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팀 캡틴

"수백km를 춤추며 아이들과 만났죠" 어린이들의 영원한 '팅커벨' [강홍민의 굿잡]
국내 쌍두마차로 불리는 놀이공원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개원 35주년을 맞았다. 롯데월드를 떠올리면 가장 대표되는 프로그램으로 단연 ‘퍼레이드 공연’을 꼽는다. 특히 바로 눈앞에서 화려한 의상과 춤사위를 본 어린이들에겐 환상의 나라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과도 같다.

1989년 개장 이후 약 2만5550회(일일 2회 기준)를 선보인 퍼레이드 공연은 거리로 환산하면 서울 잠실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를 잇는 9,879km의 거리를 행진한 셈이다.

2006년 입사 이후 지금까지 수 백회의 퍼레이드 공연을 통해 매일 아이들에게 환상을 전해준 박진 캡틴(롯데월드 어드벤처 엔터테인먼트팀)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올해가 롯데월드 어드벤처 개원 35주년이라고 들었어요.
“올해 35주년을 맞아 지난달 26일부터 신규 야간 퍼레이드 ‘월드 오브 라이트(WORLD OF LIGHT)'를 선보이고 있어요. 퍼레이드 개발에만 100억원 이상 투자가 들어간 이번 공연의 주제는 ’빛‘이에요. 쌈바축제, 핼로윈, 크리스마스 등 세계 각국의 축제들을 빛으로 표현했죠.”

입사는 언제예요.
“2006년에 입사했으니 올해로 18년 차가 됐네요. 캡틴을 맡은 지도 한 13년 정도 되고요. 그러고 보니 굉장히 오래됐네요.(웃음)”

그동안 굉장히 많은 그리고 화려한 공연을 많이 했겠군요.
“이번 35주년 기념 공연인 ‘월드 오브 라이트’를 비롯해 ‘로티스 어드벤처 퍼레이드’, ‘핼로윈 시즌 퍼레이드’, ‘마법 성냥과 꿈꾸는 밤’, ‘삼바 카니발 퍼레이드’ 등 수많은 안무를 기획·참여를 했죠. 늘 저희는 어린이날, 핼로윈, 크리스마스 등 시즌에 맞춰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합니다.”

“매일 퍼레이드·스테이지 공연···어린이날, 핼로윈, 크리스마스 시즌 땐 시즌공연 기획·진행”

공연팀에서는 퍼레이드 공연만 하는 건가요.
“퍼레이드를 비롯해 스테이지 공연, 그리고 소아 환우들이 있는 병원이나 타지역에 공연을 초청받아 가기도 합니다.”

퍼레이드 공연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박진감이 넘쳐요. 반면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죠. 공연시간이 30분인데, 내내 움직여야 하거든요. 스테이지 공연은 역할에 따라 잠깐 쉬기도 하는데, 퍼레이드는 계속 뛰면서 텐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처음 퍼레이드를 하는 친구들은 굉장히 힘들어 해요. 덕분에 다이어트가 필요 없지만요.(웃음)”
"수백km를 춤추며 아이들과 만났죠" 어린이들의 영원한 '팅커벨' [강홍민의 굿잡]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부담돼서 공연배우들의 연령대가 높지 않겠네요.
“그렇지도 않아요. 저희 팀엔 50대 배우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에요. 배우들은 자기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일반 공연과 달리 퍼레이드는 관객들과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하는데, 부담스럽진 않나요.
“부담스럽다기보다 오히려 좋죠. 왜냐하면 팬들의 표정과 환호가 그대로 보이거든요. 그런 관객들을 보고 있으면 저흰 오히려 더 텐션이 높아지죠.(웃음) 반면에 공연시간동안 계속 웃고 있어야 한다는 게 조금 단점이랄까.(웃음)”

공연은 하루에 몇 회 진행되나요.
“보통 퍼레이드와 스테이지 공연, 그리고 중간중간 소규모 공연들을 합치면 평균 3~4회 정도해요. 예전에는 하루에 8회를 한 적도 있는걸요.”


“한 시즌 공연 오픈을 위해 두 달 간 맹연습···공연 시작 전후, 폐장 이후까지도 현장 리허설 진행”

연습과정도 꽤 길겠군요.
“사실 연기자들은 한 시즌 공연을 오픈하기 위해 두 달 간 정말 고난이도로 연습을 합니다. 공연이 시작된 이후에도 매일 연습을 빼놓지 않죠. 여기서 끝이 아니라, 모든 연습이 끝나면 롯데월드 폐장 후 현장에서 리허설을 진행하죠. 스테이지 공연도 하지만 퍼레이드에서 자칫 실수가 나오면 부상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연습을 하고 있어요.”
"수백km를 춤추며 아이들과 만났죠" 어린이들의 영원한 '팅커벨' [강홍민의 굿잡]
"수백km를 춤추며 아이들과 만났죠" 어린이들의 영원한 '팅커벨' [강홍민의 굿잡]
"수백km를 춤추며 아이들과 만났죠" 어린이들의 영원한 '팅커벨' [강홍민의 굿잡]
공연 콘셉트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기존 공연 스토리는 정해져 있고,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등 시즌별로 공연콘셉트는 늘 새롭게 기획해요. 특히 어린이날의 경우엔 아이들이 사진도 찍고, 즐길 수 있게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하는 편이에요.”

