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긍극의 친환경' 현대차 넥쏘의 질주]
- [인터뷰] 김세훈 현대차그룹 연료전지개발실장(상무)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수소전기차(FCEV) 넥쏘의 핵심 부품은 단연 ‘연료전지’다. 이 부품이 있어야만 수소를 연료로 바꿀 수 있고 자동차를 굴러가게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소전기차를 만들려고 하는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연료전지 부품 개발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

현대차가 세계 최고의 수소전기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배경에는 연료전지의 독자 개발·생산이라는 기술력이 밑바탕이 됐다. 이 연료전지 개발 덕분에 넥쏘는 한 번 충전으로 609km를 달릴 수 있게 됐고 가격 경쟁력 역시 담보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연료전지 개발의 일등 공신은 현대차그룹 연료전지개발 부서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연료전지 분야 ‘1인자’로 꼽히는 김세훈 현대차그룹 연료전지개발실장(상무)의 역할이 컸다.

마북환경기술연구소에서 4월 11일 김 실장을 만나 연료전지 개발 뒷이야기와 수소전기차의 시장 경제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충전소 200곳, 고속도로 10km 건설 배용이면 충분"
▷ 연료전지 개발을 맡은 지는 얼마나 됐나요.
“2003년 현대차에 입사하면서 바로 시작했습니다. 운명을 넘어 필연 같아요. 사실 현대차로 오기 전 독일에서 교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전공은 기계화학이었고요. 전해질 액체 물체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죠. 담당 교수 추천으로 교수를 준비 중이었는데, 교수가 대학을 떠나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대학을 나오게 됐죠. 이때 현대차에서 수소전기차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연료전지 개발을 맡아 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상황이 딱 맞아떨어져 현대차에 들어오게 됐고 그때부터 쭉 개발을 추진해 왔습니다.”

▷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 성공 이후 넥쏘 출시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자동차 산업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며 투싼ix를 발표할 때만 해도 수소전기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가 강했었죠. 하지만 미국의 오바마 정권이 수소전기차가 아닌 전기차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수소전기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사실상 끊겼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게 됐죠. 하지만 정몽구 회장님의 강력한 수소전기차 개발에 대한 의지 덕분에 계속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고 비로소 넥쏘를 출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발 과정은 어땠나요.
“수소전기차 개발의 핵심은 연료전 지스택(탱크에 저장된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부품) 설계 기술입니다. 1990년대 말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해 우리가 연구를 시작한 2003년쯤 다임러에서 연료전지를 양산했었죠. 하지만 내구성이 문제였습니다. 수명이 800시간밖에 안 돼 1~2년밖에 못 쓴 거죠. 솔직히 당시에는 좌절했습니다. 과연 내구성을 갖춘 기술을 언제쯤 개발할 수 있을지 까마득했어요. 그런데 회장님 생각은 달랐습니다. 연구소를 직접 방문해 ‘계속 실패해도 된다.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차곡차곡 기술력을 쌓아 봐라’고 다독이셨죠. 이때부터 이를 더 악물고 연구에 매진했죠. 결국 일반 차량 수준의 내구성을 갖추는데 성공했고 2013년 투싼 수소전기차를 양산한데 이어 올해 넥쏘를 출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 현대차가 목표로 하는 수소전기차로서 넥쏘의 완성도는 얼마나 되나요.
“계속 욕심이 납니다. 투싼ix를 양산했을 때 80%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더 기술이 향상된 넥쏘도 80%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이후에 나오는 차량 역시 80%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 자체 개발·생산에 성공한 연료전지 부품의 국산화 비율이 궁금합니다.
“국산화 비율은 99%입니다. 수입하는 것은 전해질막 정도죠. 그 대신 촉매 등은 다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연료전지 부품은 자동차 회사보다 화학 쪽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산화를 하루아침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닌데 결국 성공해 냈죠.”

▷ 수소전기차 개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인프라입니다. 충전소가 없는데 누가 수소전기차를 사겠습니까. 당연히 대량생산이 어렵죠. 그런데 충전소 업체에선 반대로 ‘차가 없는데 무슨 충전소를 만드느냐’고 말합니다. 수소전기차 인프라에 신경 쓰는 일본은 현재 90곳이 넘는 충전소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일본 정부가 적극 나선 결과입니다. 우리도 의지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큰돈이 들 것 같지만 사실 충전소 200곳 만드는 데 고속도로 10km 만드는 정도 비용이면 됩니다. 이제 차량에 대한 기술적 준비는 다 돼 있습니다. 인프라만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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