니다. 금호생명과 대우건설 지분매각까지 추진되면 연간 1조 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이 가능해져 월 50억 원의 이자비용 감소효과를 보게 되는데 재무 안정성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항공업의 특성상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효율적 연료 소비로 경영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운항계획과 실제 연료 소모량 차이의 실적 통계분석을 통해 최적연료 탑재를 한다든지 기내 탑재물의 경량화 작업과 엔진효율을 위한 정기 세척 등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해외 출장 시 온실가스 상쇄비용을 출장신청서에 기재하는 방식의 자체 탄소상쇄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뉴욕출장의 경우 1인당 2만2227원, LA의 경우 1만6859원 등 거리에 따라 차등 적립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시행 5개월 만에 벌써 4000만 원이 쌓였습니다. 적립금은 그린에너지 등에 관련된 분야에 쓰일 예정입니다.”아시아나항공 사장아시아나항공 관리본부장금호타이어 구주본부장금호타이어 노무담당 상무서울대 기상학과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