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부동산 저가 매물 쏟아진다” 기대감 형성

시 투자 격언 중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말이 있다. 이 투자 격언대로라면 미국 부동산은 지금이 매수 적기일 수도 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특히 주택 시장의 상황은 심각하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의 주택 거래량은 491만3000가구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6%나 감소했다. 이는 10년 만에 최대의 감소 폭이다. 문제는 주택 거래 침체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 주택 시장을 평가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케이스-실러 지수는 현재 미국 주요 도시의 집값이 10~30% 과대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휴양지로 유명한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와 애리조나 주 피닉스는 집값이 적정 수준보다 13% 과대평가돼 있으며 일리노이 주 시카고는 11%, 탬파는 9% 정도 집값이 고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LA)는 6%, 워싱턴DC는 5% 정도 적정 수준보다 집값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지역은 앞으로 5~10% 정도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미 상무부가 지난 8월 20일 발표한 자료를 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7월 미국 신규 주택 착공 실적은 전국적으로 96만5000건으로 집계돼 한 달 전(108만4000건)보다 11%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1991년 3월 92만1000건의 착공 실적을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단독주택 건설 허가 건수도 심각한 경기 불황을 겪었던 1981~82년 이후 최저치인 58만4000건에 불과했다.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미분양 물량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6월 말 기준으로 완공된 신규 주택이 팔리는 시간은 8.4개월로 지난 25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따라서 이런 상황에선 부동산 투자로 예전과 같은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2~3년 전과 같은 큰 폭의 시세 차익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실수요로 접근하면 미국 부동산의 매력은 아직도 유효하다. 루티즈코리아의 이승익 대표는 “미국 부동산의 가장 큰 매력은 언제인지 정확히 예단할 수는 없지만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면서 “관련법이 잘 정비돼 있는 등 시장이 투명하다는 점도 중요 포인트”라고 지적한다.이와 관련,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올 하반기쯤 부동산의 저가 매수 타이밍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투자책임자 밥 돌 부회장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번 위기는 ‘신용 위기 끝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최근의 상황은 반대로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이 발생한 이후 독자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대부분이 정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에는 미국 집값 하락세가 조금씩 진정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통계도 간헐적으로 발표되고 있다.일례로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가 조사한 2분기 주택 거래량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변동률은 지난 6월 이후 조금씩 안정세를 기록 중이다. 주택 판매 추이를 나타내는 잠정 주택 판매지수도 6월 들어 5.3%가량 상승했다. 월가의 예상치 1%를 웃도는 수치다.미국 집값의 선행지수 역할을 하는 12개월물 평균변동(12MTA INDEX)의 금리가 바닥을 찍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2MTA 인덱스는 모기지 이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미국에서 집을 살 때는 거의 대부분 장기로 원금과 이자를 납부하는 모기지가 사용된다. 자기자본을 100% 들여 집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이 중 80% 이상이 변동금리 상품인 ARM 인덱스를 선택하고 ARM 인덱스의 금리를 결정하는데 있어 12MTA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2000년까지 6%대를 기록하던 12MTA 인덱스 금리가 빠르게 내려가면서 미국 부동산 값은 반대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집값이 폭락하면서 금리는 3%, 5%로 상승했다. 다행히 7월 현재 12MTA 인덱스 금리는 2.855%로 다시 떨어지는 모습이다. 김진성 마이리얼티 대표는 “2003~04년과 비교해서는 아직도 높지만 금리가 다시 내리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집값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장기적인 전망도 긍정적이다. 최근 하버드대 주택연구센터가 펴낸 ‘2008 미국 주택 시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 주택 시장은 심각한 불황기를 겪고 있지만 앞으로 10년 내 수요가 크게 늘어나 집값은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2010~20년의 기간 중 미국 내 가구 수는 매년 140만 가구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2~3년 사이 시장 위축에 따른 공급 감소도 집값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정연경 YK글로벌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매도자 위주 시장(Seller’s Market)에서 매수자 위주 시장(Buyer’s Market)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은 커다란 변화”라며 “자금 동원만 가능하다면 입지가 좋으면서 값이 저렴한 물건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국제 신용 평가 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이번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금융 조치 덕분에 “앞으로 미국 집값이 최고점이었던 2006년 7월 대비 4~8% 더 떨어지는 선에서 바닥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익 대표는 “미 금융 회사들이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연내 보유 중인 부동산을 대거 내놓으면 지표상으로는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겠지만 확실한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좋은 물건을 많이 구입할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라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그렇다면 어떤 투자 자세가 필요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한국에서와 같은 투자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학군이다. 아무리 미국 집값이 바닥을 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학 진학률이 높은 이른바 명문 학군은 집값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최근 유가 급등 여파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편리한 곳에 투자하는 것도 위험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가급적 다운타운에 위치한 직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좋다. 뉴욕, LA와 같은 대도시는 소유주가 미국에서 유럽 중동 중국계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마켓이라는 뜻이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조사 전문 기관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07년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된 외국인 자본은 총 522억 달러로 2006년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했다.구입 기준에 있어 또 다른 중요 포인트는 저가 매수다. 가급적 싸게 구입하라는 얘기다. 물론 입지가 좋은 곳을 사야 한다. 그래야만 향후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가 매수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투자 패턴은 미분양과 차압(Foreclosure) 물건 매각, 쇼트 세일이다. 우선 미분양은 말 그대로 분양 중 주인을 찾지 못해 헐값에 매각되는 물건을 말한다. 집값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초 시장에 나왔던 물건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주로 시 외곽 지역에 들어서 투자 가치가 큰 물건이 많지 않다는 것이 흠이다.주택 경기가 바닥을 기다 보니 은행에 차압된 물건도 크게 늘고 있다. 미국 차압 정보 사이트 리얼티트랙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은행이 압류한 주택이 7만7295가구로 작년에 비해 183%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인들이 대거 밀집해 사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7월에만 2만3406가구나 차압되는 등 물건 증가세가 뚜렷하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무려 100만 가구 이상이 차압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다. 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면 매각이 진행되는데 아무래도 차압된 물건이기 때문에 주변 시세의 70~80%선에서 매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은행 차압과 동시에 소유권이 넘어갔기 때문에 주택 관리가 소홀해진다는 것이 흠이다. 실제로 상당수 차압 주택들의 경우 주택 자체가 심각하게 파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근 차압으로 넘어가기 전 은행 및 전 소유자와 협의해 주택을 매각하는 쇼트 세일 물건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쇼트 세일로 팔면 전 소유주 입장에서는 차압에 따른 신용 등급 하락을 면할 수 있고 은행은 차압에 따른 가격 하락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쇼트 세일은 집값의 상당 금액을 미국 현지 금융 회사에 이체해야만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또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오랜 시간 협의를 해야 하며 은행권, 매수자, 매도자 중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이 깨지는 것이 흠이다. 쇼트 세일을 통해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는 20~30%에 불과하다. 외환은행 이종면 팀장은 “올 하반기 바닥을 치고 내년부터 가격이 재반등한다는 전망이 많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올 연말이나 내년 연초가 우량 주택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실수요와 투자를 넘나드는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미국 부동산의 최고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지난 7월 중 해외 부동산 취득(신고액 기준)은 154건 7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대다수의 지역에서 감소세를 기록한 가운데, 미국은 6월 47건에서 7월 67건으로 다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