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한미약품
기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투자 대안 중 하나는 역시 경기 방어주를 선택하는 것이다. 경기 흐름과 일정 정도 무관하게 산업 자체의 구조적인 수급 요인에 따라 실적의 안정성이 유지되는 업종과 종목이 여기에 해당된다. 여기에다 유가나 환율 등 외부 변수에도 민감하지 않다면 금상첨화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는 “어차피 지금은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게임”이라며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고 할지라도 결국 잃지 않고 버텨야 나중에 상승장이 펼쳐질 때 남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불확실한 경기 여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산업을 꼽으라면 제약 산업을 결코 빼뜨릴 수 없다. 김지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고령화 진전, 만성 성인 질환 치료제에 대한 수요 증가가 국내 제약 시장 성장을 기본적으로 견인하고 있다”며 “타 산업에 비해 경기, 유가, 환율 등의 변수에 민감하지 않아 현재와 같은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의 투자 대안 업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약 업종 가운데서도 시장성 높은 신약과 블록버스터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면서 매출 규모가 큰 제약 업체들의 중·장기적인 영업 전망이 밝다”며 한미약품을 유한양행 동아제약 등과 함께 톱픽스(최선호 종목)로 꼽았다.실제 바이 사이드에 있는 펀드매니저들도 최근 대형 제약주 가운데 유독 한미약품에 많은 눈길을 주고 있다. 여의도의 한 펀드매니저는 “유한양행이 제약 업종 대표 가치주로 주목을 받아 왔지만 한미약품도 국내 제네릭 시장의 최강자라는 점과 글로벌 시장을 가장 공격적으로 노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기 투자 매력에서 결코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한미약품 주가는 최근 기관들의 적극적인 매수세로 2008년 10월 말 저점에서 벌써 두 배 가까이 급반등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주가는 지난 2007년 말 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데다 중·장기적인 실적 전망도 좋아 앞으로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그렇다면 한미약품의 주식으로서의 가치를 하나하나 분석해 보자. 한미약품은 제약 업체 중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단기간에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구가하며 업계 2위권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간 저력이 있는 기업이다. 1973년 임성기제약으로 출발한 한미약품은 1988년 기업공개를 하면서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짧은 역사에서 오는 인지도 부족은 이 회사가 부딪치는 가장 큰 장벽이었다. 실제 1990년 초까지만 해도 한미약품은 중소형 제약사에 불과했다. 당시 매출은 300억 원대로 동아제약의 6분의 1, 유한양행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이 회사는 1999년 의약 분업을 계기로 급성장의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의약 분업 후 제약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가 약 처방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인데, 한미약품은 이 같은 시장의 변화를 재빠르게 읽고 처방약(ETC) 중심의 신제품을 신속하게 출시하면서 시장 흐름을 선도해 나갔다. 이런 민첩한 대응 덕분에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 회사는 매년 20%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2003년 사명을 한미약품으로 변경하면서 이 회사는 제2의 도약을 시도했다. 당시 한창인 제네릭 시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량 신약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유한양행 동아제약 등 경쟁사가 제네릭 영업을 강화하면서 제네릭 시장에서 한미약품의 헤게모니가 손상될 위기에 처하자 이에 대한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다. 2004년 개량 신약으로 선보인 ‘아모디핀(고혈압 치료제)’ 출시 2년 만에 매출 400억 원을 돌파하며 국내 의약품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이렇게 시대의 흐름을 읽고 효과적으로 대응한 결과 한미약품은 2007년의 경우 매출 5160억 원으로 전체 제약사 중 2위를 기록했다.한미약품의 사업 부문은 크게 ETC와 비처방약(OTC), 수출로 이뤄져 있다. ETC 사업은 이 회사의 핵심으로 전체 매출의 79%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 전체의 성장도 ETC 부문이 견인하고 있다.한미약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국내 최고 수준의 개량 신약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량 신약은 개발 기간이 기존 신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고 그만큼 비용도 적게 든다. 반면 효능은 기존 신약과 유사하거나 더 우수하다. 한미약품은 제약 전문 업체들 가운데(대기업 계열 생명공학회사 제외) 연구·개발(R&D)에 많은 돈을 투입한 결과 자체 개발 개량 신약을 가장 많이 보유한 제약 회사가 됐다. 실제 이 회사의 2008년 상반기 기준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LG생명과학에 이어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개량 신약 개발은 해외시장까지 겨냥하는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비만 치료제 ‘슬리머’, 항혈전제 ‘피도글’, 항궤양제 ‘에소메졸’ 등은 해외시장까지 겨냥해 개발한 대표적인 개량 신약이다. 더구나 최근 정부는 개량 신약 우대법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한미약품에 커다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8년 9월 개량 신약의 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약가를 개발 목표 제품 약가의 90%까지 인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신의료기술 등의 결정 및 조정 기준을 개정, 공포했다. 이에 따라 단순 복제약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던 개량 신약이 단순 복제약 대비 유리한 약가를 인정받고, 등재 기간도 단축되게 된다. 