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하루의 피곤함을 침실에서 풀지만 그림에서의 침실은 휴식 공간보다는 에로틱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다. 남의 침실을 엿보는 것처럼 관음증을 자극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신화의 내용을 빌려 남자를 유혹하고 있는 여인을 그린 작품으로는 티치아노 베첼리오(1487년께~1576)의 ‘우르비노의 비너스’가 있다.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커튼으로 반쯤 가려진 침대에서 벌거벗은 채 누워 있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곤차가 가문의 귀도발도 델라 로베레와 줄리아 다 바라노의 신혼 방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됐다.이 작품속의 비너스는 침대에 누워 화려한 보석 팔찌를 두르고 장미꽃 다발을 손에 쥐고 있다. 커튼 뒤로 보이는 독특한 모양의 기둥이 있는 창문은 우르비노의 궁전을 묘사한 것으로, 이 작품이 어디에 걸리게 될지 암시한다.창문 난간에 있는 둥근 은매화 나무는 비너스가 들고 있는 장미꽃과 함께 결혼의 영원한 애정과 헌신을 상징하고 있다. 개는 주인에게 복종하는 충성스러운 동물이다.이 작품에서 비너스 발밑에 개를 그려 넣은 것은 부부가 서로 결혼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서로에게 정절을 지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창가의 두 사람의 하녀가 옷궤에서 옷을 꺼내고 있다. 결혼식의 함으로, 신부의 옷이 들어 있는 옷궤에는 그 당시 보통 남녀의 누드가 그려져 있었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사랑의 여러 가지 측면과 순결과 관능의 결합이다.침실에서 연인을 기다리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는 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928)의 ‘벌거벗은 마하’가 있다. 이 작품은 고야가 그린 유일한 여성의 누드화다. 이 작품은 옷을 입고 있는 모습과 쌍을 이루고 있다.‘벌거벗은 마하’는 벌거벗은 여인이 녹색조의 터키풍의 긴 소파에 대담한 포즈로 누워 있다. 마하의 등을 받치고 있는 레이스로 장식한 비단 쿠션과 그 당시 상류층에서 침대 대용으로 쓰고 있는 소파는 이 작품의 모델이 상류층임을 암시한다.두 팔을 머리 뒤로 받치고 시선을 관람객에게 두고 있는 마하는 벌거벗은 수치심보다는 당당하다. 고야는 모델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배경 설명을 배제했다.이 작품은 고야의 애인 알바 공작부인을 모델로 그렸다는 것이 통설이다. 고야가 알바 공작부인의 사랑을 공작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화실에서 두 작품을 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랜 시간 공작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이 작품이 알려지게 된 것은 그 당시 최고의 권력자였던 고도이 재상의 소장품 목록에서부터였다. 고도이는 자신의 비밀 전시실에서만 전시했었는데 그림을 본 사람들은 대담하고 선정적인 이 작품을 보고 소문을 퍼뜨렸다.가톨릭 종교의 영향이 컸던 스페인은 여성의 나체화를 용납하지 않았다. 도발적인 이 작품을 보고 스페인 사회는 충격을 받는다. 세력가의 부인과 미천한 신분의 화가와의 신분 차를 뛰어넘은 사랑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스페인 전역에 걸쳐 퍼진 악명은 종교재판까지 열리게 한다. 외설죄로 소환된 고야는 모델에 대해 함구했다. 결국 이 작품은 그 당시 스페인 정부의 제지를 받아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못했다.에두아르 마네(1832~83)는 ‘올랭피아’를 통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매춘부를 그렸다. ‘올랭피아’는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마네는 당시 유행했던 유곽의 창녀 모습을 우회적인 방법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방금 옷을 벗은 듯한 여인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마네가 표현한 벌거벗은 여인은 사회가 감추고 싶은 치부였다. 그것을 사람들은 용서하지 못했다.‘올랭피아’라는 이름은 로마 교황 이노센트 10세의 정부 ‘올랭피아 말다치니 팜필리’가 근원이다. 그녀는 교황 이노센트 10세 동생의 미망인으로, 교황의 정부가 된다.올랭피아는 교황의 정부로서 권력을 행사했다. 올랭피아는 그 이후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진다.소설에서 올랭피아는 춘희의 연적으로, 부끄러움을 모른 채 아름다운 육체를 팔아서 살아가는 창녀의 이름이다. 이 소설의 성공으로 연극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마네가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 올랭피아는 파리에서 창녀의 대명사가 되었을 정도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이름이었다. 또한 이름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비너스를 상징하는 꽃은 장미였는데 마네의 ‘올랭피아’에서 올랭피아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난초는 사치와 여성의 성욕을 상징하는 꽃이었다.목걸이와 슬리퍼만 신고 쭉 뻗은 다리 아래 음부를 손으로 가리고 있는 벌거벗은 여인은 고상하고 우아한 여신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파렴치한 여자였다. 더욱이 목걸이는 창녀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것이었다.‘올랭피아’는 화려한 꽃다발을 들고 있는 흑인 하녀와 대조를 이루면서 남성의 사랑을 원하는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 오른쪽 구석에 있는 검은 고양이는 발기된 남성을 상징하고 있는데 이 고양이는 1865년 살롱전에 출품하기 전에 덧 그려진 것으로 이 고양이는 마네의 추문의 상징이 된다.마네는 공식 화단에서 성공하고 싶어 했지만 ‘올랭피아’ 때문에 20년간 추문에 시달리고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화가. 동덕여대 졸업. 성신여대 조형산업대학원 미술 석사.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