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힘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엄청난 실패와 시련을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련을 겪었다고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시련을 겪지 않고 자수성가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시련’은 부자가 되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라고 말할 수 있다.최근 실패한 부서와 직원에게도 실패한 과정을 평가해 포상하는 ‘챌린지(도전)상’을 제정한 KT의 의도는 의미가 깊다. ‘맹자(孟子’)에 이런 말이 있다.“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장차 큰 임무를 내리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게 하며, 그 근육과 뼈를 수고롭게 하며, 그 신체를 굶주리게 하며, 그 몸을 부족하게 하여, 행동을 함에 있어서 그 하는 바를 혼란시키니, 이것은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게 하여 자신의 능하지 못한 바를 더 보태주고자 해서이다(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所以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부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많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동양 사상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주역’을 보면 우주 자연의 법칙에는 벼락과 같은 진동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주 만물의 균형적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폭풍이나 홍수가 한편으로는 농작물을 휩쓸고 집을 파괴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창조를 위한 에너지를 부여해 주기 때문에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그래서 엄동설한을 견디고 경칩이 지나 첫 벼락 소리가 난 후에야 싹이 튼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미국의 어떤 농화학자는 한 번 벼락이 치면 지면에 약 80만 톤의 자연 비료가 생성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가장 순수하고 단단해 영롱한 빛을 내는 다이아몬드는 땅 속의 높은 지열과 지압이 없이는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그래서 만 가지의 고통을 겪지 않으면 하나의 순수한 금강석이 나올 수 없다는 비유도 있다. 이는 유교 불교 기독교 모두 공통되는 사상이다. ‘십자가의 고난 없이는 부활이 없다’고 하고 ‘고행 없이는 성불할 수 없다’는 말이 그것이다.일본의 교세라를 일군 이나모리 가즈오는 “고통스러운 때일수록 그 고통은 영혼을 닦기 위한 시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고통은 자신의 인간성을 단련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 된다’ ‘무리다’라는 생각은 과정에 불과하다. 모든 노력을 다 쏟아 부어 한계에 이르면 결국에는 성공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나모리는 맹자의 앞의 말을 실증해 보인 것이다.현대그룹의 창업자 정주영은 평생 허리 한 번 제대로 못 펴고 죽도록 일해도 배불리 밥 한 번 먹지 못하는 농부로서 고생만 하다가 일생을 끝마칠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도시로 갈 결심을 했고 정미소 배달, 자동차 수리 공장 등을 거치면서 수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고 큰 업을 이뤘다.이와 비슷한 성공 사례는 너무나 많다. 찢어질 듯한 가난을 이기려고 형님의 주머니에서 2원을 훔쳐 서울로 향했던 교보생명의 창업자 대산 신용호는 시베리아와 중국을 13년 동안이나 방랑하면서 맨손가락으로 생나무를 뚫는 의지로 이겨나갔으며, 코오롱그룹의 이동찬 전 회장은 포항에서 점원 생활을 하다가 일본에 건너가 야간학교를 다니며 꿈을 키웠고, 리어카를 끌며 동네에서 남은 반찬을 모아 가축을 키우면서 어렵게 살던 할머니 밑에 자라면서 언젠가는 출세해서 식구들을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던 이가 바로 일본의 제일 부자 손정의(孫正義)다.도미노피자의 창업자 톰 모나건은 네 살 때 고아가 되었고 서른세 살에 도미노피자로 백만장자가 됐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란 모나건은 사제가 되고 싶어 신학교에 진학했으나 실패, 해병대에 입대해 모은 2000달러를 석유 장사꾼에게 투자했다가 몽땅 잃었다. 이후 동생과 동업으로 피자집을 인수했고 피자 사업에 ‘무료 배달 시스템’을 접목함으로써 성공의 길로 들어섰다.모나건은 새로 인수한 세 곳의 피자 가게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1주일에 백 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다른 동업자와 사업을 하던 그는 동업자가 현금을 빼돌리는 바람에 다시 7만5000달러의 빚을 떠안게 되었다. 