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
도의 경제 수도인 뭄바이 알타마운트가에 60층 높이의 초대형 빌딩이 독특한 모양으로 지어지고 있어 화제다. 가운데 몇 개 층은 외벽 없이 밖으로 탁 트인 정원으로 꾸며진다. 실제 층수는 27층이어서 층고도 보통 빌딩보다 훨씬 높다.스페인 서부 해안에 있었다는 전설 속의 섬인 ‘안탈리아’ 이름을 딴 빌딩이다.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상업용 빌딩이 아니라 주거용 건물이란 점이다. 그렇다고 수백 명이 사는 공동주택인 오피스텔도 아니다. 바로 인도 제일의 부자이자 세계 최고 부자로 급부상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의 무케시 암바니(50) 회장의 새 ‘저택’이다.설계도를 살펴보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꼭대기 4개 층은 암바니 회장과 그의 어머니, 아내, 3명의 아이들을 위한 주거 공간이다. 옥상에 헬기 3대가 앉을 수 있는 착륙장을 만들어 헬기를 자가용 승용차처럼 이용하게 된다. 주거 공간 바로 아래층에는 암바니 회장의 손님들이 숙식할 수 있는 게스트 아파트 2개 층이 마련된다. 또 50석 규모의 소극장과 수영장, 6개 층에 이르는 주차장도 갖춰진다. 이 저택에는 관리인만 600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빌딩이다 보니 주로 건물 유지, 보수 인력으로 봐야 할 것 같다.이 건물은 2002년 암바니 회장이 4532㎡의 나대지를 사들일 때부터 관심을 모았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공사에는 총 10억 달러가 투입돼 내년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하늘로 솟은 ‘현대판 타지마할’ 공사에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다.미국 경영 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 회장은 지난 3월만 해도 201억 달러의 순자산을 보유, 세계 부자 순위 14위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 중순 553억 달러로 재산이 불어나 인도 출신의 철강왕 락시미 미탈을 추월, 인도 제일의 부자가 됐다. 인도 증시가 올 들어서만 41% 오르는 기염을 토하자 암바니 회장의 보유 지분 평가액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급기야 지난 10월 29일 기준으로 세계 최대 부자가 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포브스는 암바니 회장의 자산 규모가 약 632억 달러로 멕시코 통신 재벌인 카를로스 슬림(622억9900만 달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622억90000만 달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559억 달러)을 제쳤다고 전했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는 그러나 이런 추측은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숫자놀음이긴 하지만 이런 추측에 따르면 암바니 회장은 하루 86만4000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아무튼 암바니 회장의 부상은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 경제가 중심이던 세계 경제에 중국과 인도의 위력이 거세지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한편으론 서구 글로벌 기업과 그 경영자들에게만 쏠려 있던 우리들의 이목을 개도국 대기업, 아시아 대기업과 그 리더들로 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엄청난 부를 일군 아시아 재벌들이 그 부(富)를 선진국 부자들처럼 다양하게 사회에 환원하는 단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는 석유 전력 가스 등을 주력으로 하는 인도 최대 기업이다. ‘포천 500’에도 포함된 글로벌 기업이다. 암바니 회장은 이 회사 지분 50.98%를 보유하고 있다.이런 영향력과 재력 덕분에 암바니 회장은 인도에서 발간되는 ‘파워 리스트 2004’에서 2년 연속 1위에 랭크됐다. 같은 해 포천의 ‘아시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재계 인사 25명’ 중 열세 번째로 꼽혔다. 역시 2004년에 파이낸셜타임스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비즈니스 리더’ 42위를 차지했으며 인도에선 두 번째에 올랐다.암바니 회장은 우리로 따지면 이건희 삼성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같은 인물이다. 아버지인 디루바니 암바니가 릴라이언스를 창업, 경영의 초석을 다졌다. 아버지로부터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암바니 회장 자신의 힘으로 110억 달러의 자산을 늘렸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암바니 회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지난 20년간 릴라이언스의 급성장을 이끌었다며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그의 신념이나 비전, 삶과 비즈니스의 동기 부여가 어떤 것인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아버지 디루바니가 전설적인 창시자이고 동생 아닐 암바니가 릴라이언스의 얼굴 마담이라면 암바니 회장은 하나의 ‘수수께끼’라고 인도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암바니 회장은 자신이 베일에 싸였는지는 모르지만 지난 20년간 달라진 건 없다고 인도 잡지 머니라이프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삶에 관한 관점과 태도가 바뀐 게 없다는 것이다.