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감각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촉각‧후각‧미각 등 오감 전체를 느낄 수 있는 메타버스가 등장했다. 가상 세계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집 안의 3D 프린터로 음식을 만들 수 있고, 옷감을 만져본 뒤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오감을 만족하는 메타버스, 차원이 다른 리얼 메타버스가 다가온다. 가상현실에 영향을 끼친 첫 번째 소설은 아마 올더스 헉슬리가 쓴 SF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 1932>일 것이다. 작품에 나오는 미래 영화관 필리스Feelies에는 촉감까지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있다. 1962년,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모턴 하일리그Morton Heilig는 센소라마Sensorama라는 영상 장치를 만들었다. 시각을 넘어선 최초의 다감각 시뮬레이션 기기다.
오토바이를 타고 뉴욕시를 달리는 기분을 입체영상+입체음향+시뮬레이션된 진동+인공 향기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심지어 바람을 일으키는 송풍 장치가 붙어 있어서 오토바이의 움직임에 맞춰 머리카락이 흩날리기도 한다. 이 개념은 현재 실감형 4D 영화관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왜 다감각 장치를 만들었을까? 우리가 어떤 가짜 현실 안에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먼저 실시간 상호작용이다. 내가 움직이면 그럴듯하게 가짜 세상이 반응해야 한다. 어떤 세계처럼 보이는 그럴듯한 이미지와 소리도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촉각, 후각, 운동감각 같은 다른 감각을 종합해야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실감’이 만들어진다. 스크린골프장을 생각하면 된다. 내가 실제로 공을 쳐야 반응한다. 어떻게 쳤는가에 따라 화면 속 공이 움직인다. 화면은 진짜 골프장과 비슷해야 하며, 게임 환경은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로 골프를 치는 기분이 든다. 시각, 실감나는 진짜 세계를 만나다
먼저 가장 중요한 감각으로 여겨지는 시각은 어떨까? 세계적 게임 개발사 에픽 게임즈EPIC Games의 CEO 팀 스위니Tim Sweeney는 예전부터 메타버스 지지자로 알려졌다.
에픽 게임즈에서 개발한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가상 공연을 개최해 게임 속 공연이라는 독특한 이벤트를 열었다. 이는 높은 차원의 메타버스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되었고, ‘포트나이트’가 메타버스를 선점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보이는데, 그가 보기에 진짜 메타버스는 아직 멀었다. 보다 실감 나는 그래픽을 즐길 수 있어야 진짜 메타버스가 온다고 믿기에 한쪽 눈에 8K 해상도를 보여줄 수 있는 VR 헤드셋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제품이 나올 수 있을까. 최근 10여 년간 컴퓨터 그래픽이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 가능하다고 본다. 애플은 이미 내년에 8K 디스플레이 2개와 12대의 카메라, 첨단 아이트래킹Eye-Tracking, 시선 추적 기술 등을 탑재한 VR 헤드셋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당초 메타버스가 다시 유행하게 된 계기가 실시간 3D 컴퓨터 그래픽을 예전보다 쉽게 만들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청각, 실감나는 사운드로의 진화에픽 게임즈에서 개발한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가상 공연을 개최해 게임 속 공연이라는 독특한 이벤트를 열었다. 이는 높은 차원의 메타버스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되었고, ‘포트나이트’가 메타버스를 선점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보이는데, 그가 보기에 진짜 메타버스는 아직 멀었다. 보다 실감 나는 그래픽을 즐길 수 있어야 진짜 메타버스가 온다고 믿기에 한쪽 눈에 8K 해상도를 보여줄 수 있는 VR 헤드셋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제품이 나올 수 있을까. 최근 10여 년간 컴퓨터 그래픽이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 가능하다고 본다. 애플은 이미 내년에 8K 디스플레이 2개와 12대의 카메라, 첨단 아이트래킹Eye-Tracking, 시선 추적 기술 등을 탑재한 VR 헤드셋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당초 메타버스가 다시 유행하게 된 계기가 실시간 3D 컴퓨터 그래픽을 예전보다 쉽게 만들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청각은 녹음된 음원을 재생하던 시절을 지나 어떤 분위기나 공간감을 만드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전의 홈 오디오나 멀티미디어 스피커 시스템을 헤드폰 하나로 재현한다. 누가 뒤에서 나를 부르면 뒤에서 소리가 들리고, 모기가 움직이면 진짜 모기가 있는 듯 신경 쓰인다. 이런 것을 360도 공간 음향Spatial Audio이라 부른다.
애플이나 소니에서 판매하는 이어폰에서 이미 제공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나는 소리는 게임처럼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소리다. 소리를 내는 존재마다 공간을 나타내는 좌표를 가지고 있고, 내 아바타가 가까이 다가가거나 멀어지는 것을 인식해 소리를 다르게 만들어 들려주는 단계에 올라섰다.
