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인데다 북한산을 낀 쾌적한 주거 환경은 물론 최근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의 유치 등으로 우수한 교육 환경도 갖췄다.울 강북 지역의 핵심 블루칩으로 손꼽히는 은평뉴타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중이던 2004년 은평구 진관동, 구파발동 일원 349만5248㎡(약 105만7000평)를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시행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옛 도시개발공사)가 맡았다.개발 면적은 1~3지구를 모두 합쳐 330만㎡(100만 평)가 넘고 건립 가구 수는 1만6172가구(임대 4835가구, 분양 1만1337가구)에 이른다. 하지만 평균 용적률은 경기도 판교신도시보다 20%포인트 낮은 140%에 불과한데다 녹지율도 6%포인트 높은 42%여서 쾌적하다. 게다가 주변에 북한산과 진관·갈현·서오릉 공원 등을 끼고 있어 서울에서 최고 수준의 친환경 단지로 손색이 없다.하지만 명품 신도시를 만들려는 욕심이 과했던지 사업 추진 단계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고분양가 논란이 대표적이다. 2006년 9월 은평뉴타운의 첫 일반 분양을 앞두고 SH공사가 발표한 분양가는 3.3㎡당 최고 1523만 원에 달했다. 특히 2006년 하반기 집값 거품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이 같은 고분양가가 주변의 집값을 부추긴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이 대통령의 뒤를 이어 서울시를 맡은 오세훈 시장은 결국 후분양제 도입과 분양 원가 공개 등을 통해 성난 민심을 달래야 했다.사실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은 무리한 일정 강행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1지구의 경우 2004년 4월에 보상을 시작해 1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은평뉴타운의 대지 비율이 40%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대지는 임야나 전답 등과 달리 땅주인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보상이 어렵다. 판교의 경우만 보더라도 대지 비율은 6%에 불과했으나 보상 기간은 2년이나 걸렸다. 특히 토지 보상 가격도 은평이 판교에 비해 약 3.5배나 비쌌다.고분양가 논란이 있은 지 1년이 지난 2007년 12월 서울시와 SH공사는 당초에 비해 10%가량 인하된 분양가로 1지구에 대한 일반 분양에 나섰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총 1266가구 모집에 1만4434명이 1순위 청약에 참여해 11.4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물론 분양 직전 수십 대 일에 달할 것이라던 일반의 예상에는 다소 못 미쳤으나 어쨌든 일부 평형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구에서 정원을 채웠다.작년 8월 1지구 잔여 물량과 2지구A공구에 대한 일반 분양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총 402가구에 대한 1순위 청약에서 모두 4210명이 신청, 평균 10.4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점차 깊어져 가고 있던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여기에는 2지구 물량 자체가 워낙 적었던 이유도 있었다. 2007년 말 1지구 일반 분양 전 실시한 특별 분양에서 3338명에 달하는 대상자들이 대거 2지구(1지구 1172가구, 2지구 2166가구)로 몰렸다. 당시 SH공사는 1~3지구 내 원주민 등 특별 분양 대상자를 한꺼번에 모아 1지구나 2지구 중 아무 지구에나 신청할 수 있도록 했었다. 결과적으로 구파발역과 가까운 2지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현재 은평뉴타운은 1지구와 2지구A공구의 분양까지 마치고 올해 2지구B, C공구와 내년 3지구의 분양을 남겨 놓고 있다.오는 3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은평뉴타운 2지구B공구에서는 1562가구 중 599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83~215㎡로 구성됐으며 동부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시공을 맡았다. C공구에서도 총 1803가구 중 750가구가 B공구와 같은 시기에 분양된다. 두산건설과 금호건설이 공동으로 시공한다.1지구는 작년 6월 이미 입주했으며 2지구A공구는 2월부터 집들이를 시작한다. 2지구의 나머지 공구들도 올 하반기부터 입주가 잇따를 예정이다. 현재 공사가 한창인 3지구(6378가구)는 내년 3월 이후부터 입주 일정이 계획돼 있다.이처럼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은평뉴타운 사업이 벌써 7부 능선을 넘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이 일대 아파트 거래 시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최근 이 일대 부동산 중개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거래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사실상 사라졌다. 현지 중개업소에 나온 아파트 매물의 시세는 분양가보다 웃돈이 2000만∼3000만 원가량 붙은 수준으로 양도소득세 등 거래비용을 빼면 집을 팔아도 사실상 시세 차익을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다.은평구 진관동 상림마을(1지구) 내 7단지 아이파크 102㎡의 현재 시세는 3억7000만~3억8000만 원선. 당초 분양가가 3억5000만 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이 아파트가 미국발 금융 위기가 본격화되기 1개월 전인 작년 8월만 해도 최고 7억 원까지 거래됐었다. 몇 달 새 3억 원 이상 폭락한 셈이다.중·대형 아파트는 더욱 심각하다. 은평뉴타운 12단지 롯데캐슬 135㎡는 분양가가 6억6000만 원이었지만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웃돈이 최소 2억 원 안팎 붙어 있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현재 분양가 수준으로 떨어져 사실상 ‘제로 프리미엄’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10월 1지구 내 같은 규모의 아파트는 8억4618만 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이 같은 사정을 반영하듯 작년과 올해 7월까지 공급됐던 1, 2지구 일반 분양 아파트 중 계약이 이뤄지지 못한 124가구를 대상으로 작년 말 실시한 재분양에서도 46%인 57가구가 단 1건의 청약 신청도 받지 못했다. 당초 미계약분은 137가구였으나 예비 당첨자 131명이 추가 계약 기회를 얻어 13가구만 팔리고 124가구는 주인을 찾지 못했었다. 이렇게 보면 결국 이번에 미달된 아파트는 세 번이나 ‘퇴짜’를 맞은 셈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평뉴타운의 미래 가치를 의심하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서울 도심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인데다 북한산을 낀 쾌적한 주거 환경은 물론 최근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의 유치 등으로 우수한 교육 환경도 갖췄다. 서울지역 첫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는 하나금융지주가 전액 투자해 최근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달 착공해 오는 11월께 신입생 모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고는 개교 첫해 1학년 8개 학급으로 시작하며 학급당 학생은 25명으로 결정됐다.이 같은 은평뉴타운의 성장성은 최근 중심상업지구 조성 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법인 설립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2012년까지 구파발역 인근 5만385㎡를 3개 블록으로 나눠 상업, 업무시설과 문화시설 등을 짓는 이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만 1조3217억 원에 달한다. 주상복합아파트(486가구)와 함께 호텔(메리어트호텔), 대형 마트(롯데마트), 쇼핑몰(롯데쇼핑), 영화관(롯데시네마), 편의점(GS25) 등이 들어온다.최근 극심한 경기 침체로 대형 PF가 ‘올 스톱’ 위기에 놓였지만 이 사업만큼은 PF의 초기 단계인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 Project Financing Vehicle) 설립에 성공했다. 사업에 참여한 현대건설 등 건설사와 은행들은 설립 자본금인 700억 원을 전액 납부했다.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최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은평뉴타운이 서울 서북권의 핵심 블루칩이란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 분양가 이하로는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실수요자라면 올 상반기 중 좋은 물건을 골라 투자하더라도 나중에 큰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호기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기자hglee@hankyung.com은평뉴타운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