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그레고리 맥쿼리증권 주식파생부문 대표

주계 투자은행인 맥쿼리에 있어서 한국은 좀 특별나다. 대부분의 선진 금융사들이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 집중적으로 진출하고 있는데 반해 맥쿼리는 우리나라를 성장 거점으로 삼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자산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 운용 자산의 71%에 달한다.맥쿼리는 또 사업 초기 대부분 국내 파트너들과 제휴해 안정적인 기반 구축에 주력했다. 채권 파생상품의 경우 국민은행, 주식파생 사업은 우리은행, 펀드 운용과 컨설팅 사업은 신한은행과 각각 손을 잡았다.사업 전략도 선진 금융 상품과 기법 도입에 초점을 맞췄다. 2004년 외국계 자산 관리 회사로는 최초로 ‘CR리츠’를 주식시장에 상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철도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인프라 펀드’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관련 분야에선 씨티뱅크 도이치뱅크 메릴린치 등 세계 굴지의 다국적 금융사도 맥쿼리의 성공 사례를 분석할 정도다. 국내 금융사들도 맥쿼리와 ‘상생적’ 경쟁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선진화된 금융 상품을 밴치마킹하면서 보다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이처럼 한국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맥쿼리가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공을 들이는 금융 파생상품이 있다. 바로 주식워런트증권(Equity Linked Warrant, 이하 ELW)이다. 맥쿼리는 지난 7월 외국계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ELW 발행사가 됐다. ELW 발행을 주도하고 있는 맥쿼리 증권의 로스 그레고리(Ross Gregory) 주식파생부문 대표를 만나 국내 관련 시장의 전망과 향후 사업 계획 등을 들어봤다.아직까지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겐 ELW는 다소 생소합니다. 어떤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ELW는 특정 주식이나 주가지수와 연계돼 미리 정해진 시기(만기일 또는 행사 기간)에 사거나(콜 워런트) 팔(풋 워런트)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신종 유가증권입니다. 투자자들은 ELW라는 새롭고 혁신적인 투자 수단을 통해 잠재적인 손실을 줄이면서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ELW는 주식을 직접 살 때보다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합니다. 전환비율을 적용해 주식을 쪼개어 사는 효과가 있으며 해당 주식이 확실한 상승 기조(콜의 경우) 또는 하락 기조(풋)에 있다면 레버리지로 인해 주식 투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한국의 ELW 시장은 2005년 12월 처음 개설됐습니다. 이후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워런트 시장으로 확고히 자리 매김하고 있습니다.”구체적으로 거래 방법을 설명해 주십시오.“예를 들어 A사의 현재 주가가 50만 원인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A사의 주식을 3개월 뒤에 60만 원에 살 수 있는 ELW를 2만 원에 샀다고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3개월이 지났을 때 주가가 60만 원까지 오를 경우, 주식을 산 사람은 ELW의 권리를 행사해 50만 원에 주식을 사서, 현재의 시세인 60만 원에 팔 수 있습니다. 이때 투자자는 3개월 전에 ELW를 산 가격 2만 원을 빼더라도 8만 원의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주식옵션과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전반적으로 주식옵션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차이점도 많습니다. 우선, 주식옵션은 투자 가능한 종목 수가 상당히 제한돼 있지만 ELW는 코스피100 종목과 코스피200 주가지수 등 다양한 곳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주식옵션은 발행 주체가 불특정 다수이지만, ELW는 증권회사입니다. 또 주식옵션은 기본 증거금 1500만 원을 예치해야 하지만 ELW는 증거금이 필요 없습니다. 거래 방법은 일반 주식 거래와 거의 동일합니다. 주식 위탁 계좌를 개설하거나 기존 계좌를 이용해 상장 주식처럼 만기 이전에라도 ELW를 사고팔 수 있습니다. 모든 증권사를 통해 거래가 가능하며 위탁 계좌나 증권저축계좌는 물론 홈트레이딩 시스템 등 온라인 거래도 가능합니다.”ELW만의 장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수익은 무한대로 얻을 수 있는데 반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현재 60만 원인 주식 1주를 3개월 뒤 63만 원에 살 수 있는 ‘콜워런트(특정 주식을 특정 시기에 특정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 증권을 3만 원에 샀다고 가정해 봅시다. 3개월 뒤 주식이 69만 원으로 뛰었다면 이를 63만 원에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콜워런트 구입 비용을 감안해도 3만 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직접 투자 때 수익률은 15%이지만 ELW 수익률은 100%인 셈입니다. 반면 주식이 50만 원으로 급락했을 경우엔 콜워런트 행사 권리를 포기하면 됩니다. 직접 투자인 경우 10만 원의 손해를 보지만 ELW는 콜워런트 구입 가격 3만 원만 손해봅니다.”맥쿼리증권이 출시한 ELW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11월 초 현재 맥쿼리증권이 상장한 ELW는 96개에 달합니다. ELW를 발행한 국내외 13개 증권사 중 7위에 해당되는 실적입니다. 지난 7월 11일 외국계 증권사 최초로 ELW 시장에 진출한 지 넉 달 만의 결과 치고는 우량한 편입니다. 특히 내년 3월까지 ELW를 모두 300개로 늘려 이 부문의 메이저로 부상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국내 증권사와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입니까.“맥쿼리증권은 기초 자산이 개별 종목인 ELW를 대량 발행해 주로 코스피200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국내사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상장 중인 96개 ELW의 기초 자산은 조선 중공업 금융 건설 자동차 등 모두 27개 개별 종목입니다. 특히 현대미포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POSCO 동국제강 등 조선주와 철강주가 기초 자산인 ELW가 대량으로 출시됐습니다. 이는 조선 철강 중공업주가 하반기에도 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등가격(ATM) 혹은 얇은 외가격(OTM)의 ELW를 대량 발행한 것입니다.”ELW의 경우 유동성 공급자가 증권사여서 많이 발행하면 주가 급등락 시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지 않겠습니까.“맥쿼리는 ELW를 기초 자산으로 주가연계증권(ELS)도 발행하는 등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자체 운용 능력을 갖고 있어 국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ELW를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시장에 진출한 지 불과 넉 달 만에 ‘일관성 있는’ 유동성 공급자라는 평판을 얻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올 여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여파로 국내 증시가 폭락했을 때 일관된 물량 공급과 적정 수준의 호가 제시로 투자자들의 신임을 얻기도 했습니다. 당시 일부 국내 증권사는 변동성이 커지자 공급 물량을 500주로 낮춰 사실상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세계적으로도 ELW 시장의 미래는 밝습니다. 초단기 투기 상품이라는 오명을 벗고 건전한 재산 증식 수단의 하나로 인식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투자 설명회나 모의 투자 대회를 개최하는 등 저변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로스 그레고리맥쿼리증권 주식파생부문 대표호주 멜버른대 수학과호주 멜버른대 법학석사호주 멜버른대 MBA 수료호주 로펌 Malles & Freehills 변호사홍콩 로펌 Clifford Chance 상법전문 변호사글 김태철·사진 이승재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