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률에 불만 고조
전삼노, 창사 이래 첫 단체행동 돌입
자칫하다 무파업 기록 깨질 수도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지난 4월 17일 삼성전자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앞에 모였다. 올초부터 이어온 임금 교섭이 끝내 결렬되면서 창사 이래 첫 단체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날 약 2000명의 직원이 참가해 사측에 임금인상률을 높일 것을 촉구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삼성전자가 유일무이하게 갖고 있는 기록이 하나 있다.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노조가 파업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불거진 성과급 갈등 등의 영향으로 노조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어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삼노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 900여 명이 최근 진행된 회사 측과의 연봉 협상에서 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협의회가 정한 올해 임금 인상률 5.1%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직원들이 임금조정 결과를 거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삼노는 노사협의회 6.5%의 임금 인상률을 주장하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까지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다. 오랜 기간 노사 협상 대신 사내 협의기구인 노사협의회 협의로 임금 인상률을 정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이 직접 “시대 흐름에 맞춰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2019년 11월 출범한 전삼노가 2021년부터 매년 사측과 임금 교섭에 나서기 시작했다. 노조와의 대화로 임금 인상률 등을 결정하게 되면서 수월했던 협상은 매년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노조가 단체행동이나 파업에 나선 적은 없었는데 올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4월 17일에는 창사 이래 첫 단체행동까지 돌입하는 등 전례 없는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자칫하다간 삼성전자에서 사상 처음으로 대대적인 노조 파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불만이 거세게 불거진 상황이라 이런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 예컨대 적자를 기록한 반도체부문(DS)의 경우 단 1원의 성과급도 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4월 17일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이 진행됐다. 삼성전자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이날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앞에서 노조 측 추산 약 2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사진=노조 유튜브 캡처
4월 17일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이 진행됐다. 삼성전자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이날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 앞에서 노조 측 추산 약 2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사진=노조 유튜브 캡처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수익을 내는 만큼 직원들에게 분배하겠다는 경영원칙을 고수했다”며 “실적이 좋았던 시절에는 막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임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웠지만 지난해에는 사정이 좋지 못하다 보니 일부 직원 사이에서 큰 불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 전삼노를 지지하는 이들이 급증하는 분위기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회사 관계자에 의하면 올해 1월 전삼노 가입자는 1만3500명이었다. 최근에는 2만7500명까지 늘었다. 삼성전자의 전체 정규직 근로자(지난해 말·기간제 제외) 12만4207명 중 22.2%에 해당하는 수치다. 성과급 불만에 노조를 지지하는 세력이 커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파업이 실제로 실행될지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단체행동 돌입을 계기로 노사 갈등이 삼성의 또 다른 경영 변수가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매년 노사와의 협상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현대차처럼 삼성전자 역시 노조 리스크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