그는 인터뷰에서 1960년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아버지 디루바니가 거의 자유방임으로 풀어 키웠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것은 하도록 내버려 뒀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지켜야 할 선은 있었지만 그 안에선 아버지가 크게 간여하지 않았다. 암바니 회장은 자유롭게 될 때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며 경험에서 얻은 소중한 가치를 소개했다.전공을 화학으로 택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 당시는 섬유 쪽이 유망 산업이어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암바니가 섬유공학을 전공하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릴라이언스가 화학산업으로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당시부터 굳게 믿고 있었다.“내가 자랄 때 유명했던 영화 ‘졸업’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플라스틱에 엄청난 미래가 있다는 대사였다. 그게 머리에 선명히 각인됐다. 항상 미래 사업에 투자하고 재능 있는 분야에 투자하라고 강조했던 아버지의 경영 철학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그는 뭄바이대 화학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때부터 릴라이언스에서 풀타임으로 일했다. 오후 2시 30분에 수업이 끝나면 사무실로 바로 뛰어갔다. 대학을 졸업하면서는 어렵다는 시험에는 무조건 도전해 보는 ‘객기’를 부렸다. 심지어 합격할 실력이 되는지 알아보려고 공무원 시험까지 봤다. 최종적으로는 스탠퍼드 경영학 석사(MBA) 과정에 진학했다.그는 그러나 스탠퍼드 MBA를 마치지 않았다. 당시 릴라이언스는 폴리에스터 제조 허가를 받았다. 아버지에게 학위를 마친 후 폴리에스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1년 반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지만 아버지는 무뚝뚝하게도 “노(No)”라고 답했다. 아버지나 아들이나 다 자신의 결정에 거리낌 없었던 것이다. 화학 분야로 꿈을 키웠던 그로서는 MBA 학위보다는 바로 현업에 뛰어들고 싶었다. 결국 그는 1981년 릴라이언스에 합류하는 결정을 내렸다.암바니 회장은 당시 아버지와 경영진이 자신을 파트너처럼 대해 주었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때의 경험 때문에 그는 “회사 간부들은 스물다섯 살의 창창한 젊은이들에게 의미 있게 조직에 기여할 기회를 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지금도 입버릇처럼 말한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고 그런 믿음을 현실화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단언한다.젊은 암바니는 직물에서 폴리에스터 원사, 나아가 석유화학 제품까지 연관 산업들을 통합해 나가기 시작했다.이를 통해 연간 100만 톤이 되지 않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의 생산 능력을 1200만 톤으로 확대했다. 또 정유시설과 석유, 가스 탐사 및 생산, 석유화학 제품 제조, 발전, 항만건설 부문으로 점점 영토를 넓혔다.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스도 설립, 인도 최대 통신회사로 키웠다.이 회사는 8만km에 달하는 광통신 네트워크를 보유한 거대 통신회사로 발돋움했다. 현재 인도 전역 1100개 도시에서 음성, 데이터, 비디오, 부가가치 통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무케시 암바니 그룹은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 릴라이언스 피트로리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얼 인프라스트럭처 등 총 4개 회사로 이뤄져 있다. 작년 5월에는 계열사 중 하나인 정유 기업 릴라이언스 페트롤리엄을 상장시켰다. 또 음식점 체인인 릴라이언스 프레시에 55억 달러를 투자, 60개 점을 열었다.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재벌 2세들처럼 형제간에 경영권을 놓고 분란이 일었다는 사실이다. 아버지가 유언장 없이 죽자 재산권을 놓고 그의 동생 아닐 암바니와 ‘형제의 난’을 벌이며 결국 그룹이 두개로 쪼개졌다. 동생은 전력 통신 금융 분야를 가져가고 암바니 회장은 석유 전력 가스 부문을 운영하고 있다.물론 ‘재벌 2세’ 암바니에 대한 비판 여론도 없지 않다. 새로 짓는 초호화 빌딩 저택이 빌미가 됐고 최근 아내 니타 암바니에게 생일 선물로 준 566억 원 상당의 자가용 제트기도 꼬투리가 됐다.자기 재산은 물 쓰듯 하면서 자선에는 인색하다는 비난도 나온다. 양지와 음지가 너무나 차이가 나는 인도 경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경영인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진면목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어서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장규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danielc@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