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어사 김상우(48) 대표는 다소 엉뚱한 스타일이다. 잘나가는 스타 강사 출신으로 강남에서 유명 학원을 2~3개 운영하다 느닷없이 온라인 영어 교육 사업에 진출했을 때 주변의 평가가 바로 그랬다. 한 달에 수천만 원의 이익을 내는 사업을 제쳐두고 왜 굳이 고생스러운 길을 가느냐는 반응이 나올 법도 하다. 물론 본궤도에만 오른다면 학원 운영할 때보다 수십 배의 돈을 만질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YBM 시사영어사, 파고다영어학원 등 굴지의 대형 학원들이 시장을 석권한 상태였다. 아무리 아이템이 좋다고 해도 막대한 자본력을 상대로 싸우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의 엉뚱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온라인 학습 시스템을 구상해 온 그는 회원 수 모집보다 시스템 개발에 먼저 착수했다. 당장의 이익보다 사업 기반을 튼튼하게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론에서였다. 그는 10억 원의 돈을 들여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자체 내 문항 개발연구소를 설립해 하버드와 케임브리지 등 해외 유명 대학의 영문학 관계자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문항 개발부터 시작했다. 회사 이름도 그렇다. 거창하고 멋진 이름 대신 그는 ‘확인’이라는 단어를 회사명으로 선택했다. 웹 사이트 주소도 ‘www.english12 345.com’이다. 도무지 무엇 하나 의미가 연결되지 않는다.“확인이 어때서요. 교육에 있어서 확인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시험을 통해 실력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얼마나 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을 꼽으라면 가르친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해 주는 영어 학습 솔루션을 기초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확인이라는 말을 대체할 영어 표현을 찾지 못해 그냥 확인영어사를 회사명으로 쓰게 됐죠.”확인영어사의 영어 학습 솔루션은 한마디로 ‘자기 주도적 학습’이다. 그는 이를 ‘골프 연습장’에 빗대어 설명했다.“대부분의 영어 교육은 어떻게 골프를 잘 하는가를 가르치는 골프 비디오라면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골프 연습장입니다. 골프를 어떻게 하는지를 알면 뭐합니까. 직접 해봐야죠. 영어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연습을 거쳐야만 실력이 향상되게 마련이죠. 이 때문에 우리 회사에는 문항 개발자만 수십 명입니다.”수차례의 반복 학습을 통한 영어 실력 향상은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확인영어사의 홈스터디 프로그램은 굉장히 세분화돼 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 프로그램에 가면 우선 자신의 영어 실력을 자기 스스로 검진하도록 해준다. 그런 다음 꾸준한 반복 학습을 통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며 성적 분석은 물론, 자신이 자주 틀리는 문제를 유형별로 분석해 자신의 취약점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뿐만 아니라 주간과 월간별로 성적표를 집으로 발송해 주며 컴퓨터 사용 시간까지 꼼꼼히 체크하는 등 마치 가정교사처럼 학생들을 지도해 준다. 이 때문에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 사이트에는 확인영어 저주카페가 등장할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 확인영어사의 영어 프로그램은 유명하다.이 같은 교육 시스템은 학원 강사, 학원장을 거치면서 깨달은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그는 1997년부터 2004년까지 7년간 자신이 운영한 학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시연했다. 물론 결과는 대성공. 철저한 확인만 거친다면 성적이 오르지 않을 학생들은 하나도 없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밖에도 그는 자사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입력보다 출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한다.그렇다고 확인영어사의 프로그램이 ‘사감선생’처럼 지루한 것은 아니다. 철저한 확인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교육 콘텐츠 개발도 병행돼야 한다. 그가 개발한 오프라인 영어 학습지 셀프 잉글리시는 교육에 재미를 더한 영어 학습 프로그램이다. 셀프(SELF)라는 이름에는 재미를 더한 과학적인 영어 학습(Scientific English Learning with Fun)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학습지를 구매하면 스피킹 펜이 고객들에게 제공되는데 이 스피킹 펜은 자신의 발음을 녹음해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단어나 문장을 원어민의 음성으로 듣는 데 사용된다. 이는 교재, 카세트테이프, CD로 구성된 기존 영어 학습 교재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점이다.확인영어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스피킹 펜에 기반을 둔 오프라인 학습지 셀프 홈스터디와 온라인 확인홈스터디 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온라인 프로그램은 일반 개인이 아닌 영어보습 학원 등에 제공된다. 현재 김 대표가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학원은 전국에만 565개에 이르며 이용자 수는 10만 명이 넘는다.김 대표가 확인영어사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04년 4월. 현재 확인영어사에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일본 교육 관련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마이클 오너와 케임브리지대학 시험 담당 기관에서 근무하는 데이비드 글래브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2005년 9월에는 일본 소프트뱅크 내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가 1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금액만 놓고 보면 그다지 크지 않지만 이제 막 설립된 회사에 10억 원을 선뜻 투자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당장의 사업 규모보다는 확인영어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확인영어사는 앞으로 사업 모델을 영·유아, 초·중·고생에서 대학생, 취업 준비생, 직장인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영어회화와 토익 점수 향상을 위한 단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 불라칸 국립대에서 3개월간 진행되는 야베스 확인영어 어학 프로그램은 취업 준비생, 대학생 등 성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김 대표는 토익 점수 보장 게임을 도입했다. 연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 프로그램은 연수 후 자체 테스트를 통해 토익 점수가 200점 이상 상승하거나 총점이 950점 이상을 거둘 경우 장학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정규 수업이 하루 8시간씩 진행되며 매일 2시간씩 자율 학습을 함께 진행합니다. 정규 수업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문법 단어 등으로 구분되며 이 중 자신이 가장 부족한 3개 영역은 일대일 맞춤식 학습이 별도로 제공돼 개인의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이 밖에도 김 대표는 중국 상하이에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내년 상장을 위해 사내 영어 교육 시스템 확충에 더욱 주력할 계획도 내비쳤다. 그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논·구술 능력이 핵심이며 이를 위해 올해부터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EBS, 잉글리시 TV, 솔빛위성방송, 메가스터디, 엠베스트 등에서 활동했으며 전국 외고 모의고사를 가장 많이 출제한 스타 강사 출신으로 대치동 남부대일학원과 분당미래학원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2월에는 온라인 토플 교재를 세계 최초로 출간했고 외고 입시 대상 학습지를 96권씩이나 저술했다.“이제 시작한 상태라서 비전을 말하기가 쑥스럽기도 하지만 전 앞으로 회사가 성장한다면 자립형 사립고를 설립하는 것이 꿈입니다. 상산고를 설립한 수학 정석의 저자 홍성대 씨가 제 멘토인 셈이지요.”김상우확인영어사 대표서울대 언어학과 졸업2002년 EBS 방송강사잉글리시TV, 솔빛 위성 방송,메가스터디, 엠베스트 강의남부대일학원, 분당미래학원,확인영어학원 원장 역임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