삼성증권 조은아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은 당장 개량신약 우대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5개 개량신약을 2009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한미약품을 제외한 다른 업체는 아직까지 의미있는 개량신약의 파이프라인이 제한적일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조윤정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번 법안은 향후 개량 신약에 대해 종전 대비 높은 약가를 산정해 주고 신속한 심사로 발매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혜택을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라며 “국내 최대의 개량신약 개발 업체인 한미약품의 경우 최대 수혜 업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미약품의 개량 신약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최고 수준의 영업력 덕분이다. 국내 ETC 약품의 경우 오리지널과 제네릭 의약품의 영업 방식은 뚜렷하게 차별된다. 오리지널의 경우 종합병원을 상대로 마케팅을 전개하지만, 제네릭의 경우 동네 의원이나 소형 병원급을 상대로 하는 대면 접촉 영업이 효과를 발휘한다. 한미약품은 일찍부터 제네릭 영업에 적합한 대규모 영업 인력을 양성해 왔다. 2004년 개량 신약으로 선보인 ‘아모디핀’이 발매 2년 만에 400억 원대의 경이적인 매출액을 기록한 것도 이 같은 영업력이 보여준 쾌거였다. 그만큼 한미약품의 시장 침투력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한미약품은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의 성과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제약사로 알려져 있다. 1996년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를 설립할 당시만 하더라도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2000년대 초부터 생산 설비 마련과 어린이 의약품 시장이라는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진출한 다른 국내 제약사 현지법인의 실적이 아직도 시원치 않은 점에 비하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북경한미약품은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26%의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개량 신약 진출과는 별개로 개량 신약 원료 및 완제품의 수출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미 몇몇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선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일본에 이어 유럽에서도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영업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해외 매출은 2007년 5800만 달러에서 2008년 6800만 달러, 2009년 8000만 달러로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결국 한미약품의 향후 핵심 성장 동력은 국내 시장에서 차별화된 개량 신약 발매를 통한 실적 개선과 우수한 개량 신약을 앞세운 미국, 유럽 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완제품 진출, 계열사를 통한 중국, 일본 시장 내 성장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임진균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 산업이 내수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가장 선도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 글로벌화에 성공한 제약사”라며 “제약 업종 가운데 외국인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것도 이 같은 글로벌화의 성과를 인정받은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한미약품의 외국인 지분율은 24%로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이 회사 최대주주인 임성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26%)에 육박한 상태다.핵심 기반 기술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앞서 설명했듯, 이 회사는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R&D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최근 7년간의 연구 결과 지속성 단백질 개발 및 경구용 항암제 개발 관련 핵심 기술을 확보한 것은 한미약품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성과로 평가된다. 지속성 단백질 기반 기술은 기존 제제보다 3분의 1 용량 투여로 생체 내 반감기를 2~3배 이상 높여 체내 약효를 배가하는 기술로, 현재 이를 활용해 빈혈 치료제, 성장호르몬 등을 해외에서 전임상 개발 중에 있다. 또 이를 적용한 당뇨병 치료제, 심장질환 치료제 등 신약 제품들도 조만간 전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경구용 항암제 기반 기술도 기존 항암제의 단점인 주사제의 고통을 해소한 것으로, 현재 응용 신약이 모두 임상1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조윤정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은 국내 최고의 제네릭 의약품 합성 기술 보유 업체로, 최근 개발한 핵심 신약 기술 확보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신약 개발 부문에서도 향후 괄목할 만한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며 “이는 장기 성장 전망을 매우 밝게 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을 살펴보자. 대우증권이 국내 및 해외 경쟁사들의 실적과 비교해 추정 주가수익률(PER)을 산출한 후 한미약품의 신약 사업화 진척도 및 수익성 등을 고려해 산출한 2009년의 적정 PER는 11.6배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2009년 예상 실적 기준 PER 8.8배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므로 향후 최소한 33%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게 대우증권의 분석이다.임진균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제네릭 시장의 경쟁 격화와 대규모 신공장 건설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 부담이 있지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업계 구조 재편 과정에서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제약사로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경영진의 빠른 상황 판단과 의사결정, 과감한 추진력 등은 불확실성이 큰 영업 환경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멀리 보는 투자에 적합한 주식”이라고 덧붙였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