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출범 목표로 서비스 개발 박차…초기 고객 확보에 사활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국내 1호 인터넷 전문 은행’의 탄생이 머지않았다. KT가 주도하는 ‘K뱅크’와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월 예비 인가를 받은 후 지난 1월 준비 법인을 발족했다. 올해 하반기 본인가를 거쳐 연내 출범을 준비 중이다.


준비 법인 세우고 IT 인프라 구축 돌입

‘국내 1호’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K뱅크다. 지난 1월 7일 K뱅크 준비 법인 주식회사를 설립한 뒤 지난 1월 25일 21개 주주사의 유상증자를 통해 2500억원의 실탄 장착까지 마쳤다.

현재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다. 모바일 전문은행인 ‘위비뱅크’를 만든 경험이 있는 우리은행, 중국 알리바바 마이뱅크의 코어뱅킹 시스템을 구축했던 뱅크웨어글로벌, KT의 IT 서비스 자회사 KT DS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K뱅크 관계자는 “1호 타이틀을 가진다면 좋은 일이지만 이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에 속도를 내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K뱅크 ‘디지털 이자’ VS 카카오뱅크 ‘단톡방 통장’
카카오뱅크 또한 지난 1월 ‘한국카카오 주식회사’ 준비 법인을 설립, 지난 2월 99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보하는 등 본인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유상증자를 추가로 실시해 자본금 3000억원으로 카카오뱅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본사는 판교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IT 인프라 구축에도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지난 2월 16일 인터넷 전문 은행 서비스의 기반이 될 IT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안 요청서를 SK(주) C&C와 LG CNS 등 관련 IT 업체들에 발송하고 사업자 선정 일정에 착수했다. 늦어도 오는 4월까지는 공식 계약 및 시스템 구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연내 출범’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갖추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1호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다”며 “출범 시기는 작업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외형적 틀을 갖춰 가고 있는 K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첫 접전지’는 초창기 고객 유입을 위한 마케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인터넷 전문 은행의 사례를 보면 설립 초기 대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적자에 시달리는 곳들이 적지 않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5년 인터넷 전문 은행이 시작된 미국은 2014년까지 14곳의 인터넷 전문 은행이 부도·피인수·자진 폐업으로 퇴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내 인터넷 전문 은행의 생존 여부 역시 초창기 마케팅 전략에서 판가름 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뱅크가 내세우는 무기는 ‘다양한 채널’이다. GS리테일의 전국 편의점 1만여 개 점포, 우리은행 7000여 개 점포, KT의 2800여 개 대리점 등을 통해서다. 모바일로만 모든 은행 서비스가 이뤄질 때 ‘비대면 채널’에 불편을 느끼는 고객들을 위해 문턱을 낮추는 전략이다. 언제 어디서나 오프라인 접점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동네 은행’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카카오뱅크는 마케팅에서도 ‘비대면 채널’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톡의 ‘더보기’ 부문에 카카오뱅크 아이콘 광고를 내거나 카카오뱅크 가입 고객들을 대상으로 카톡 이모티콘을 증정하는 등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카카오택시를 포함한 카카오의 기존 서비스들 역시 이와 비슷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습관처럼 사용하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비대면 마케팅을 활용해 초창기 고객 유치를 위한 영업비용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대 업무로는 차별화 한계”

하지만 ‘본 게임’은 단연 은행 업무 서비스에서 판가름이 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는 두 은행 모두 아직까지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은 채 밑그림만 그려진 상태여서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은행의 주요 업무를 계좌 개설(비대면 인증, 간편 절차), 이체(간편 송금), 결제(판매자와 구매자 직접 연결), 여신(중금리 대출), 수수료 비즈니스(로보어드바이저) 등이라고 보면 아직까지 두 은행이 발표한 서비스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성복 연구원은 “해외에서도 기존의 전통적인 은행과 차이 없이 예대 업무를 주요 서비스로 영위한 곳들은 살아남지 못했다”며 “기존 은행과 차별적인 고객 기반을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에서는 각 은행의 특성이 보다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연결되고 (connected), 개인화된(customized), 편리한(convenient) ‘3C’를 내세우고 있는 K뱅크는 통신(KT), 금융(우리은행·현대증권·한화생명), ICT(KG이니시스·다날 등), 플랫폼(GS리테일·이지월페어), 글로벌(한국관광공사·알리페이 등)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KT·이니텍을 주축으로 오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와 같은 플랫폼을 구축하고 GS리테일·KG이니시스·모빌리언스·다날의 온·오프라인 유통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서비스가 ‘디지털 이자’다. KT 모바일 가입자, IPTV 가입자들에게 IPTV VOD 등의 콘텐츠를 이자로 지급하거나 음성통화 및 데이터를 이자로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GS25의 편의점 채널을 활용한 편의점 뱅킹도 준비 중이다.

K뱅크 관계자는 “금융시장은 대부분의 고객들이 주력 은행 외에도 복수의 은행을 이용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느냐”며 “고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보다 분명하게 ‘모바일 은행’을 지향하고 있다. 연결(connect), 확장(broaden), 나눔(share)을 내걸고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의 금융 라이프를 하나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카톡방에 공동 통장을 만들어 회비를 관리하거나 계좌번호 없이 카톡 아이디로 송금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유니버설 포인트’를 이자로 지급하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현금으로 이자를 받는 대신 카카오 콘텐츠나 게임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카카오 유니버설 포인트를 이자로 지급 받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택시가 성공하기 전에도 모바일을 통한 택시 매칭 서비스가 많았다”며 “모바일이라는 서비스 환경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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