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매로 반값에 집 산다’

테크 심리가 꽁꽁 얼었다. 주식은 말할 것도 없고 펀드, 부동산 등 자산들의 가격이 폭락하고 있으니 투자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투자할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어렵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요즘처럼 투자에 적당한 때가 없다. 자산 가격이 떨어져 있어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투자의 제1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경매는 불황기에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하는 투자 대상이다. 물량도 많이 나오고 가격은 평소보다 더 싸다. 요즘이 바로 그런 때다. 시세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물건들이 쌓이고 있다. ‘나는 경매로 반값에 집 산다’는 이 점에 주목한다.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경매 물건을 가려내는 안목을 높여주고 최적의 투자법을 소개한다. 입문서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실제 경매 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이 책도 경매 투자의 매력인 저가 취득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락기일수록 저가 취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경매는 가격 하락기 집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요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동산 대폭락 시대에는 바로 경매가 답이라고 강조한다.경매 관련서들은 종종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손만 대면 당장이라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고수익은 늘 고위험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경매도 마찬가지다. 잘못하면 수익은 고사하고 쪽박을 찰 수도 있는 게 경매다. 책은 이 대목에서 시작한다.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경매 투자의 첫걸음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경매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유치권, 지분 등기 등 어렵고 복잡한 특수 물건은 분명 경쟁자가 적고 권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여러 번 유찰돼 실제 매매가보다 훨씬 저렴한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특수 물건을 낙찰 받아 명도에 성공하면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상당수 도서들과 경매 강좌들이 이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이 때문에 이 책에는 낙찰 후부터 시작되는 진짜 경매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다. 가령 낙찰 후 해당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가구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라고 그냥 넘어갔다가는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일반인, 특히 경매 입문자들이 쉽게 이런 물건에 접근하면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대신 저자는 내 집 마련의 목적이라면 얼마든지 좋은 물건이 널려 있다며 권리관계가 깨끗하고 유망한 물건 고르는 법을 제안한다. 물건별로 포인트가 다르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령 아파트 낙찰가는 주변 시세의 90%를 넘지 않아야 수익이 나고 상가는 가격보다는 준공된 지 10년 미만인지 여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고 설명한다.유리한 조건으로 낙찰을 받을 수 있는 노하우도 공개하고 있다. 입찰가는 최대한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이 좋다. 1억5000만 원이 아니라 1억5125만 원으로 해야 낙찰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유치권이 신고된 물건이라도 미리 외면할 필요는 없다.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허위 유치권’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등기부등본 권리 분석법을 담은 동영상 콤팩트디스크(CD)와 디지털태인의 경매 정보 제공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가정주부들이 1년에 한두 번만 낙찰에 성공해도 남편 1년 연봉은 충분히 뽑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키포인트다.나는 경매로 반값에 집 산다 황지현·송창섭 지음한국경제신문, 244쪽, 1만3800원변형주 한경비즈니스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