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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s LETTER] 이번엔 챗GPT! 뭔 배워야 하는 게 이리 많은지...

    [EDITOR's LETTER]참 세상 살기 쉽지 않습니다. 뭔가에 적응할 만하면 새로운 게 또 튀어나오니 말입니다.2021년 봄, 메타버스란 단어가 대유행했습니다. 기사를 쓰기 위해,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해봐야 했습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플랫폼 제페토에 가입하고 아바타를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만들었는데 들어가 뭘 해야 할지 몰라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며칠 후에는 얘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접었습니다. 지금도 제 아바타는 가상 공간에서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그리고 그 직전에는 음성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클럽하우스가 유행했습니다. 그것도 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가입해 기웃거려 봤습니다.아재 같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한 투쟁은 그 이전에도 치열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과 후반에는 블로그와 트위터, 이후 2010년대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2020년대에는 구독 경제니 뭐니 해서 넷플릭스·웨이브·티빙·밀리의서재, 젊은 친구들은 다 쓴다는 리멤버와 링크트인·에버노트·노션까지…. 다행히 뉴스레터는 안 써 스티비는 배우지 않아도 됐습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50대의 노력이 처절하지 않습니까?이제 숨 좀 돌릴까 했는데 ‘아놔’. 요즘 그 뭐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GPT란 게 나왔습니다. 눈치를 보니 다들 해본 듯했습니다. 후배가 물어보면 태연한 표정으로 “당연히 알지”라고 답하고 밤에 몰래 들어가 한 번 해봤습니다. 안 되는 영어로 막 물어보고 써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느낌이 팍 왔습니다. “큰

    2023.02.11 06:00:05

    [EDITOR's LETTER] 이번엔 챗GPT! 뭔 배워야 하는 게 이리 많은지...
  • [EDITOR's LETTER] 재밌는 지옥 대한민국 그리고 저출산

    [EDITOR's LETTER] 일부 동물이 갓 태어난 새끼를 먹어 치운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나무 두더지류(Tree shrew)가 대표적입니다. 환경이 좋지 않거나 집단 내 사회적 지위가 낮아 제대로 기르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새끼를 먹어 버립니다.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입니다. 남이 먹기 전에 자신이 먹는 것이 추후 번식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좀 섬뜩하지요. 하지만 생존이란 그런 것입니다. 가능성이 낮은 번식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높은 생존을 택한 것이지요. 진화의 결과입니다.사람은 좀 다를까요.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도 나무 두더지의 선택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생존과 번식 가운데 생존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말입니다. 물론 지적인 판단이 더해졌지만….오래전 얘기를 잠깐 해 보겠습니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몇 학년 때였는지 가물가물합니다. 해는 넘어가고 놀다 지쳐 집에 돌아갈 때 쯤 학교에 가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저녁반 친구들이었습니다. 학교는 부족하고 애들은 많아 오전·오후·저녁반 등 3부제를 하던 시절입니다. 1970년대 후반입니다. 현재 50대와 40대 후반인 1964년생부터 1974년생까지 매년 90만 명 넘게 태어난 영향이었습니다. 먹고살기는 힘들었지만 많이 낳았습니다. 아마 아이를 노동력으로 인식하는 농경 사회의 문화가 남아 있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해 봅니다.이렇게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결혼 후 대략 2명 정도를 낳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애는 낳아 놓으면 알아서 큰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 이면에는 ‘어제보다 오늘이, 오

    2023.02.04 06:00:03

    [EDITOR's LETTER] 재밌는 지옥 대한민국 그리고 저출산
  • [EDITOR's LETTER] 젊은 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려면

    [EDITOR's LETTER]2004년 11월 이헌재 경제부총리(재정경제부 장관)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논쟁을 벌인 일이 있었습니다. 국민연금이 쟁점이었습니다. 이 부총리는 국민연금이 앞으로 수십년간 축적되는 만큼 기금 일부를 출산율을 높이는 사업 등 ‘한국판 뉴딜’ 정책에 활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복지부 수장인 김 장관은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보장해야 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손댈 수 없는 자산”이라며 반대했습니다. 이 논쟁은 얼마간 지속됐습니다. 결국 국민연금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이 부총리의 제안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멋지지 않습니까? 국가의 미래를 놓고 한 정부의 장관들끼리 철학이 담긴 논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김 장관은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임무를 다했고 이 부총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한국 사회에 던져 승패도 일방적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최근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대사마저 정치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사건의 출발은 간단했습니다. 국가의 현안에 대해 장관급인 나 부위원장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를 대통령실이 연일 반박하고 나 부위원장은 결국 사표를 냅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수리하지 않고 해임해 버립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할 말이 많지만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한 미국 정치인이 얘기가 떠오릅니다. “정치인들의 문제는 국가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를

