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선점 노리고 총력전…네이버페이, 7만 온라인 가맹점 발판 맹추격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지갑에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없어도 모바일만 있으면 길거리 가게에 들러 언제든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장을 보고 결제까지 마치면 그날 저녁, 문 앞에 장을 본 물건들이 도착해 있다.

핀테크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진 ‘빅 블러(big blur) 시대’를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가깝게 체감할 수 있는 분야가 ‘간편 결제’다. 급성장하는 간편 결제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페이 ‘오프라인 평정’ … 온라인은 네이버·카카오 ‘각축’
모바일 결제 플랫폼은 ‘무주공산’

대만의 시장조사 정보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4500억 달러(약 558조원)에서 올해 6200억 달러(약 769조원)로 37.8%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국내시장 역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15년 3분기를 기준으로 시장 규모는 약 6조225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 대비 58.4% 증가한 것이다.

시럽페이(SK플래닛)·SSG페이(신세계)·카카오페이(다음카카오)·페이코(NHN엔터테인먼트)·삼성페이(삼성전자) 등 현재 국내에 서비스 중인 ‘○○페이’만 해도 20여 개가 넘는다. LG전자도 올 상반기 내에 ‘화이트 카드’ 방식을 도입한 LG페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간편 결제 시장에 뛰어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핀테크 분야라는 점이다.

이는 지난 2월 초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15 인터넷 경제활동 실태 조사’에도 잘 나타난다. 인터넷 이용자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핀테크 서비스(간편 결제, 간편 송금, 인터넷 은행, P2P 대출) 중 소비자들이 ‘알고 있다’고 가장 많이 답한 분야는 간편 결제(71.7%)였다. 향후 이용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도 간편 결제가 68.1%로 가장 높았다.

많은 소비자들이 간편 결제 서비스를 가장 익숙하다고 느끼는 것은 역설적으로 기존 결제 시스템이 그만큼 불편했기 때문이다. 액티브X.공인인증서 등을 거쳐야 하는 기존 결제 시스템과 비교해 절차가 매우 간소해졌다.

기존의 고객을 묶어 두는 ‘잠금 효과’도 주요한 요인이다. 신세계 같은 유통업체와 삼성전자 등 하드웨어 업체들이 간편 결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다. 간편 결제는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얻는 데도 유용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간편 결제 시장을 통해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간편 결제는 소비자들이 어떤 서비스를 즐기더라도 가장 마지막에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정훈 옐로금융그룹 전략기획팀 부장은 “과거에는 밴(VAN)사가 이 결제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었다”며 “지금은 모바일 쇼핑으로 넘어오면서 ‘결제 플랫폼’이 비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간편 결제 서비스를 기본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결합해 ‘신성장 동력’까지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삼성페이, 한국·미국서 500만 명 가입

현재 ‘페이 전쟁’은 그야말로 혼전 양상이다. 삼성페이·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이 앞서가고 있지만 이 중 누구도 확실하게 주도권을 쥐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플랫폼으로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가맹점 확보를 통해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왕관’을 쓸 가능성이 가장 높게 예상되는 후보는 삼성페이다. 지난해 8월 출시, 현재 6개월째를 맞았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는 삼성페이는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가맹점도 기존 서비스와 비교해 사용하기가 매우 편리하다. 삼성페이의 가장 큰 무기는 근거리무선통신(NFC)과 마그네틱 보안 전송(MTS) 방식을 넘나드는 ‘범용성’이다.

애플페이를 비롯한 기존의 서비스는 NFC만 지원하는 곳이 많았다. 국내 가맹점들 대부분은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를 사용 중이다. 이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별도의 기기를 구비하지 않고도 기존 카드 단말기를 통해 삼성페이로 결제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 덕분에 삼성페이 가입자 또한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출시 2개월 만에 국내 가입자 100만 명을 넘기고 하루 평균 결제 10만 건, 결제 금액 약 20억원에 달할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과 한국을 더한 삼성페이의 가입자 수는 약 500만 명, 누적 결제 금액은 약 5억 달러(약 6167억원)에 이른다. 삼성페이는 오는 3월 중국 출시에 이어 연내에 호주·브라질·싱가포르·스페인 등에 진출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로 승기를 굳혀 가고 있는 오프라인 시장과 달리 온라인 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중 눈에 띄는 이들을 꼽자면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다.

2014년 9월 출시된 카카오페이는 올해 2월을 기준으로 가입자 약 700만 명, 가맹점 570여 곳을 확보했다. 작년 12월 기준 누적 결제 건수는 1300만 건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을 중간 매개체로 활용해 실생활에서 결제 기능이 필요한 다양한 영역에 카카오페이를 접목하고 있다. 카카오택시 블랙을 카카오페이로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 청구서’ 기능도 추가됐다. 이정훈 부장은 “향후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 은행 서비스와 결합하면 카카오페이의 확장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보다 9개월 늦은 2015년 6월 출시한 네이버페이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2015년 12월 기준 월 거래액 2000억원, 총 결제 건수 6500만 건을 돌파했다.

네이버페이의 강력한 지원군은 7만여 개의 온라인 가맹점이다. 네이버 ID만 있으면 별도 회원 가입이나 로그인 없이 결제할 수 있다.

향후에는 대형 매장이나 오프라인 가맹점으로 결제 대상을 넓혀 나갈 방침이다. 교통카드 기능을 추가하고 플라스틱 실물 카드와 연계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의 모바일 쇼핑 패턴을 고려할 때 검색 서비스와 결제 서비스를 바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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