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현아 HSBC은행 브랜드마케팅 총괄책임자

밀리 골프 대회는 가족 간의 화목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를 반영한 특화 마케팅 전략입니다. 가족처럼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HSBC은행의 전략이 담겨 있는 것이죠.”HSBC은행이 주관하는 ‘패밀리 챔피언십 골프대회’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화제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우선 참가 대상자가 가족으로 한정돼 있다. 게다가 은행 고객만 아니라 일반인도 대상으로 한 대회다. 하지만 1등 상금은 웬만한 프로 대회에 버금가는 5000만 원에 달한다. 3등 안에 들면 매년 상하이에서 열리는 유러피언 투어 HSBC 챔피언십에 갤러리로 초청된다. 이렇다 보니 매년 대회 3개월을 앞두고 시작되는 참가 신청 단계에서부터 북새통을 이룬다. 총 72개 팀이 참가한 지난해 참가 경쟁률은 무려 10 대 1에 달해 일부 참가자들은 ‘대학입시보다 높은 경쟁률을 뚫었다’며 자랑스러워하는 후기까지 남길 정도다.올해도 7월 7일부터 8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참가 신청 접수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HSBC은행의 브랜드마케팅 총괄책임자인 변현아 전무는 “은행 고객이나 일반인 대상의 골프 행사가 많다 보니 차별화를 위해 가족 콘셉트를 도입한 게 성공 요인”이라며 “신청 단계에서부터 경기가 열리는 날까지 고객이 조금이라도 HSBC만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그런데 정작 행사 진행을 책임지고 있는 변 전무는 골프 문외한이다. 그는 “핸디캡이 얼마냐는 질문을 받을 때 가장 당혹스럽다”며 “패밀리 챔피언십은 골프를 통해 HSBC은행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제가 골프를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8월부터 골프를 시작할 예정이란다.골프는 문외한이지만 변 전무가 맡고 있는 ‘패밀리 챔피언십 골프 대회’의 마케팅 효과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브랜드 노출 효과뿐만 아니라 골프 참여자가 실제 고객이 되기도 하는 등 은행의 호감도 개선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2인 1조가 한 팀을 이뤄 각각 티샷을 한 후 더 좋은 볼을 번갈아 치는 ‘그린섬 뉴 페리오(greensome new perio)’ 방식이라 두 사람의 호흡과 안정적 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이다. 변 전무는 “부부 참가자들이 가장 많지만 쌍둥이 자매, 장인과 사위 등 다양한 형태로 참가해 하루 동안 라운딩을 즐기며 호흡을 맞춘다”며 “참가 신청 후 연습도 함께해야 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처음 의도처럼 가족의 화합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실제 HSBC는 올 초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 한국을 비롯해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 1500명의 골퍼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막연하게 여겨지던 골프와 비즈니스의 관계에 관한 흥미로운 결과를 찾아냈다. 설문 결과, 아시아 지역 골퍼들은 골프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 응답자의 경우 무려 61%가 ‘골프를 하면서 사업상 거래를 이끌어 냈다’고 답해 타 지역에 비해 골프와 비즈니스의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 여성 골퍼들이 남성보다 더 자주 골프를 하고, 평균 구력도 더 길게 나온 점도 흥미로운 점이죠. 이번 조사는 골프와 비즈니스가 서로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