    2023.01.28 06:00:05

    [EDITOR's LETTER] 젊은 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려면
  • [EDITOR's LETTER] 다시 시작된 반도체 패권 전쟁, 무사시를 찾는 현대 전략가들

    [EDITOR's LETTER] ‘손자병법(손무)’과 ‘전쟁론(클라우제비츠)’은 많이 들어봤을 듯합니다. 현대 전략가들이 많이 찾는 책입니다. 이 두 권과 함께 세계 3대 병법서로 꼽히는 ‘오륜서’는 약간 낯설게 들립니다. 이 책은 일본의 검객 무사시가 썼습니다. 그는 전란의 시대인 17세기 무사로 살았습니다. 60차례 결투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어 ‘검성(劍聖)’으로 불립니다.현대 전략가들이 무사시를 찾는 이유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전략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검술을 썼습니다. 복수에 불타는 청년 검객을 상대할 때는 예정됐던 시간보다 늦게 도착해 화를 돋워 평정심을 잃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 전략을 간파한 상대와 겨룰 때는 일찍 도착해 나무 위에서 기다리다가 단칼에 베어 버립니다. 때로는 장검과 단검 두 자루를 사용하기도 하고 긴 칼을 쓰는 무사에게는 섬에서 결투를 청한 후 칼 대신 노를 무기로 썼습니다. ‘전쟁의 기술’을 쓴 로버트 그린은 “무사시가 모든 결투에서 승리한 요인은 단 한가지였다. 적과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꿨다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나폴레옹도 비슷합니다. 그가 승전을 이어 갈 때 전쟁의 원칙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나폴레옹은 “어떤 원칙도ᅠ신봉하지ᅠ않는다. 나는ᅠ항상ᅠ상황의ᅠ지배를ᅠ받아 왔다”고 답했습니다.전략이 중요한 바둑에서는 이 같은 ‘표변’ 또는 ‘변심’의 힘이 더 두드러집니다. 세계 바둑 1위인 한국의 신진서 기사를 비롯한 고수들은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둡니다. 버리지 않아도 될 돌들을

    2023.01.14 06:00:01

    [EDITOR's LETTER] 다시 시작된 반도체 패권 전쟁, 무사시를 찾는 현대 전략가들
  • [EDITOR's LETTER] 위기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도전적 리더십

    [EDITOR's LETTER]얼마 전 중견기업의 박 모 팀장은 최고경영자(CEO) 업무 보고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파워포인트 만드는 게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다른 팀은 막내를 시켜 멋진 파워포인트를 만든다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어린 사원에게 가욋일 시키는 것도, 내 비전을 남에게 맡기는 것도 싫었습니다. 거칠지만 직접 작성했습니다.업무 보고 날. 다른 팀 파워포인트는 화려했습니다. 막대가 벌떡 일어서고, 화면이 갑자기 회전하고, 각종 색상의 차트가 날아다녔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자료에는 정작 들어가야 할 상황 진단과 극복 전략, 실행 방도가 빠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차분해진 박 팀장. 순서가 돌아오자 담담하게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 방도는 무엇인지 설명하고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파워포인트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전략은 복잡한 파워포인트로 설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하고 직관적입니다. 그래서 파워포인트를 없애는 회사가 늘어난다는 얘기를 들은 지 10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화려한 수식의 허무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10년 전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새로운 버전의 엑셀 출시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새 프로그램을 먼저 본 개발자들은 감탄했지요.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습니다. 스티브 발머 CEO는 으쓱했습니다. 다음 새 프로그램을 실제 사용할 개사료 회사, 운송 업체, 알루미늄 제조 업체 직원들의 반응을 들을 차례. 포커스그룹 인터뷰였습니다. 질문자가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에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요”라고 묻자 참가자 대부분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

    2023.01.07 06:00:29

    [EDITOR's LETTER] 위기의 시대가 필요로 하는 도전적 리더십
  • [EDITOR's LETTER] 모두 2023년을 위기라 말하지만...

