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제이드 입이우텅 대표

Q: 임진왜란 중 선조가 피란을 갔을 때 먹을 것이 하도 궁해 한 백성이 올린 ‘묵’이라는 생선을 먹었는데 선조는 그 맛에 반해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한양으로 돌아온 선조가 다시 먹어보니 하도 맛이 없어 “도로 ‘묵’이라고 해라”고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 생선의 이름은?A: 도루묵.소주를 좋아하는 주당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어떤 문헌에서도 나와 있지 않은 ‘믿거나 말거나 식’의 비사(秘史)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도루묵의 유래에 귀 기울이는 것은 허구지만 내용이 그럴싸하기 때문이다.이런 식의 얘기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웃 중국에도 비슷한 얘기가 전해내려 온다.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가 송나라 황제인 흠종을 생포하자, 그의 동생인 조구가 남부 항저우로 도읍을 이전하고 휘호를 고종이라 했는데 역사가들은 이때를 북송, 남송시대라고 부른다. 광둥지방으로 피란 왔을 때 이 지역 주민들이 황제를 위해 갑작스럽게 음식을 만들어 진상했다. 마땅한 그릇이 없어 나무에 여러 집의 음식을 한데 모아 올린 것에서 유래된 광둥음식 ‘푼초이’는 이런 역사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도루묵과 마찬가지로 기원에 관해선 중국 정사(正史)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우리말로 직역하면 ‘나물 담는 그릇’이라는 뜻의 푼초이(盆菜)는 연말연시가 되면 집안 식구들이 한데 모여 큰 그릇에 야채 버섯 닭고기 생선 새우 등 여러 가지 요리를 넣고 찌개 끓이듯 익혀서 먹는 대표적인 광둥요리다.푼초이가 드디어 우리 식탁에 올라온다.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호텔 내 광둥요리 전문점 크리스탈 제이드는 8월 15일부터 9월 말까지 푼초이를 판매한다. 다양한 스타일의 음식을 자랑하는 광둥요리답게 푼초이 역시 그 속에 들어가는 재료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값도 천차만별이다. 마른 전복 등 고급 재료가 들어가면 음식 값이 1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오픈 3주년 기념행사 차 내한한 입이우텅(葉耀東) 크리스탈 제이드 대표는 “고객 맞춤형으로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푼초이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조만간 한국에서도 100만 원(3인 기준)짜리 최고급 푼초이를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크리스탈 제이드는 현재 아시아 11개 도시에 80개의 직영점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광둥요리 전문점이다. 1992년 친척이 운영하는 조그만 음식점을 인수해 오늘날 연매출 2000억 원의 싱가포르 최고 F&B 회사로 성장시킨 입 대표는 비결을 ‘타협하지 않는 품질 관리’로 요약했다. 그는 △세일즈를 위해 현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지 않으며 △비용 때문에 재료의 질을 낮추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운영 철학을 설명했다.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하거나 제조비용이 과하게 들면 다른 메뉴로 대체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들 두 가지 원칙은 절대로 어기지 않는다.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와 홍콩 영화배우 리밍은 최소한 1주일에 한 번씩 매장에 들러 음식을 맛보는 열혈 마니아며 이 밖에 상당수 유명 인사들이 크리스탈 제이드의 음식 맛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입 대표는 한국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며 조만간 가격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캐주얼 스타일의 매장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