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너 정체가 뭐니?
최근 OTT업계가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000년대 아시아 지역에 한류 열풍을 이끈 한국 드라마는 오늘날 OTT를 만나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에 이어 <오징어 게임>, 최근에는 <지옥>까지 한국 드라마 흥행이 이어지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증대하고 있다. 현재 OTT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OTT 서비스의 핵심은 콘텐츠OTTOver-the-Top란 셋톱 박스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망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지칭한다. 방송사, 케이블, IPTV와는 다르게 폐쇄적인 영상 유통 인프라를 거치지 않고 공공 인터넷망을 통해 동영상을 전송하는 서비스다. 스마트폰·태블릿·TV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으며,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OTT 시장이 급격히 부상했다.

2021년 3분기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는 2억1,000만 명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7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0% 성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OTT 시장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OTT 서비스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는 스트리밍 기술·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격 등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것은 단연코 콘텐츠다. 신규 이용자를 유입시키고, 기존 고객이 이탈하지 않고 꾸준히 월 10달러 안팎의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기위해서는 지속적인 양질의 콘텐츠 공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OTT 서비스 기업이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안으로는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제작사의 라이선스를 구입해 독점적 스트리밍 권한을 획득하는 전략. 둘째, 부분 투자를 통해 조건적 제약이 있는 판권을 얻는 방법. 셋째, 자체적으로 콘텐츠에 투자해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완전히 획득하는 방식이 있다. 초기의 OTT 사업 모델은 단순히 라이선스를 구입해 콘텐츠를 유통해주는 스트리밍 플랫폼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오늘날의 OTT 서비스 기업은 직접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 다른 플랫폼에서는 접할 수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를 보고 있다. 콘텐츠가 곧 경쟁력콘텐츠 플랫폼 산업 생태계를 앞장서 확장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넷플릭스는 매출의 70% 이상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재투자하며 콘텐츠 제작에 공들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콘텐츠에 7,7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으며, 매년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이 미국의 대형 제작사 MGM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자사의 OTT 서비스인 ‘프라임 비디오’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아마존이 미국의 대형 제작사 MGM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자사의 OTT 서비스인 ‘프라임 비디오’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프라임 비디오’로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아마존은 2021년 5월 무려 94억5,000만 달러를 들여 할리우드의 역사로 불리는 MGMMetro Goldwyn Mayer을 인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이미 2010년부터 아마존 스튜디오를 설립해 자체 TV 시리즈를 제작해왔지만, OTT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영화 제작 스튜디오를 사들여 역량을 내재화하는 전략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국내 OTT업계에서도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SK텔레콤의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별도 제작사를 설립하고 독자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OTT 플랫폼 시즌Seezn을 보유한 KT는 2021년 1월 콘텐츠 제작 전문 기업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2023년까지 원천 IP 1,000개 이상, 오리지널 드라마 100개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스토리 위즈와 스카이TV, 올레TV, 스카이라이프 등 KT가 보유한 미디어·콘텐츠 자회사 간 연계를 통해 콘텐츠의 기획부터 제작, 유통 전 밸류 체인을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CJ ENM의 티빙 또한 2023년까지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대형 IP 및 웰메이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나섰다. 비교적 후발주자로 2020년 12월 쿠팡 플레이란 이름으로 OTT 시장에 진입한 쿠팡은 아마존과 유사한 형태로 커머스와 OTT를 연계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OTT가 불러온 파급력글로벌 시장, 특히 북미 시장에서 OTT가 불러온 가장 큰 파급력은 전통적인 유료 방송 시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OTT만 가입하고 기존 유료 방송은 해지하는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을 넘어 젊은 층 사이에서는 처음부터 유료 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OTT만을 구독하는 코드네버Cord-never 현상도 번지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HBO 맥스 등 대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은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탄탄하게 보강해 한국 시장을 겨냥한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HBO 맥스 등 대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은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탄탄하게 보강해 한국 시장을 겨냥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유료 방송과 OTT 시장이 공존하고 있지만, 국내 OTT 시장 내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미국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2021년 말 애플tv+가 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21년 말 애플tv+가 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21년 애플tv+와 디즈니+는 한국에 진출했고, 2022년에는 HBO 맥스Max의 한국 진출도 예상되고 있으므로 글로벌 OTT와 국내 OTT 간 경쟁 또한 심화될 것이다.
디즈니+는 디즈니, 마블,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내세운다.
디즈니+는 디즈니, 마블,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내세운다.
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기회OTT 산업 생태계의 확장은 국내 기업에 기회와 위협이 될 수 있다. 미디어 제작사 입장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부분은 OTT라는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전 세계에 동시에 배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오징어 게임>과 <지옥>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것도 드라마 시나리오 자체의 우수성도 있지만, 넷플릭스라는 채널과 넷플릭스의 투자가 없었더라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2021년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흥행으로 늘어난 한국콘텐츠 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 또한 국내 제작사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외의 늘어나는 투자는 그동안 열악하던 제작 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돕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반면 해외 OTT 서비스 기업의 시장 잠식은 국내 OTT서비스 기업 입장에서는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OTT 서비스 기업들은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자본을 안고 공격적으로 전 세계에 투자하는 해외 OTT 서비스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규모 면에서 견줄 수 없다. 따라서 국내 OTT 서비스 기업들은 비교적 적은 투자액으로도 흥행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에 투자하거나 국내외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 혹은 공동 제작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앞으로는 OTT 서비스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사업을 넓혀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엿보인다. 구독 경제와 스트리밍 시장을 연 넷플릭스는 OTT 이후의 시장으로 게임시장을 바라고 있다. 실제로 2021년 11월 넷플릭스는 인기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으며, 2022년 상반기에는 <킹덤>IP를 활용한 게임도 선보일 예정이다.

OTT 시장은 기업 간에 단순히 서로의 시장을 뺏어오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OTT서비스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OTT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

OTT는 잔잔하던 물가에 들어와 다른 생명체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드는 메기와 같은 역할을 하며,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을 혁신적인 방식으로 트랜스포메이션하고 있다. 격변기에 있는 OTT 시장에서 국내 기업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염승훈(삼정KPMG 게임·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리더, 부대표), 김기범(삼정KPM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처. 미래에셋증권 매거진(바로가기_click)

박혜원 기자 phw06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