    [EDITOR's LETTER]연말연초 모임에 가면 항상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새해 경제는 어떨 것 같습니까?”그래서 11월쯤 되면 전망서와 인터넷, 유튜브를 뒤집니다. 주말 카페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나름의 전망도 세워봅니다. 작년에도 준비를 좀 했습니다. 미·중 관계,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 인플레이션,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 부동산 가격, 남북 관계, 한국 기업의 경쟁력 등 이슈들을 점검해 봤습니다. 그런데 연말 수많은 점심·저녁 자리에서 그 흔한 질문을 하는 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괜히 공부했나 싶었지요.  하지만 곧 깨달았습니다. 2023년처럼 전망하기 쉽고 수많은 기관들의 전망이 비슷한 해가 없었다는 것을…. 질문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위기·균열·금리 인상·전쟁·불확실성·수요 위축·하향 조정·감원 등 좋지 않은 뉘앙스의 말을 막 갖다 붙이면 2023년 전망이 되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전망대로 될까. 약간 다른 생각을 해봤습니다. 2020년 3월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한국경제신문 증권부장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주가가 1400대까지 떨어졌다가 1700대를 회복하자 많은 사람들이 다시 떨어진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때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주가는 이후 2년간 질주해 3300에 이릅니다.이번 위기도 어쩌면 ‘두려움의 크기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설령 위기가 오더라도 그 타격은 덜할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이면지를 쓰는 등 ‘쌍팔

    2023.01.01 06:00:01

    [EDITOR's LETTER] 모두 2023년을 위기라 말하지만...
  • [EDITOR's LETTER] 왜 attorney 인가

    [EDITOR's LETTER]1977년 가을 어느날. 서울 변두리 한 동네에 사는 한 초등학교 3학년생은 해질 때까지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동네 빵공장 앞을 지나가는 순간 참을 수 없는 배고픔을 느꼈습니다. 빵 냄새는 상상 이상의 자극이었습니다. ‘집에 가서 엄마한테 사달래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집 앞에 다다르자 망설였습니다. 엄마의 화난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책가방을 던져 놓고 사라졌다가 해가 진 후 들어가면 깨지기 일쑤였으니까요. 소년은 평소 놀던 동네 공터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빵보다 자유를 택한 겁니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멍하니 있는데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바람을 타고 ‘크림빵’ 봉지가 쓸쓸히 날아가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시각과 조금 전 맡은 빵 냄새가 격렬히 결합해 간절한 소망으로 승화합니다. ‘저 빵 봉지를 빵이 들어간 것으로 바꿀 능력이 있는 마술사가 돼야겠어.’ 소년에게 처음 꿈이 생긴 순간입니다. 가난과 배고픔은 꿈을 꾸게 해주던 시절이었습니다.소년의 꿈이 깨진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입니다. 선생님은 ‘마술 허구’라고 알려줬습니다. 동심을 파괴한 선생님의 미운 짓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수업 시간,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었습니다.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가라고 단칼에 무시해 버렸습니다. ‘쩝, 참자.’ 그런데 몇 분 후 부잣집 아이가 화장실을 가겠다고 하니 선생은 그러라고 하는 겁니다. 참을 수 없었습니다.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왜 차별 대우하냐”고 따졌습니다. 선생님은 시끄럽다고 무시했지만 이유를 설명해 달라며 계

    2022.12.26 06:00:05

    [EDITOR's LETTER] 왜 attorney 인가
  • [EDITOR's LETTER] CEO의 조건…관찰·통찰·성찰

    [EDITOR's LETTER] ‘라 포르나리나(제빵사의 딸)’란 그림이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3대 화가 중 한 명인 라파엘로가 자신의 연인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라파엘로를 상징하는 ‘균형과 명료함’ 외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관찰력입니다.라파엘로는 38세에 죽었고 그림 속 여인은 그가 죽자 수도원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녀도 수도원에서 1년 6개월 후 숨을 거둡니다. 수백년이 흘러 이 그림을 다시 화제의 작품으로 만든 것은 의사들이었습니다. 일부 의사들은 “라파엘로는 그림에 자신의 연인도 곧 죽음을 맞게 될 것을 암시했다”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왼쪽 가슴에 결절이 있고 피부색에 음영이 짙다는 점 등을 들어 이 여인이 유방암으로 죽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 기간은 3년이고 이 그림이 그려진 지 3년 후 이 여인은 사망했습니다. 미술 평론가들은 “천재 화가의 관찰력은 그녀의 암 흔적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관찰은 당시 화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습니다. 르네상스 화가의 임무는 가시적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관찰이 화가들에게만 중요했던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자동차의 도시 하면 어디가 떠오르십니까. 세계 자동차의 수도로 불렸던 디트로이트입니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의 기초가 된 분업 구조를 구현한 포드의 첫째 자동차 조립 공장은 디트로이트가 아닌 시카고(디어본)에 있었습니다. 헨리 포드는 어느 날 시카고 도축장을 방문합니다. 이곳을 돌던 포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도축장 천장에 설치된 레일이었습니다. 작업자가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작업의 대상이

