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국내 미술품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단군 이후 최고의 호황’이라거나 사상 초유의 가격 급등 현상으로 ‘미술 광풍’이라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미술품 시장이 뜨거웠다. 경매 회사 수가 부쩍 늘고 거래 규모도 급격하게 확대됐으며 인기 작가군의 작품 가격이 폭등했다. 아트 펀드가 여럿 등장하고 미술품 투자 세력이 새롭게 형성됐다. 또 화랑의 숫자도 증가했고 미술에 관심을 갖는 계층이 크게 늘어나는 등 과거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시장의 변화가 일어났다.물론 모든 상황이 다 좋아진 것은 아니다. 2차적 보완 시장으로서의 경매 회사가 1차 시장인 화랑의 기능을 잠식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미술품 가격을 다소 인위적인 방법으로 상승을 부추기고 지나치게 일부 특정 인기 작가에 편중해 여타의 절대 다수 작가들과의 양극화를 초래한 점, 그리고 미술품을 단기 투기의 수단으로 잘못 인식하게 한 일 등은 부작용으로 지적된다.미술품 구입 선호도에도 변화가 컸다. 고미술이나 전통미술이 약세를 보인 반면 현대미술이 강세를 나타냈다. 한국화에서 서양화로의 자리바꿈이 보다 현격하게 이뤄졌다. 조각을 비롯한 입체 분야가 침체됐고 평면 분야가 그 자리를 대신 점령했다. 구상적(具象的) 경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으며 신진 작가들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사진의 부상도 특이할 만한 일이었다.연말에 가까워지며 그동안 거침없이 질주하던 시장에 미미하나마 제동이 걸리는 조짐이 나타났다. 경매 회사와 화랑 간의 갈등이 노정되고 이중섭 박수근 작품의 대량 위작 문제가 밝혀져 신뢰성에 흠집이 났다. 지나치게 급등하며 거품을 우려하게 했던 일부 인기 작가의 작품가가 주춤하거나 소폭 하락하는 현상이 생겨나기도 했다. 미술품 시장이 정점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도 불러일으키고 있다.그러면 이러한 조짐은 향후 미술 시장의 상황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그리고 다가오는 2008년 새해의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내년의 미술 시장을 전망하기에 앞서 미술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제반 상황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새해의 세계 경제는 그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예측이다. 주택 경기의 침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신용 경색과 금융 불안, 고유가 행진, 달러화 약세 등 복합적인 문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고, 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석유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현실에 배럴당 100달러가 눈앞에 있는 고유가로 오일 쇼크가 크지 않을 수 없고, 해외 신용 위기의 악영향,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달러화의 지속적 약세, 투자 위축에 따른 성장 동력의 실종, 그리고 소비자 물가의 상승 등은 내년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경제 여건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미술 시장도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미술 시장 안의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우려를 상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도 가질 수 있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술품에 대한 관심 폭발과 투자 열기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공통적 추세라는 점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크게 두터워지고 있는 미술 애호가층과 수요층도 꾸준히 시장을 받치게 될 것이다. 특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은 자연스럽게 미술품으로 유입되고 있고 미술품이 세금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동산(動産)이라는 점도 매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종합적으로 볼 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의 부정적 예측에도 불구하고 미술 시장 내에서의 상황 호조를 같이 견주어 고려하면 2008년의 국내 미술 시장은 비관적인 쪽으로 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속적인 강세 시장은 기대하기 어렵겠으나 강보합 수준의 안정적 전망을 기대해도 될 것이다.다만 이러한 안정적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미술 시장 내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지각변동이 큰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컬렉터와 투자자들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소위 블루칩에 해당하는 일부 인기 작가의 작품 가격 수준이 단기간에 너무 올라 거품이 끼어 있다는 시각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는 큰 저항이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부분적으로 가격의 답보(踏步) 내지는 일부 하락도 예견되는 만큼 작가 선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커질 것이다. ‘묻지마 투자’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거품 블루칩의 퇴조와 함께 이에 대체되는 새롭게 부상하게 될 스타 작가에 유념하면 좋다.미술품 구입 선호도 변화 추세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대미술 분야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고 한국화(韓國畵)의 실지(失地) 회복은 다소 나아지겠지만 단기간 내에 제자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구상적 경향에 대한 선호도도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다만 최근의 유행에 편승한 작가도 제법 있는 만큼 작품의 절대적 가치에 기준을 두고 옥석을 가려야 할 것이다. 명성보다는 비전이 있는 유망 작가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 좋을 것이다. 특히 미술 시장도 글로벌화가 큰 추세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미 검증된 외국 작가에 대한 관심을 일정 부분 기울여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그 어느 때보다 미술 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변화에는 항상 위기가 있고 한편으로는 기회도 있는 법이다. 선택에 따라 득실이 생기게 마련이므로 따라서 미술품 투자자에 있어 새해에는 안목과 지혜가 보다 요구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술품 투자에서는 시장의 단기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지나치게 유행에 집착하지 않는 일이 중요하고 미술 작품의 절대적 가치, 미술사적 가치가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박성민, 아이스캡슐, 캔버스에 유채, 80×3×116.8cm, 2007이정웅, 붓·장지에 유채, 130.3×194cm, 2007송명진, Escape from paradise 캔버스에 아크릴릭 181.8×227.3cm, 2007강효주 한국문화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