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박수홍의 또 다른 삶
난히 평판이 좋은 사람이 있다. 악플이 득시글대는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세인의 군것질거리인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안티 팬이 거의 없는 그. 날고 기는 ‘훈남’들을 모두 제치고 ‘결혼하고 싶은 남자 연예인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노총각 개그맨. 박수홍은 분명 특이한 사람이다.철저한 자기관리의 결과인가, 타고난 성품 덕인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 배워야 할 점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얼마 전부터 웨딩 사업가로도 이름을 날리는 중이다. 업계에서도 좋은 평판을 이끌어내며 고급 인맥을 구축했다. ‘그 사람은 어떻다더라’ 유의 ‘카더라 통신’이 사람들의 머리 한쪽을 지배하며 보이지 않는 편견을 만들어내는 이 시대에 연예인으로,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는 그의 인생을 엿보는 시간. 결코 헛되지 않았다.사업가 박수홍의 청담동 ‘라엘 웨딩’ 사무실. 웬일인지 약속 시간 1시간이 넘도록 그가 나타나지 않는다. 칼같이 약속을 지킬 것 같은 이미지였기에 미리부터 달려가 취재 준비를 완료해 놓은 상태인데 오지 않는다. 커다란 대형 TV가 놓인 접견실에 오랫동안 앉아 있으려니 반복해 보여 주는 탤런트 사강의 웨딩 비디오가 물리기 시작한다. 다른 연예인의 것으로 바꿔 달라고 말하려는 찰나, 숨을 몰아쉬며 그가 뛰어들어 왔다. 라디오 프로그램 녹음이 지연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림픽대로가 꽉 막혀 늦었다고 했다. 사과를 하며 연신 고개를 숙인다. 늦더라도 목에 투명 깁스를 하고 나타나 눈웃음으로 마무리하는 여타의 연예인들과는 좀 다른 모습이다.첫 질문으로 “웨딩 사업을 하면서 왜 정작 본인은 결혼 ‘안’하느냐?”고 묻자 “지금이라도 당장 결혼하고 싶다. 결혼에 대한 꿈이 없었다면 이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영원한 동반자를 만나야 하고 웨딩 사업을 하다 보니 결혼의 과정이 꽤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더욱 신중해졌다”고 대답한다. 웨딩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올 10월에 치과의사와 결혼할 예정인 배우 김상경에서부터 얼마 전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른 박경림, 그리고 탤런트 김승환, 가수 윤종신 등이 그가 맡아 진행한 웨딩이다. 사실 박수홍은 연예계에선 웨딩 업계의 후발주자. 가수 김태욱, 개그맨 황마담(황승환) 등이 웨딩 사업의 선배들이다. 하지만 왜 이토록 많은 연예인들이 그의 회사의 문을 두드릴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전투적으로 웨딩 건수를 따오기(?) 때문이다. 입만 벌리고 앉아 있다고 누가 밥을 떠먹여 주지 않는다.“방송 경력이 오래됐기 때문에 인맥이 넓은 편이라 연예인들의 결혼 소식을 가장 먼저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연예인 누가 결혼한다더라’는 소문만 들으면 바로 그에게로 달려가 만나요. 그리고 공을 들이죠. 가서 직접 프레젠테이션도 해요. 여태껏 방송을 하면 주로 수동적으로 들어주는 편이었지만, 사업을 할 때는 달라야 한다고 여겼어요. 생전 처음 내 사업체를 가지고 여러 사람을 내 손으로 먹여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더군요. 자연스럽게 전투적이 됐어요. 전엔 방송 녹화가 끝나면 ‘수고하셨습니다’라며 바로 집에 갈 정도로 여자 출연자들과는 거의 소통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일부러 자리를 만들어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해요. 사업을 하면서 이렇게 제가 달라졌다고 생각하니, 너무 신기합니다.”호감형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수줍음을 타는 것 같은 이미지라고 느껴졌는데 직접 만나 얘기를 해 보니 매우 적극적이다. 화면에서 볼 땐 그저 늘 사람좋아보이는 개그맨이었던 것에 반해, 사무실 소파에 앉은 그는 열정적인 사업가로 변신한 모습이다. 역동적인 사업이 ‘박수홍의 재발견’을 일궈낸 것이다.그는 얼마 전 박경림의 발리 신혼여행에 따라가 우정을 과시하고는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거기까지 따라갔느냐’며 핀잔을 줬다. 그가 발리 신혼여행에 동행한 표면적인 이유는 현재 MC를 맡고 있는 쇼 프로그램 ‘지피지기’의 섭외를 위해서였다. 직접 출연자 섭외를 한다는 TV 프로그램을 위해 그가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을 것 같았다.“박경림 씨를 프로그램에 섭외하기 위해 따라갔던 게 맞아요.