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3대 스포츠 이벤트를 아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월드컵, 올림픽은 쉽게 떠올리지만 나머지 하나는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바로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축제인 포뮬러원(F-1) 그랑프리 대회다. 간혹 어떤 자료에서는 동계올림픽, 유니버시아드대회,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등을 꼽기도 하는데 이들 이벤트는 관중 동원, 광고 협찬, 시청률 등 모든 면에서 F-1 그랑프리보다 한참 뒤떨어진다.흔히 자동차를 가리켜 기계와 전자 산업의 결정판 내지 총화라고 부른다.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계, 전자 산업 모두가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을 때만 가능하다. 또 미국과 유럽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삶의 동반자다. 이런 점에서 모터스포츠는 산업과 레저의 절묘한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 사회에서 모터스포츠는 무한 질주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이자 자국의 앞선 자동차 기술을 한껏 뽐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인 것이다.포드의 모터스포츠 부문 대표 마틴 휘태커는 “나는 엔진이 터지는 것을 내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흰 연기가 뭉게뭉게 솟구치는 모습을…. 하지만 그것으로부터 나는 배울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철학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모터스포츠를 통해 자사 기술 발전의 모멘텀을 찾고 있음을 대변해 준다. 또 이들이 얼마나 자동차 경주 대회 진출에 적극적인지도 말해 준다. 그중에서도 F-1 그랑프리 대회와 인디애나폴리스 500마일 레이스(인디500), 르망24 레이스는 규모 면에서 가장 큰 경주 대회다.고막을 찢는 듯한 엔진 굉음, 눈길을 사로잡는 레이싱 모델, 우승자의 샴페인 축하로 대표되는 F-1 그랑프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대회다. 이 대회가 시작된 것은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전 세계 자동차 레이스를 총괄하는 모터스포츠 룰인 포뮬러를 만들고 처음 시행한 대회가 바로 F-1 챔피언십이다. F-1 그랑프리 대회는 1년에 17차례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레이싱을 펼치며 각 대회에서 상위권에 들어 얻은 점수를 합산해 그해 최고의 팀을 결정한다. 초창기에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대회가 열렸으나 경제적 효과가 알려지면서 지금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스 싱가포르 러시아 등 9개국이 개최권 확보를 따냈다.우리나라는 지난해 개최권을 확보해 오는 2010년부터 F-1 그랑프리 대회 라운드에 본격 합류한다. F-1 그랑프리 한국 대회를 준비하는 코리아오토밸리오퍼레이션(KAVO) 김재호 마케팅 팀장은 “우리나라가 개최권을 확보하면서 세계 자동차 생산 10위권 국가 모두가 F-1 그랑프리 대회를 유치하게 됐다”며 “F-1 그랑프리 대회가 열린다는 것은 한국이 진정한 자동차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개최 의의를 설명했다.모터스포츠는 온로드(포장도로), 오프로드(비포장도로)에 따라 대회 성격이 구분된다. 포장된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온로드는 고속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오프로드는 차체의 지구력, 엔진의 내구성 등을 놓고 경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무한 질주의 레이싱을 직접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온로드 레이싱 대회가 훨씬 인기가 높으며 F-1 그랑프리, 인디500, F-3, 르망24 레이스, 나스카 등이 대표적인 대회다. 오프로드 대회로는 WRC(세계랠리선수권대회), 파리-다카르랠리, 파이크스 파크 힐 클라임 등이 대표적이다.F-1 그랑프리 대회에서도 가장 높은 시청률과 광고 협찬비를 자랑하는 대회는 바로 프랑스 남부 모나코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경주다. 모나코 그랑프리는 전체 F-1 대회 중에서 주행 속도가 가장 느린 대회지만 실제 도심을 서킷(자동차 경주도로)으로 사용하는 등 가장 특색 있는 대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이 대회는 ‘F-1의 보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대회는 코스가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3개월 전부터 모나코 몬테카를로 시내 도로를 재정비하는데 워낙 코스가 꼬불꼬불하고 오르내림이 심해 전 세계 F-1 그랑프리 대회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 물론 사고 발생률도 다른 대회보다 월등히 높다. 실제로 지난 2006년에도 두 대의 자동차가 충돌 후 모나코 항 바다로 처박혔으며 1955년에는 전설적인 레이서 알베르트 아스카리가 비명횡사하기도 했다.