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화 아이디얼 가든 대표

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 옆 아이디얼 가든을 찾은 회사원 김모 씨는 정원의 화사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165여㎡인 작은 공간에 수십 가지 꽃이 심어진 아이디얼 가든은 아기자기한 카페, 레스토랑들이 길 따라 들어선 삼청동에서도 명소로 통한다. 아이디얼 가든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든 디자인을 연구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설립된 공간이다. 만나자마자 기자를 후원으로 안내한 임춘화 아이디얼 가든 대표는 대뜸 “제가 디자인했는데 느낌이 어떠냐”고 질문한다. 사실 가든 디자인은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그동안 원예, 조경의 한 부분으로 인식돼 왔지만 정원 문화가 발달한 외국에서 가든 디자인은 공간 건축에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조경이 공사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면 가든 디자인은 식물 본연의 자태, 개화 시기 등등을 고려해 정원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이라고 할까요. 가령 이건 얼마 전 제가 디자인했던 정원인데, 면적이 66㎡인 작은 공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심는 꽃과 나무만 50~60가지가 넘습니다.”임 대표가 보여준 설계도에는 수십 개의 식물들이 식재 공간 빼곡히 그려져 있다. 평소 꽃 가꾸는 일을 좋아했던 그녀가 본격적인 가든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선 것은 지난 2003년의 일이다. 자녀 교육 차 영국에 갔던 그녀는 당시 유럽의 눈부신 원예 기술에 매료됐고 곧장 영국 리즈 메트로폴리탄대와 RHS 할로 카 가든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가든 디지인 코스를 밟았다. 대학 졸업 후 16년 만에 시작한 ‘늦깎이 공부’였다.“매년 런던 템즈 강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꽃 박람회 ‘첼시 쇼’에 가보면 한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수년째 이어가고 있는 고양꽃박람회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요. 더욱이 최근 수도권에 개인 수목원이 대거 들어서 있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입니다.”귀국 후 계원종합예술대와 서울여대 평생교육원에 출강했던 그녀는 지난 2006년 경기도 연천의 허브 빌리지 식재디자인과 파주 헤이리 아티누스의 실내, 실외, 옥상정원 디자인을 맡았다.그녀는 얼마 전 한 대형 건설사로부터 가든 디자인을 의뢰받았다. “충남 연기군에 들어서는 아파트인데, 일반 아파트 단지와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선큰 광장에 소나무, 단풍나무가 군데군데 심어져 있고 약간의 언덕이 있는 정도였죠. 기존 아파트 조경에 아쉬운 것은 특징이 없다는 점입니다.”그녀는 아파트 중앙공원을 대대적으로 개조해 멋진 유럽식 정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공원 한쪽에는 고풍스러운 정자도 지을 예정이다.이와 함께 요즘 그녀가 가장 고심하고 있는 것은 한국적인 가든 디자인의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유럽에 가보면 중국과 일본은 나름대로 정원의 특색을 인정해 줍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정원도 중국과 일본에 전혀 뒤처지지 않습니다. 18세기 유럽 건축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영국의 풍경식 정원입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포멀 가든(정형화된 식재)이 주류였는데 자연미를 강조한 풍경식 정원이 이를 완전히 뒤엎었죠. 재미있는 것은 인터넷 위키백과사전에 들어가면 한국식 정원에 대해 ‘영국 풍경식 정원과 가장 유사한 형태’라고 설명돼 있다는 점입니다.”그녀가 말한 풍경식 정원을 떠올리려면 고산 윤선도의 흔적이 남아 있는 보길도 세연정과 세연지를 연상하면 쉽다. 개울에 보를 설치에 논에 물을 대는 원리로 만든 인공 연못 세연지는 우리나라 정원 문화의 수작으로 일컬어진다.임 대표는 요즘 해외 건축계의 관심은 ‘자연과 어떻게 하나가 되느냐’라고 강조한다. 정원 관련 산업이 해마다 급속도로 커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유럽의 좋은 집을 가보면 하나같이 뒷마당을 화려하게 꾸며놓았습니다. 데크를 뒤로 길게 빼 소파와 식탁은 물론 사무 공간까지 마련합니다. 그들에게 정원은 아웃도어 리빙 룸에 가깝습니다. 자연도 하나의 인테리어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어떤 집은 뒷마당에 유리 벽채로 별도 공간을 만들어 TV와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까지 설치합니다.”그녀의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국내에 제대로 된 가든 디자인을 소개하기 위해 아디이얼 가든에서 총 20주의 가든 디자인 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파트와 오피스 등에도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정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