앞으로 MS나 구글, 한컴인텔리전스에서 제공하는 다국어 자동 번역 서비스와 연동될 가능성도 크다. 촉각, 콘텐츠 몰입감을 높이다 시청각 다음으로 주목받는 분야는 촉각과 운동감각이다. 스크린골프 같은 프로젝션 기반 VR,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데스크톱 디스플레이 기반 VR와는 달리 머리에 쓰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 Display, HMD는 현실적이며 완전한 몰입형 디바이스다.
그래서 시뮬레이션을 통한 군사 훈련이나 직업 훈련에 많이 쓰인다. 특히 원격 작업을 위해서는 포스 피드백Force Feedback이라 불리는 외부 힘 전달 기술이 꼭 필요하다. 포스 피드백은 전해지는 충격을 실제처럼 느끼게 해준다. 비행기 조종간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저항 같은, 현장 상황과 같게 느껴지는 외부 반응이없다면 훈련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햅트엑스 글러브 DK2HaptX Gloves DK2는 이런 훈련을 위해 메타버스에서 쓸 수 있는 장갑형 촉각 장치다. 가상현실 속 감촉을 사용자에게 그대로 전달해주며, 실제 물체를 만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장갑당 130포인트 이상의 물리적 촉각 피드백을 제공하며, 뭔가를 잡거나, 외벽에 닿거나, 조종간 등을 움직이는 느낌을 재현할 수 있다. 제작사는 온도와 질감은 물론,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MS에서 연구 중인 햅틱 피벗Haptic PIVOT은 사과 같은 둥근 물건을 잡고, 따고, 던지는 느낌을 만드는 데 특화되어 있다. 특정 직업훈련을 할 때 유용한 기술이다.
지난 2019년 도쿄 대학교 응용물리학과 연구팀은 초음파를 이용해 반지름 1mm인 플라스틱 구슬을 여러개 허공에 띄우고, 영상처럼 보여주고 만질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가상의 물체를 띄워 만지고 느낄 수 있다면 앞으로 메타버스 공간 속 협업에서 좀 더 정확하고 빠른 제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그 밖에도 메타버스에서 촉각과 운동감각을 재현하는 기기는 많다. 아직 개발 중이지만 미세전류나 레이저를 이용해 어떤 피부감각, 돌이나 옷감 등을 만지는 느낌을 재현할 수도 있다.
버툭스 옴니Virtuix Omni처럼 이용자 몸을 매달아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러닝머신 스타일의 장비는 이미 세상에 나와 있다. 또 비햅틱스bHaptics등에서 만드는 햅틱슈트는 촉각을 전달하는 재킷으로, 주로 게임을 즐길 때 사용한다.
포스 피드백과는 다르게 모터를 이용한 가벼운 진동을 전달해 콘텐츠 몰입감을 높이는 보조 기기라고 할 수 있다.
후각, 향기로 기억을 되살리다향기를 재현하거나 전달하려는 시도는 꽤 예전부터 있었다. 미국 GE가 최초의 영상 향기 전달 시스템인 스멜오라마Smell-O-Rama를 개발한 때가 무려 1953년이다.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문제가 꽤 많았다. 이미지에 맞춰 향기를 뿌리기는 쉽지만 거두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어떤 일에 집중할 때 냄새의 존재는 자주 무시당한다. 그렇지만 향기는 보이지 않게 분위기를 만들고, 기억을 되살리는 데 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진짜 몰입하는 경험을 원한다면 냄새는 결코 뺄 수 없다.
디즈니랜드 안에 스멜리처Smellitzer같은 향수 펌핑 기계가 수도 없이 깔린 이유다. 그럼 메타버스에서 쓰는 스멜리처는 없을까?
2019년 펀딩에 성공한 필리얼Feelreal VR 마스크는 외부 온도와 바람을 비롯해 향기 센서를 이용해 냄새까지 재현하는 제품이다. 다만 여전히 출시가 안 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하고 있는 VR 영상용 향기 분사 기술도 있지만, 아직 커피나 오렌지‧장미 향 등을 보내는 정도다. 미각, 출력해서 맛보는 음식미각도 남아 있다. 메타버스에서 맛을 느끼다니 이쯤 되면 메타버스가 아니라 매트릭스에 가깝긴 하지만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맛을 내는 물질을 조합하거나, 미세한 전기자극을 통해 혀에 특정 맛을 내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메이지 대학교 연구원 호메이 미야시타가 만든 노리마키 신시사이저Norimaki Synthesizer는 다섯 가지 맛의 겔형 물질이 담긴통을 이용해 혀에 갖다 대면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는기기를 개발했다. 기기를 직접 혀에 닿게 하는 게 싫다면 음식을 찍어내는 3D 푸드 프린터는 어떨까?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근래 3D 푸드 프린터로 피자‧쿠키 등을 만들어내는 걸 보면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집에 있는 3D 푸드 프린터로 고급스러운 요리를 출력해서 먹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글. 이요훈(IT 칼럼니스트)
출처. 미래에셋증권 매거진(바로가기_click)
박혜원 기자 phw06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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