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펀드 평가 방법

느덧 2007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07년은 ‘펀드의 해’라고 할 만큼 펀드가 가계 자산 운용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으레 연말이 되면 한 해 동안의 투자 실적을 점검하고 새해 투자 전략을 세우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금 투자하고 있는 펀드를 새해에도 계속 가져가야 할지 점검하게 된다. 이때 어떤 기준으로 펀드를 평가하고 투자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할지 알아보도록 하자.우선 펀드의 성과 평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펀드 투자 이후 성과 평가란 투자 자산의 구성이 적절한가를 점검하고 자신이 투자한 펀드의 수익을 평가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과 평가를 단순히 수익률만 파악하는 것으로 가볍게 생각하지만 사실 제대로 된 성과 평가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즉, 투자 과정 속에서 은퇴 자금이나 교육 자금 마련과 같은 재무 목표를 얼마만큼 달성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성과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투자자가 세운 목표를 얼마만큼 달성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자신의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리 정한 투자 계획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파악한다. 또 어느 정도의 자금이 마련되고 현재 투자 계획상 필요한 자금으로부터 얼마나 부족한 상태인지 파악한다.장기적인 투자 계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산 배분이며 현재 자산 중 주식, 채권, 부동산의 평가액을 각각 구해 이들의 구성비를 파악해야 한다. 만일 주가 상승 등으로 주식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면 일부 주식 자산을 채권이나 현금성 자산으로 옮겨 원래 계획했던 비중으로 맞추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두 번째 성과 평가는 현재 투자하고 있는 펀드 상품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약 문제점이 발견되면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펀드는 보통 6개월 단위로 운용 상황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 펀드 판매사가 발송해 주는 운용 보고서나 펀드평가 회사의 정보를 이용하면 쉽게 알 수 있다.하지만 지나치게 단기 수익률만 보고 경솔하게 의사 결정을 했다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몇 개월 동안의 수익률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적어도 2~3년 이상의 누적수익률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펀드매니저의 투자 철학이나 소신이 뚜렷하다면 장기간 믿고 맡겨보는 것도 좋다.그렇다면 펀드의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까. 펀드의 성과를 평가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기준 가격이므로 기준 가격부터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펀드는 매일 모든 자산을 그날의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가치를 발표한다. 펀드매니저의 투자 결정이 오후 4시쯤 모두 끝나면 이때부터 자산운용사 내에 있는 회계와 전산 담당 직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투자하고 있는 모든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시장가격을 여러 경로를 통해 구한다. 그래야 펀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그날 가치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 내에 들어 있는 주식, 채권, 부동산, 현금성 자산의 보유량에다가 그날의 시장가격을 곱하면 펀드 자산의 시장가치가 산출되며 이를 전날 평가액과 비교하면 하루치 수익률이 계산되는 것이다.이때 수익률은 알기 쉽도록 1000원을 기준으로 밝힌다. 예를 들어 1000원으로 출발한 펀드가 첫날 15% 수익률을 올렸다면, 1000원×(1+0.15)=1150원으로 계산돼 발표된다. 즉, 1000원 하던 펀드가 1150원으로 올랐다면 수익률이 15% 올랐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 발표하는 1000원이나 1150원과 같은 수치를 펀드의 기준 가격이라고 한다.기준 가격은 첫날 1000원이라는 기준값에 매일 수익률을 연속해 곱해서 산출한 펀드의 총수익률을 나타내는 도구라고 이해하면 쉽다. 주식을 세는 단위를 ‘주’라고 하듯이 투자자들이 펀드를 구입하는 단위를 ‘좌’라고 한다. 펀드가 처음 설정되면 최초 기준 가격은 1000좌당 100원(1좌당 1원)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투자한 펀드의 매일 기준 가격은 펀드에 가입한 판매사나 자산 운용사 사이트, 자산운용협회 홈페이지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이 기준 가격만 보고 이 펀드가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평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지 않다. 마치 어떤 크기를 재기 위해서는 잣대가 필요하듯 평가의 기준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준을 벤치마크(Benchmark)라고 한다. 펀드의 수익률을 평가하는 벤치마크로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수익률을 대표하는 지수를 사용한다. 즉, 주식 펀드의 경우엔 대부분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사용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주식 펀드매니저라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도 코스피지수 만큼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사실 주식 매니저가 코스피지수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좋은 펀드라고 생각한다. 결국 펀드매니저들은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우량한 주식을 사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기업을 방문하고 매매도 한다. 펀드매니저들의 모든 행동에는 벤치마크를 이겨야 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기 때문에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벤치마크로 활용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채권 매니저도 채권지수 수익률 벤치마크를 이겨야 한다.하지만 채권 펀드는 주식 펀드와 달리 투자자들이 잘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다. 채권 시장에도 주식시장처럼 채권지수라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측정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채권 펀드는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채권 펀드가 마이너스(-)의 수익률을 내면 당황해 한다. 채권 펀드도 주식 펀드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변화한다.시장에서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의 하락으로 채권 펀드의 수익률도 하락하게 되고, 반대로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채권 펀드의 수익률은 상승하게 된다. 즉, 채권 펀드의 수익률과 시장금리 간에는 역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채권 펀드와 시장금리를 바로 비교해서 평가하면 곤란하며, 오히려 채권 펀드와 채권지수와 비교함으로써 정확한 성과 평가가 가능해진다.이처럼 펀드의 성과 평가 시 벤치마크를 이용하면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펀드의 수익률이 우수한지 열등한지를 손쉽게 평가할 수 있다. 즉, 펀드 수익률을 적절한 벤치마크 수익률과 비교하면 된다. 만약 지나치게 펀드의 성과가 벤치마크 수익률보다 낮을 경우 투자를 중단하는 등의 대처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둘째는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벤치마크를 이용할 수 있다. 투자 계획이란 은퇴 자금이나 교육 자금과 같이 재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자산구성비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때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자산들의 수익률을 벤치마크 수익률로 간주하는 것이다. 끝으로 펀드의 교체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수익률에만 의존하다가는 자칫 엇박자가 나기 쉽다. 성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 환매했다가 나중에 보니 수익률이 개선된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