    2022.12.16 16:54:09

    [EDITOR's LETTER] CEO의 조건…관찰·통찰·성찰
  • [EDITOR's LETTER] 한국 경제와 정권도 구한 수출의 마법은 풀리고 있는데…

    [EDITOR's LETTER]“국산이 아직 일제한테 안 되네. 맞나?”(아버지)“그래도 국내 1위입니다. 백색 가전 1위를 놓친 적은 없습니다.”(아들)“국내? 1위? 국내 1위? 니 어디 전국체전 나가나?”(아버지)시청률 1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재벌 회장이 아들을 꾸짖으며 한 말입니다. 실제 현실에서도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 둘 다 비슷한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결과 삼성이 어떻게 됐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생각해 보면 축복 받은 나라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박해를 피해 영국에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미국 선조들이 도착한 땅은 한 대륙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축복의 땅이었습니다. 유럽에도 복 많은 나라들이 있습니다. 스페인·그리스·이탈리아·프랑스 등은 한 해가 시작되는 1월 1일을 수백억 달러의 경상 수지 흑자로 출발합니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빼어난 자연환경, 수많은 문화유산 등으로 매년 여행 수지 흑자가 수백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나라가 경상 수지 적자를 낸다는 것은 흑자를 모조리 까먹으면서 한 해를 보냈다는 말입니다. 고등어 강국 노르웨이는 그냥저냥 살고 있었는데 1970년 북해 유전 발견으로 나라와 후손들이 팔자를 고쳤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교과서에서 나온 대로입니다. 자원은 없고, 자연환경은 내세울 정도는 아니고, 유적도 유럽에 비하면 남은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런 나라가 북쪽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고 미사일은 시시때때로 인근 영공을 날아다닙니다. 깊은 한숨이 나오는지요. 그래서 원자재는 대부분 수입해야 하고 여행 수지는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거의 매

    2022.12.10 06:00:10

    [EDITOR's LETTER] 한국 경제와 정권도 구한 수출의 마법은 풀리고 있는데…
  • [EDITOR's LETTER] 자동차 산업은 중산층의 요람이자 고용 최후의 보루

    [EDITOR's LETTER]‘자동차는 남성들의 장난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그만큼 남성들의 집착은 대단합니다. 집은 못 사도 차는 좋은 것을 타겠다는 젊은이들은 넘칩니다. 3년 후 받을 수 있는 고급차를 사기 위해 수백만원을 선뜻 예약금으로 건 40대, 50대도 주변에 꽤 있습니다. 이런 성향에 대한 심리학적 근거도 있습니다. 포르쉐를 몰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으로, 포르쉐를 타고 도심을 달릴 때 더욱 상승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차의 엔진뿐만 아니라 남성의 내분비 엔진도 가속화된다는 얘기입니다.남성뿐만 아니라 한 국가에서 자동차 산업이 갖는 정치·경제적 의미도 중요합니다. 영국이 대표적 예입니다. 영국 자동차 브랜드중 기억나는 게 있는지요. 롤스로이스·벤틀리·애스턴 마틴·랜드로버·재규어·미니 등은 영국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모두 독일의 폭스바겐과 BMW, 인도의 타타 등에 팔려 버렸습니다. 제조업 하면 영국이 떠오르지 않는 이유입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영국은 과도한 복지와 임금 상승 그리고 생산성 저하로 경제가 침체하는 영국병에 걸려 버립니다. 영국병의 심화는 자동차 산업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국가별 자동차 생산 순위의 변화는 산업 판도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1950년대와 1960년대는 미국의 시대였습니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1950년 세계 자동차 생산의 80%를 담당했습니다. 1960년에도 절반 가까이가 미국 몫이었습니다. 이 시기를 미국에서는 ‘황금자본주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당시 미국에 이어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일본·캐나다가 자동차 생

    2022.12.03 06:00:07

    [EDITOR's LETTER] 자동차 산업은 중산층의 요람이자 고용 최후의 보루
  • [EDITOR's LETTER] 정치와 정책의 존재이유…클린턴 66%의 교훈

