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9 한경비즈니스 기업 지배구조 랭킹]
- 셀트리온, 등재율 88.9% ‘최고’
- 미래에셋·DB ‘0%’ 한화·태광·삼성 ‘1~4%’
점점 줄어드는 총수 일가 등기이사 등재…‘책임 경영’ 후퇴?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이사 등재를 통한 ‘책임 경영’이다.

경영에 참여하는 만큼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총수와 총수 일가의 등기이사 등재 여부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재는 척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여러 계열사에 형식상 이름만 올린 채 고액 연봉을 챙긴다는 비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 대상 집단 60개 중 총수가 있는 49개 집단의 1774개사를 살펴본 결과 총수 일가가 이사로 있는 곳은 386개사(21.8%)인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이사 수는 전체 등기이사 6685명 중 7.5%인 502명이었다. 총수 본인이 이사인 회사는 155개사(8.7%)에 불과했다.

특히 해를 거듭할수록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은 더 낮아지고 있다. 공정위가 2015~2018년 동안 계속 분석된 기업집단 21곳의 소속 회사 1006곳만 살펴본 결과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2015년 18.4%에서 2018년 14.8%로 떨어졌다.

조사 전년도인 2017년과 비교해서는 1년 새 1.5%포인트 줄었다. 총수가 이사로 있는 회사의 비율은 2017년 5.1%에서 2018년 5.4%로 0.3% 포인트 증가했지만 롯데그룹 총수가 신격호 명예회장(2개)에서 신동빈 회장(9개)으로 바뀐 효과다.

◆ 이사 등재율, 기업집단별 큰 차이
점점 줄어드는 총수 일가 등기이사 등재…‘책임 경영’ 후퇴?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총수 일가 이사 등재 비율은 개별 집단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전체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이사 등재 비율이 높은 기업은 셀트리온 88.9%(9개 중 8개), KCC 82.4%(17개 중 14개), 부영 79.2%(24개 중 19개), 삼라마이다스(SM) 72.3%(65개 중 47개), 세아 66.7%(21개 중 14개)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총수 본인이 기업집단의 어떤 소속 회사에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기업집단은 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두산·CJ·대림·미래에셋·효성·태광·이랜드·DB·동국제강·하이트진로·한솔 등 14곳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신세계·CJ·미래에셋·태광·이랜드·DB·동국제강 등 8곳은 총수 본인은 물론 2세나 3세도 이사로 등재된 소속 회사가 전혀 없었다.

이와 별도로 공정위는 2018년 기준으로 총수 일가를 1명 이상 이사로 등재한 회사 386곳을 살펴본 결과 주력 회사와 지주회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등에 몰려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주력 회사는 자산을 2조원 이상 보유한 상장사를 말한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주력 회사는 분석 대상 107곳 중 46.7%(50곳)로 집계됐다. 비상장사 등의 기타 회사는 분석 대상 1667곳 중 20.2%(336곳)였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지주회사 비율은 분석 대상에 오른 지주회사 22곳 중 86.4%(19곳)에 이르렀다. 총수 본인이 이사를 맡은 지주회사 비율도 63.6%(14곳)로 높았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의 회사를 살펴보면 분석 대상 217곳 중 65.4%(142곳)로 집계됐다. 규제를 피한 사각지대 회사의 비율도 27.9%(93곳)로 높은 편이었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공익법인을 보면 분석 대상 152곳 중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 비율이 78%(59곳)에 이르렀다.

공정위는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이 14곳에 이르렀고 총수 2세나 3세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회사 등에 이사로 등재된 사례가 집중적으로 많았던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 총수·후계·인척 등 다양한 이사 등재
점점 줄어드는 총수 일가 등기이사 등재…‘책임 경영’ 후퇴?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현황은 크게 3가지 기준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우선 총수가 이사로 등재한 계열사 수다. 이 기준으로 보면 1위는 SM그룹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65개 계열사 중 남선알미늄·티케이케미칼·한진해운 등 3개 상장사를 포함해 36개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1년에 한 차례씩 이들 계열사 이사회에 참석해도 1년 중 10분의 1은 이사회 참석 시간을 빼 놓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현재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판 중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4개 그룹 계열사 중 17개 업체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부영그룹은 모든 계열사가 비상장 기업이어서 상근·비상근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뒤를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7개 계열사 중 9개 회사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어 3번째로 이사 직함을 많이 가지고 있는 총수가 됐다. 4위는 공동으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각각 7개 회사에서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 뒤를 이었다.

이러한 총수 개인의 집권형 이사 등재를 두고 사회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부정적인 측면은 등기이사로 재직 중인 기업에서 경영 활동에 매진하지 않고 이름만 올린 채 급여만 받아 챙긴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일부 총수들은 이러한 논란으로 매년 구설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그룹 총수가 많은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둘째 기준은 2·3세가 이사로 등재한 계열사 수다. 2·3세가 가장 활발하게 등기이사로 활동하는 기업집단은 중흥건설이다.

61개 계열사 중 27개 계열사에서 창업자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장남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과 차남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이 나눠 계열사의 등기 이사로 이름을 올려 관리하고 있다. 총수인 정 회장은 계열사 중 4개 회사에 이사로 등재해 있다.

다음은 효성이다. 효성은 2017년부터 3세 경영 시대를 시작했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3남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는 등 경영 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조 총괄사장은 형 조현준 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을 돕고 있다. 이들이 이름을 올린 계열사는 총 52개 중 10개 기업이다.

3위는 총수의 지배력이 높은 SM이다. 우오현 회장의 장녀 우연아 씨는 2013년부터 대한해운 부사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현재 8개의 계열사 이사로 등재돼 있다.

4위는 한진이 차지했다. 땅콩 회항 사건 등 수많은 논란으로 변수가 많은 집단이지만 6개의 계열사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진에어 전 부사장이 이사로 재직 중이다.

5위는 부영으로 5개 계열사에 이중근 회장의 아들인 3형제가 이사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 회장이 그룹 자체를 절대적으로 움켜쥐고 있어 정확한 후계 구도나 발언권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셋째 기준은 총수와 2·3세를 제외한 특수관계인들이 이사로 등재한 계열사 수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곳은 단연 GS다. 총 70개 계열사 가운데 허창수 GS 회장이 3개 계열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는 반면 가족 경영 기업답게 총수 일가가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곳이 무려 27개 기업에 이른다.

다음으로는 호반건설이다. 호반건설은 총 40개 개열사 중 김상열 회장이 2개, 자녀 3남매가 각각 1개씩 3개에 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부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일가 관계인 등이 18개 계열사에 등재돼 있다.

이 밖에 LS 계열사 48개중 13개, KCC 계열사 17개 중 13개, OCI 계열사 21개 중 11개가 일가 특수관계인 등이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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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6호(2019.01.07 ~ 2019.01.1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