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중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인터뷰

[인터뷰]
김홍중 태평양 변호사.
김홍중 태평양 변호사.
“한국 로펌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필요한 시기다.”

4월 22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만난 김홍중 변호사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들이 세계 초일류로 자리매김한 만큼 이들의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해내야 하는 한국 로펌들 역시 해외 영토 확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 변호사는 공군법무관 전역 후 곧바로 태평양에 입사해 약 20년째 ‘국제중재’ 한 우물만 판 이 분야 전문가다. 한국 국제중재 분야의 최고 변호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인물이다.

최근에도 국가 기간 설비에서 발생한 심각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설비 공급자(해외 기업)가 제기한 약 2000억원의 보험금 청구 국제중재사건에서 이를 전액 방어하며 법조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국제중재 업무의 특성상 해외출장이 많고, 해외 로펌들과 직접 상대방으로 사건을 하는 경우가 많은 그는 “한국 로펌들이 이미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만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펼치는 점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 중동을 꼽았다. 그는 얼마 전 업무차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한국 로펌이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사우디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앞세워 중장기 국가 재건 플랜인 ‘비전 2030’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여러 한국 기업이 참여 중이다.

이를테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경우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철도 건설을 수주한 상태다.

네옴시티뿐만이 아니다.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와 GS건설이 사우디로부터 72억 달러(약 9조7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이 밖에 중동 지역에서도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사우디를 비롯해 중동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많은데 정작 현지에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 로펌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 변호사는 “중동 전역을 봐도 한국 로펌들이 진출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며 “중동 지역이 국내 기업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한국 로펌이 한 곳도 없으니 원활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을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 지역에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 이들의 충돌로 한국 기업에 소속된 직원이나 자산이 피해를 입을 경우 누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나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 경우 빠른 법률자문이 필요한데 한국 로펌이 현지에 없기 때문에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는 수많은 영미권 로펌이 진출해 있으며 이들이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는 한국 로펌들이 중동 진출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후발주자로 중동 시장에 진입해 이들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아예 진출을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모든 한국 기업들이 영미권 로펌에 도움을 요청하긴 어렵다.

“대기업뿐 아니라 수 많은 중소기업들도 대거 중동에 진출하는데 이들에게 영미권 로펌은 비용이나 소통의 장벽이 높다.”

김 변호사는 “한국의 로펌들도 매년 빠른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결코 경쟁력이나 실력에서 영미권 로펌에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며 “과감히 해외 영토를 확장해 중동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세계 무대에서 한국 기업들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앞으로 한국 로펌들의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한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김 변호사는 때마침 지난해부터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이사 및 국제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서서히 성과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에는 최근 변협 차원에서 K-로펌의 세계화를 목표로 사우디 변호사협회와 업무협약 및 상호 교류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양한 국가에 한국 법조인 또는 로펌이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