    [EDITOR's LETTER]66%.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인 2001년 기록한 지지율입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인기 속에 임기를 마쳤습니다. 램 임마뉴엘 시카고 전 시장은 “클린턴에 대한 박수는 서민과 중산층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그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의 재임 기간 중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고도 성장을 누렸습니다.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1994년 임기 중 진행된 중간 선거에서 패해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줬지요.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1996년 말 그는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비결은 정책이었습니다. 재선을 준비하며 클린턴의 컨설턴트들은 여론 흐름을 살피다 핵심 개념을 찾아냈습니다. ‘사커 맘’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축구클럽에 데려다 주는 중산층 엄마. 이들이 재선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세금 감면 등 대형 정책도 있었지만 집중한 것은 생활 밀착형 정책이었습니다. 교복 착용, 미성년자가 볼 수 없는 TV 프로그램이 나오면 소리가 나는 칩 부착, 대학 학자금 지원 등이었습니다. 사커 맘들의 삶을 파고든 클린턴의 정책에 당시 언론은 ‘스몰 딜’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습니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에 미국인들은 공감했고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1998년에는 탄핵 위기에 몰렸습니다.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클린턴은 위증 사법 방해 혐의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권위는 추락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는 ‘오럴 오피스’라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

    2022.11.26 06:00:09

    [EDITOR's LETTER] 정치와 정책의 존재이유…클린턴 66%의 교훈
  • [EDITOR's LETTER] 김민경·김신영·송은이…그들이 던지는 뜻밖의 희망 메시지

    [EDITOR's LETTER]마지막으로 공중파 TV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하시는지요. 꽤 오래됐을 겁니다. 2020년 6월 ‘개그콘서트’를 끝으로 모든 프로그램이 폐지됐습니다. 2010년대 들어 예능과 버라이어티쇼 열풍이 불자 개그 프로그램은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예능 버라이어티쇼도 남성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개그우먼들은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시련의 시간은 이를 이겨 낸 스타를 만들어 내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그들의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송은이·김민경·김신영 씨가 그들입니다.먼저 김신영 씨. 송해 선생님의 뒤를 이어 그는 ‘전국노래자랑’ MC 자리에 올랐습니다. 워낙 관심이 컸던 이벤트인 만큼 안티도 좀 있을 것 같았지만 아무런 잡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에일리 등 유명 가수들이 ‘전국노래자랑’에 등장, 국민 MC의 등극을 축하했습니다. 그만큼 잘살아 왔다는 얘기겠지요. 아마도 국민들은 그가 견뎌 낸 고난의 시간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김신영 씨는 한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살을 빼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말렸습니다. 개성이 사라지면 인기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살이 찐 이유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빼고 싶습니다.” 그에게 살은 가난의 증거였습니다. 엄마·아빠·오빠가 모두 흩어져 살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먹을 것이 생기면 끝까지 먹은 결과가 살이었고 이제 결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찢어진 가난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주변을 밝게 해주는 그의 삶에 대한 선물이 국민 MC였습니다.다음은 요즘 가장 핫

    2022.11.19 06:00:16

    [EDITOR's LETTER] 김민경·김신영·송은이…그들이 던지는 뜻밖의 희망 메시지
  • [EDITOR's LETTER]위기 앞에 떠올려 보는 업의 본질

    [EDITOR's LETTER]업의 본질. 이 단어를 쓰기 싫었습니다. 좋아하는 표현이지만 너무 흔해졌습니다. 하지만 또 쓸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업의 본질을 망각한 행위들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이번 주인공은 흥국생명입니다. 흥국생명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배구라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져 주기 시합으로 꼴찌를 해 김연경 선수를 지명하고 그를 데려와 우승도 여러 차례 했지요. 막판에는 기어이 김연경 선수를 놓아주지 않아 앞날을 막아 섰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폭 자매 논란도 있었지요. 김치도 떠오릅니다. 흥국생명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김치를 나눠준 사건은 엽기적이었습니다. 이 흥국생명이 요즘은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몇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흥국생명이 2017년 외국에서 돈을 빌렸습니다. 계약서에는 30년 후에 갚겠다고 써 있지만 그 동네 관례는 5년 후 갚는 것이었습니다. 5년 후 갚지 않으면 이자를 더 낸다는 항목은 요식에 가까웠습니다. 빌려준 사람도 5년 후 받을 것을 계산하고 계획을 짜 놓았습니다. 그런데 흥국생명은 돈 갚을 날짜가 되자 “갚지 않고 이자 더 줄게”라고 통보해 버립니다. 돈을 빌려준 외국인들은 당황합니다. 그리고 소문을 냅니다. “얘들아 흥국생명이 돈 갚지 못하겠대. 한국 기업 얘네들 못 믿겠어.” 순식간에 다른 한국 기업들의 채권 금리도 급등합니다.금융업의 본질을 묻게 하는 행태였습니다.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라고 합니다. 화폐라는 실물이 오가는 게 아니고 실줄 날줄로 온갖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신뢰 빼면 애초 산업 형성이 불가능합니다. 흥국생명은 이 신