공연 배우들의 근무시간은 정해져 있나요.
“보통 12시부터 21시까지예요. 오후 2시가 첫 퍼레이드 공연시간이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공연이 많거나 연습이 필요할 땐 오전에 출근할 때도 있어요.”

공연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아마 롯데 그룹사 중에서 가장 팀워크가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웃음) 저희 팀 특성상 늘 같이 웃고, 울고 서로를 챙겨주는 끈끈함이 있거든요. 단체생활을 잘 못하는 친구들도 이곳에 오면 성격이 좀 바뀌기도 해요.”

외국인 배우들도 있는데, 소통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각 배우마다 모국어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고, 좀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통역사도 함께 근무하고 있어요.”

연기자들은 무용 전공자가 유리하겠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하지만 비전공자들도 꽤 있어요. 재즈나 현대무용 전공자라 하더라도 퍼레이드 공연에 맞게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무용전공자들도 처음 2년은 적응기간으로 보고 있어요. 저희끼리는 ‘퍼레이드 장르’라고 부르는데, 오히려 한 쪽 장르에 치우쳐 있는 것보다 도화지처럼 비전공자들이 더 유리할 수도 있어요.(웃음)”

‘퍼레이드 장르’의 특징은 뭔가요.
“동작 하나하나를 절도 있고, 파워 있게 보여줘야 해요. 소리를 내진 않지만 뮤지컬처럼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웃어야 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죠. 춤만 잘 춘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표현력이 중요해요. 놀이공원만의 느낌을 살려 관객들이 더욱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 흥을 돋게 할 수 있어야 하죠.(웃음)”
"수백km를 춤추며 아이들과 만났죠" 어린이들의 영원한 '팅커벨' [강홍민의 굿잡]
공연 준비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공연에 따라 그날그날 캐스팅이 달라지는데요. 보통 연출감독이 연기자 캐스팅을 하면 그 배역을 맡은 배우는 안무부터 동선까지 완벽하게 연습을 합니다. 많게는 한 연기자가 7개의 배역을 외워야 할 때도 있어요. 공연 당일엔 캐릭터에 맞는 분장을 하고, 캡틴의 주도하에 안무를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게 만드는 ‘클린업’ 연습을 진행한 뒤 관객들에게 선보이죠.”

“댄스 실력만큼이나 성실함, 공연에 대한 열정, 사생활 관리도 철저히 해야···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인사하고 연기해야”

배우들이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실력만큼이나 늘 자신감 넘치는 마인드를 갖추고 있어야 해요. 특히 꾸준한 자기관리능력, 성실함, 자기 객관화, 무용실력, 타고난 감각, 공연에 대한 열정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퍼레이드 배우라면 사생활 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하죠.”

사생활 관리는 어떤 면에서 필요한가요.
“공연 특성상 어린이 관객들이 많은 편이고, 특히 연간회원권을 구입해 매일 오다시피 하는 분들도 꽤 있어요. 제가 처음 공연을 시작했을 때 만난 아이들이 지금은 대학생이 돼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그 친구들에게 전(박진) 늘 요정이었고, 공주였는데 밖에서 고주망태가 된 모습을 보이면 그 친구들의 환상을 깨게 되잖아요.(웃음)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늘 배우들에게도 안팎에서 행동을 조심하라고 일러두고 있어요.”

18년 간 퍼레이드 공연을 하셨으니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맡은 배역이 요정이라면 그 순간엔 요정이 돼야 해요. 특히나 아이들은 정말 순수하기 때문에 제가 요정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요정인 줄 알아요. 아이들을 마주할 때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니라 아예 눈높이에 맞춰 인사를 하고 연기를 하려고 노력해요.”

공연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어르신들 단체 관람을 하러 오셨을 땐 고생한다면서 용돈을 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받진 못하지만 감사했죠. 몇 년 전엔 저희 외할머니께서 공연을 보러 오신 적이 있는데, 멀리서 절 보시곤 큰 소리로 “아이고 저기가 우리 손녀예요~ 아이고 예쁘네”하시면서 한참을 손을 흔드셨어요. 할머니의 그 모습이 너무 좋았고, 한편으론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관객들과 거리가 가깝다 보니 짓궂은 관객들도 있을 것 같아요.
“공연하는 도중에 아이들이 바로 앞까지 와선 “돈 얼마 벌어요?”묻는 친구들도 있고, 관객들과 사진 촬영할 때 과한 스킨십을 하는 분들도 있어요. 삼바시즌 때 공연의상이 노출이 심한 편인데, 당시 관람하던 커플 중 남성분이 제 사진을 계속 찍어서 싸우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기도 했어요.(웃음) 그래도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어서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적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늘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하는데, 저희도 사람이다 보니 슬프거나 화나는 일이 생길 수 있잖아요. 그럴 때도 웃어야 한다는 숙명이 단점이 아닐까 싶어요.”

공연을 보러 오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심은 어린이들의 특혜인 것 같아요. 퍼레이드 공연에서 만난 공주를 보고 “공주님 악수해 주세요”라며 외치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 왠지 ‘이 일을 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를 보는 그 아이들의 동심이 오래 간직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수백km를 춤추며 아이들과 만났죠" 어린이들의 영원한 '팅커벨' [강홍민의 굿잡]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