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민가다헌의 가장 큰 매력은 전혀 레스토랑답지 않은 고풍스러운 외관이다. 사극에나 나올 법한 담장을 따라 걷다 보면 한국의 전통 나무 문을 만날 수 있다. 문 옆에는 이 집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설명이 곁들여진 표지판이 서있다.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1990년대 초기 구한말 명성황후의 친척 후손인 민익두 대감이 살던 저택인 ‘민익두가(家)’다. 화신 백화점을 설계한 건축가 박길용의 작품으로 현재 서울시 민속 문화재 제15호로 지정돼 보존돼 오고 있다. 한옥에도 현관을 만들고 화장실과 욕실을 내부로 넣어 이를 연결하는 긴 복도를 만들어 당시로선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파격적인 형태의 근대 건축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에 이 집은 한국 최초의 개량 한옥이라고 불린다.전통 한옥과는 대비되는 실내 구조가 신식임을 증명한다. 카페, 도서관, 라운지, 룸으로 나뉜 공간은 외국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공간 활용 형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나무 기둥과 창문 문양의 조화는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전통 한옥과 또 한 가지 다른 점은 높은 천장이다. 키가 큰 사람이면 머리에 닿을 수도 있는 우리네 전통 구조를 벗어나 높은 서까래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다.민속 문화재인 민익두가가 상업 공간인 민가다헌이 되기까지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서울시는 2000년 2월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인사동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음침한 폐가였던 ‘민익두가’를 전면 개·보수하기로 했다. 집주인이었던 민익두의 후손이 이 집을 팔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어느샌가 부랑배나 노숙자의 거처로 훼손돼 가고 있었던 것. 결국 서울시가 3억1800만 원, 집주인이 1억3900만 원 등 총 4억5700만 원을 들여 2001년 8월 30일 개·보수를 완료했다. 이렇게 재탄생한 ‘(주)민가다헌’은 유통업체 ‘와인나라(대표 이철형)’가 2001년 11월 일반 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영업을 해오고 있다.민가다헌은 인사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한옥 개조 사례와는 좀 다른 느낌을 준다. 1900년대 초기 외교관 클럽을 모델로 삼아 당시 서구 문물이 한창 유입되던 시기의 서양식 가구와 소품들이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이닝 룸이나 카페에 들어서면 마치 구한말 외국 대사관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미국 마이애미대 건축실내디자인학과의 박진배 교수가 실내 디자인을 맡았다. 당시 사용했던 빅토리아풍의 가구나 소품 등이 국내에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모두 미국에서 들여왔다고 한다.민가다헌의 이종원 대표는 “이 집을 처음 보는 순간 반해 한옥의 미를 살리면서도 고급 사교클럽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성이나 저택들이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으로 변모하는 것처럼 우리도 문화재의 관광 상품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민가다헌은 설립 의도와 맞아떨어지게 외국 손님을 접대하는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오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전통 한옥 안에서 퓨전 요리를 맛보는 재미에 매료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곳은 이제 더 이상 역사가 머무르는 공간이 아니다. 근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의 두 세기와 두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다.글 김지연·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