모나건은 모든 채권자에게 빚을 갚겠다고 맹세하고 도미니크라는 가게 이름을 도미노라고 바꿨고 점포마다 배달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그 전략이 적중해 사업이 성공하자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다시 150만 달러의 부채를 지고 경영권을 완전히 잃는 위기를 만났으나 극적으로 재기했고, 1978년에는 200번째의 도미노피자 체인점을 열었다.막대한 돈을 모은 모나건은 수집벽을 가진 사람이었다.그는 희귀한 스포츠카, 대저택, 고급 배, 야구단을 마구잡이로 사들였다. 모나건은 어릴 때 가졌던 돈에 대한 열등의식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이 자신과 회사를 위해서 흥청망청 돈을 썼다.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 C S 루시스 저)’란 한 권의 책을 읽고 불현듯 세상에서 ‘가장 큰 죄’가 ‘잘못된 깨달음’인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자기 재산이 얼마나 큰 죄악의 덩어리인지 깨닫고 크게 반성한다. 이후 모나건은 자신의 전 지분을 매각해 다양한 가톨릭 단체의 일에 헌신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성공으로 가는 길에 나는 여덟, 아홉 번 좌절을 겪었는데 그중 두세 번은 심각했고 마지막은 정말 위험했다.그 밖의 경우는 마지막에 비하면 길에 있는 돌부리에 발이 걸린 정도밖에 안 되었다. 하지만 나는 결코 내가 원하는 바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버린 적이 없다.”‘인디언 기우제’란 우화가 있다. 어떤 인디언 부족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토속 학자가 그들의 행태를 조사해 보았더니 기우제를 지내는 시간이나 제물, 주문을 거는 말 등에서는 다른 부족과 별 다른 차이가 없었는데 다만 이들은 비가 올 때까지 계속 기우제를 지내더라는 얘기다.이 이야기는 성공한 사람들이 시련을 맞이해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를 설명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수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인디언 기우제’ 우화를 응용해 허무 개그를 만든다면 ‘그들은 성공할 때까지 실패를 계속하지 않았을 뿐’이다. 끝없는 도전, 칠전팔기 그것만이 성공의 비결이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움츠리고 때로는 걷고 때로는 달리며 끝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실패하고 난 뒤의 일시적 위축은 마치 ‘자벌레가 펼치기 위해 일시적으로 몸을 움츠리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실패는 병을 일으키는 균과 같아 그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철학자 김형효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의 균은 소탕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은 무균자가 아니고 보균자다. 보균자는 몸에 늘 병원체를 지니고 있다. 늘 몸을 보살피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다.”실패는 성공이라는 동전의 뒷면이다.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도전자들은 그 실패의 1cm 뒤에 황금 맥이 있었던 사례를 떠올리면 힘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일제 강점기에 광산왕 김태원은 금맥을 찾아 전국을 헤매면서 전 재산을 금정광산에 털어 넣고 마지막 남은 쌀 한 가마가 다 떨어져 갈 무렵에 노다지 금맥을 발견했다. 마찬가지로 1963년, 4년 동안 사막과 같은 황무지를 돌아다니며 유전을 찾던 폴 게티는 40년 동안 모은 2100만 달러 중 2000만 달러를 날렸다. 파산이 다가왔지만 그 마지막 100만 달러로 모험을 해보라는 친구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그는 60대의 나이였지만 마지막 모험에 전 재산을 걸었다. 그리고 한곳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으며 결국 유정이 터졌다.김태원이나 폴 게티는 금맥과 유정 바로 가까이서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그들은 금맥이 터지고 유정이 솟을 때까지 실패를 계속했던 것이다.가뭄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자연조건이고 실패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조건이다. 비가 올 때까지 계속 기우제를 드리면 결국에는 비가 오는 것과 같이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면 결국에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싱겁지만 너무나도 평범하고 당연한 진리다.전진문 영남대 경영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