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죠. ‘채플 웨딩’ 사업을 새롭게 진행하기 위해서예요. 발리에 채플을 만들어 외국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채플 웨딩은 주로 재혼이나 결혼식을 추억하는 ‘리마인드 웨딩’의 경우에 적합하죠. 앞으로의 시장성이 밝기 때문에 적극 추진 중입니다.”사업가 박수홍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그가 이토록 사업에 열의를 보이는 까닭은 또 하나 있다. 그의 분신 같은 형과 남동생 등 삼형제가 함께 투자해 하는 동업이기 때문. 그의 매니저로 오랜 시간 그의 방송 생활을 도운 형과 ‘좋은 친구들’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방송사 간판 오락 프로그램의 작가로 활동하며 물심양면으로 힘이 된 남동생을 실망시킬 수는 없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 이 때문에 누구보다 신중하기 위해 3년간 사업 기획을 하고 직원 한 명을 뽑을 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처음 둥지를 틀었던 신사동에서 청담동으로 사무실을 확장 이전하면서 ‘박수홍이 사업에서 성공했다’는 소문도 돌았다.“아직 손익분기점에 이르진 못했어요. 현재는 방송으로 돈을 벌고 사업에 투자하죠. 사업에서 이렇다 할 이익이 나지 않았어요. 투자 초기 단계라서 여기저기 쓸 곳이 더 많아요. 하지만 큰 이익을 보더라도 개인 욕심이 아닌 사회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좋은 일에 쓸 생각이에요.”마시지 않던 술도 사업을 위해 이제는 잘 마신다. 폭탄주 다섯 잔 정도는 거뜬하다. 사업을 하면서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고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 하는 일이 늘었다. 그러면서 세상을 알아간다고 여긴다. 사회가 무섭고 나쁜 사람이 많은 만큼 좋은 사람도 많다는 사실 또한 새삼 깨달았다. 얘기를 듣다 보니 부잣집 도련님처럼 어려움 모르고 살았을 것 같은 박수홍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을까 궁금했다.“어렸을 때 아버지 사업이 망하면서 집이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죠. 집안의 부채를 연예인이 되고 나서도 갚아야 할 정도였고, 무척 힘들었어요. 그래서 나는 커서 절대 사업은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는데.(웃음) 나이 들다 보니 하게 되네요. 그때 힘들었던 기억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줬다고 믿어요.”웨딩 사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결혼에 관한 신념이 섰을 터. 결혼에 있어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던 그가 ‘MC형 개그맨’답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명언들을 국수 가락 뽑듯 뽑아낸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평화로운 것이죠. 반대에 부딪쳐 괴롭고, 조건에 의해 마음 상하고, 마음을 확인하지 못해 불안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에요. 뭘 이겨내고 헤쳐 나간다고 사랑이 깊어지진 않죠. 그저 지칠 뿐입니다. 저도 사업을 시작하면서 소개를 많이 받아봤기 때문에 조건이나 봤으면 벌써 결혼했을 거예요. 하지만 결혼할 사람은 후광이 비친다고 생각해요. 진짜 연애는 세 번 정도 해봤는데 연애를 하게 되면 일에 방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당분간 안하렵니다.”지금으로부터 10년 후면, 사업도 성공 궤도에 오르고 부자가 되길 바란다는 박수홍. 진짜 부자는 베풀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때쯤이면 그의 바람대로, 어린이 찬양단을 만들어 외지에 교회를 세워 어려운 사람을 위해 공연하고 찬양하며 ‘번 만큼 베풀면서’ 아름답게 살아가길 바란다.인터뷰가 끝날 때 즈음, 그가 늦은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했다. 하루 종일 바빠 밥 한 끼를 못 먹어 설렁탕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느라 그랬다고.그의 솔직함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론 안 듣는 게 나았을 것이란 생각이 스친다.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이 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의 진가를 느꼈다는 것. 보이지 않던 박수홍의 힘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솔직담백함 그 자체였다.글 김지연·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