이 대회가 열릴 때면 유럽의 부호들이 모두 모나코로 몰려들어 엄청난 돈을 쓰는데, F-1 조직위에 따르면 매해 15만 명의 관중이 7000만 달러 이상을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나코는 이 대회 유치 하나만으로 매년 1130억 원의 경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고, 이는 이 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7%에 이른다.이 대회에 참가하는 F-1팀들은 어느 한 곳도 만만히 볼 수 없는 팀들이다. 자동차 기술, 레이싱 능력에 있어서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지난해 이 대회에 참가한 F-1 레이싱 팀은 르노 페라리 도요타 혼다 BMW 맥라렌 등 11개로, 팀은 2명의 레이서를 포함해 엔지니어, 정비사, 전산 요원, 운송 요원, 요리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실제 팀 본부의 연구 인력과 경기 참가 인력을 합치면 600여 명이 넘는다. 이들 요원은 수많은 훈련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것이 바로 팀 우승의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대회 도중 F-1 경주차들이 연료를 보충하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7.5초의 피트 스톱(Pit Stop)을 보면 F-1 레이싱에서 팀워크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 수 있다. 차가 도착하자마자 2명의 재키(기구를 사용해 차를 들어 올리는 요원)가 차를 들어 올리면 급유 요원이 1초에 12.5리터 속도로 급유하며 동시에 공기흡입구 담당은 트랙의 각종 이물질이 낀 공기흡입구를 청소한다. 같은 시각 휠 체인지 조는 엄청난 스피드를 내 타버린 4개의 타이어를 교체하는데, 이때 걸리는 시간은 3초에 불과하다.F-1 대회의 화려한 대미는 레이서의 몫이다. 물론 F-1 레이서 자격을 획득하려면 FIA의 슈퍼 라이선스가 필요하며 최고의 F-1 레이서가 되기 위해서는 레이싱 기술뿐만 아니라 체력, 순간 판단력 등이 모두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주행 중 레이서의 운전 공간은 엔진 열이 더해져 섭씨 40~50도까지 올라간다. 더군다나 드라이버들은 화재 사고를 대비해 방화 소재의 특수 유니폼을 입으며 그 안에 내복과 점퍼를 껴입는다. 고속 주행 시 느끼는 중력의 무게도 상당하다. 시속 400km로 달리는 차가 코너를 회전할 때 발생하는 원심력의 힘은 몸무게 70kg 성인이 350kg 이상의 힘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인디500이라는 약칭으로 유명한 인디애나폴리스 500마일 레이스는 미국 내 열리는 모터스포츠 행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나스카(NASCAR)는 미국 내 주요 도시를 돌며 1년 내내 레이싱을 벌이는데 비해 이 대회는 매년 5월 30일(현지시각)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리는 딱 한 번의 승부로 승자가 결정된다. 이 대회에 출전하는 차량은 총 배기량이 5000cc급 포뮬러 차량으로 가솔린이 아닌 친환경 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것이 다른 대회와 다른 점이다. 4km(2.5마일)의 트랙을 200바퀴 도는 것으로 승부가 결정되는데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폭풍의 질주’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 대회는 1900년대 초 미국 자동차 시대의 개막과 함께 시작됐다. 대회가 열리는 인디애나폴리스 자동차 트랙은 원래 자동차 성능을 시험하던 장소였다. 첫 대회가 열린 것은 1911년 5월 30일이다. 이후 미국의 자동차 기술을 전 세계에 자랑하는 거대 스포츠 이벤트로 성장했다. 대회가 열리는 주간이면 인디애나폴리스는 전 세계 모터스포츠 마니아들로 도시 전체가 술렁거린다.이 대회는 규모만큼 얽힌 일화도 많다. 이름만 해도 그렇다. 초창기인 1911년부터 1916년까지 이 대회는 국제 500마일 스위프 스테이크 레이스로 불렸다. 경주용 자동차에 돈을 거는 도박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영향으로 자유(Liberty) 스테이크 대회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이듬해부터는 국제 스테이크 대회로 불러 오다가 1960년대 들면서 인디애나폴리스 500, 인디500으로 바뀌었다. 가끔 일부 미국 언론에서 대회가 열리는 날을 이유로 현충일(전몰자 추도 기념일) 기념 레이싱 대회라고 부르고 있으나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대회 우승자는 2리터짜리 ‘승자의 우유’를 단번에 들이켜 우승을 자축하는데 역시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미국인들답다.F-1 그랑프리와 인디500이 속도전이라면 르망24 레이스는 지구력이 승패를 가른다. 온로드 레이스인 점은 앞서 두 대회와 같고 프랑스 자동차 협회인 ACO(Automobile Club de l’Ouest)가 프랑스 르망(Le Mans)에 가까운 라 샤르트 서킷(Circuit de la Sarthe)에서 매년 6월 개최한다.르망24 레이스는 매년 24번째 토요일에 열리며 오후 3시에 레이싱을 시작해 다음날 오후 3시까지 24시간 동안 5000km의 서킷을 달린다. 24시간 동안 13.65km의 서킷을 쉬지 않고 가장 많이 달린 팀이 우승자로 결정되며 오로지 한 대의 자동차를 사용해야 한다. 단 운전자는 최대 3명까지 교체할 수 있다. 경주가 열리는 서킷은 상설이 아닌 임시(non-permanent) 경주로다. F-1 모나코 그랑프리와 같이 르망24 레이스가 열리는 기간에만 일반 도로를 막아 레이싱 서킷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서킷 대부분은 시골길로 이뤄져 있다. 이 대회는 매년 전 세계에 50대의 차량에만 참가 자격을 줘 참가 자체도 상당히 어렵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