    2022.11.12 06:00:21

    [EDITOR's LETTER]위기 앞에 떠올려 보는 업의 본질
  • [EDITOR's LETTER] 정책의 미학은 사라지고 정치 공학만 남아…구원투수를 기다리는 경제

    [EDITOR's LETTER]안팎으로 세상 참 희한하게 돌아갑니다.먼저 나라 밖.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영구 집권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 모델이 북한이라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그리고 미국. 세계 자유 무역 질서를 만든 국가입니다. 하지만 대통령 조 바이든에게는 동맹도 명분도 없는 듯합니다. 자국의 산업 보호 정책을 시도 때도 없이 내던집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1세기를 야만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영국은 설익은 정치인의 섣부른 정책 하나로 갑자기 세계 금융 불안의 진앙지가 돼 버렸습니다. 위기 때 가장 믿을 만했던 통화 중 하나였던 엔화는 기시다 정권과 함께 추락하고 있습니다. 나라 안도 심란합니다.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입에 달고 살지만 감동은 실종되고 밉상 기업만 줄줄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반열에 든 줄 알았더니 현장에서는 붕괴와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위기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 위기를 키우려고 작정한 듯 대응합니다. ‘땅콩 회항’ 이후 위기 관리란 단어가 식상해질 정도가 됐는데 도대체 이들은 뭘 보고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에 대한 언급은 그냥 생략하렵니다.그중 현재 한국 경제를 뒤흔드는 초유의 사건은 어처구니없이 장난감의 나라 레고랜드에서 터졌습니다. 임기 중 업적을 남기고 싶었던지 전임 도지사는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수요가 별로 없는 춘천에 그런 시설을 세운 것도 그렇지만 아름다운 섬 중도에 꼭 손을 대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다음도 코미디입니다. 레고랜드가 성공하지 못하면 소양강에 빠져 죽겠다던 국회의원이 도지사로 돌아와 그 사업을 파산으로 몰아가 버렸

    2022.10.29 11:38:51

    [EDITOR's LETTER] 정책의 미학은 사라지고 정치 공학만 남아…구원투수를 기다리는 경제
  • [EDITOR's LETTER] 지친 일상과 서소문공원의 위로....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꿈꾸며

    [EDITOR's LETTER]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회사 앞 서소문공원에 갑니다. 잔디도 밟고 나무도 보며 공기도 느껴 봅니다. 마지막 발걸음을 멈추는 곳은 공원 안에 있는 탑. 그 앞에 서서 순교자들의 이름을 다시 읽습니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김아기·김업이·박큰아기 등.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부모들이 이름 지어 줄 여유도 없었던 이들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천주교 순교 성인이 됐을까. 소설가 김훈은 ‘흑산’에서 이유를 설명합니다. 대략 이랬던 것 같습니다. “이름없는 이들은 누구를 부를 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마음껏 부를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주여’.” 언제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의 얘기를 모두 할 수 있었던 주님을 위해 목숨을 아낌없이 내놓았다는 얘기입니다. 잠시 그들의 삶을 상상하다 보면 ‘나의 지치고 힘든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잠깐 눈을 감았다 회사로 돌아옵니다. 비록 냉담 생활 20년이 넘었지만…. 삶과 마음으로 얘기를 시작한 것은 앞으로 한경비즈니스의 편집 방향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직장인들의 파트너, 지식과 문화와 마음의 위로가 한 권에 담긴 경제 주간지’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6개월간의 실험에서 확신을 얻었습니다. ‘우영우를 읽는 법’이라는 커버스토리에 밀리의서재 독자들은 몇 주 동안 전체 매거진 1위라는 타이틀을 달아주셨습니다. ‘직장인 마음의 병,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를 썼을 때는 많은 분들이 댓글로 공감을 표했습니다. ‘왜 다시 동네책방인가’란 제목의 책자도 밀리의서재 1위에 올랐습니다. 문화 칼럼 ‘컬처 인사이트’도 좋은 반응을

    2022.10.22 06:00:07

    [EDITOR's LETTER] 지친 일상과 서소문공원의 위로....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