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한국중부발전 코미티아…사다리 추락사고 막는 미끄럼 방지 장치 특허출원
‘벤처계 금수저’라고요?…편견 깨려고 외부에서 먼저 인증 받아
[한경비즈니스=보령(충남)ㅣ안옥희 기자] “코미티아는 발전 공기업 최초로 2018년 500만원의 매출과 일자리 창출을 달성했습니다. 출범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야말로 고속 성장한 셈인데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다.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각오로 금수저를 내려놓고 무작정 뛰었습니다.”
한국중부발전 사회가치혁신실 소속 사내 벤처 ‘코미티아’를 이끄는 장원선 대표의 말이다. 공기업 사내 벤처는 흔히 절실하지 않다는 오해를 받는다.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고 굳이 벤처에 도전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중부발전의 1호 사내 벤처인 코미티아 역시 출범과 동시에 ‘공기업 벤처라서 절실하지 않다’는 견고한 편견의 벽부터 마주해야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코미티아는 시장에서 발전 가능성과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충남 보령 중부발전 본사에서 3월 8일 코미티아를 이끄는 장원선 대표(직책 차장대리)와 김영신 차장을 만나 고속 성장의 비결과 포부를 들어봤다.
◆ 혁신 아이디어로 안전사고 예방 첨병
코미티아의 사업 모델인 사다리 미끄럼 방지 안전장치 아이디어는 현장 경험에서 착안했다. 장 대표가 사내에서 발전기계직군 업무를 담당하며 현장 감독을 나갔을 때 현장에서 안전성이 취약한 사다리 작업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장 대표는 “예전에 친한 선배가 사다리 낙상 사고로 추락사하면서 사다리 안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사다리는 현장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설비로, 안전장치들이 장착돼 있어도 오히려 그 안전장치에 걸려 넘어지거나 추락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벤처계 금수저’라고요?…편견 깨려고 외부에서 먼저 인증 받아
실제 사다리는 작업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만 지게차와 함께 사망사고 기인물(起因物) 1위라는 악명을 떨치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사다리로 인한 재해자는 3만8859명이다. 이 가운데 71%인 2만7739명이 중상해를 입었고 317명은 사망했다. 사다리 사망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고용노둥부는 올해 1월부터 사다리 위 작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정부가 안전성이 확보된 대체품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어서 코미티아의 안전장치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발전소 기기 접근용 사다리는 도보 접근이 안 되는 계단을 설치할 수 없는 곳에 설치된다. 산업 설비 특성상 현장 바닥에 윤활유·액체류가 흩어져 있는 곳이 많아 이를 밟고 사다리에 오른다면 낙상 사고 위험이 커진다. 기존 설비 접근용 사다리는 둥근 막대 형태인 환봉형으로 만들어져 손으로 움켜잡기는 편하지만 발을 디딜 때 미끄러질 수 있다는 구조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코미티아는 사다리 봉에 부분적으로 사각형의 미끄럼 방지 장치를 설치해 기존 환봉형 사다리 단점을 보완해 안전사고 예방 효과를 높였다.
본사 내 코미티아 사무실 앞에는 실제보다 축소된 상태로 제작된 노란색 사다리가 있다. 장 대표는 특별 제작된 사다리를 통해 실제 현장에서 안전장치가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코미티아가 개발한 안전장치는 사다리를 이용할 때 손으로 움켜쥐게 되는 파지 부분과 발로 딛게 되는 착지 부분을 구분해 안정적인 3점 지지 자세를 만들어 준다. 기존 사다리 안전장치가 후방 전도 사고 예방이었다면 코미티아 제품은 착지 부분 미끄러짐에 의한 하강 추락 사고를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작은 장치를 사다리에 부착하는 간단한 장치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장 대표는 “기존 사다리를 변형하지 않고 바로 설치할 수 있고 장치에 안전 문구를 부착할 수 있어 시각적으로 안전사고 예방과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어 현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며 지속적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전소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 시설, 생활 시설, 항만, 교통, 건설 현장 크레인의 수직 고정형 사다리가 설치된 모든 곳에 적용할 수 있어 수요층도 넓다.
‘벤처계 금수저’라고요?…편견 깨려고 외부에서 먼저 인증 받아
코미티아는 향후 추가적인 제품·기술 개발을 통한 스케일업(scale-up) 기업을 목표하고 있다. 스케일업 기업은 창업 후 3년간 평균 매출이나 고용 성장률이 20% 이상 되는 것을 의미한다. 스케일업 전략의 일환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발전설비의 안전사고 대응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특허 출원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장치에 센서를 달아 사고를 분석해 안전 모니터링을 하는 기술로, 단순한 수익 창출 전략이 아니라 실제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높이고 사고율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김용균 씨 사고 이후 안전 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금 사다리 미끄럼 방지 제품을 구입하면 안전 교육을 무료로 해주는데 특히 사업주에게 반드시 교육을 들으라고 권하고 있다. 결국 사업주 인식이 바뀌어야 노동자의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사회적가치·수익창출 두 마리 토끼 목표
“벤처는 스스로 가능성과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엄마 품’과 다름없는 모기업에 안주하기보다 벤처 정신으로 외부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구매자가 또 공기업이 되면 사내 사업밖에 안 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인정받는 게 중요합니다.”(장원선 대표)
코미티아는 지난해 예비 벤처 인증을 받으며 외부에서 먼저 인정받은 곳이다. 모기업에 의존하기보다 예비 벤처 인증을 통해 자체적인 사업 자금 확보 기반을 마련했고 법인 설립도 외부 도움 없이 등기소와 세무서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스스로 해결했다. 코미티아는 비즈니스 모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창업 초기 서울대와 기술보증기금 등 외부 교육기관에서 각종 교육을 받았고 실제 벤처를 운영하는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장 대표는 “밖에 나가 다른 벤처들과 비교해 보니 자금 지원과 각종 지원 혜택을 안정적으로 받는 공기업 사내 벤처는 이른바 ‘금수저’와 다름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금수저를 내려놓고 머리를 숙이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워 나가며 외부에서 인정받기 위해 중부발전 소속이 아닌 코미티아 대표로 부딪쳤다”고 말했다.
‘벤처계 금수저’라고요?…편견 깨려고 외부에서 먼저 인증 받아
중부발전은 실패에 대비해 각종 완충장치를 마련해 놓은 상태다. 김영신 차장은 “2년 정도 사내벤처 육성 기간을 거치되 본인이 포기하거나 실패하면 원래 부서로 복귀할 수 있는 복귀 제도가 사규에 있다. 실제 이 제도를 통해 원래 부서로 복귀한 사례도 있다”며 “다른 공기업과 달리 2억원을 무상 지원하면서도 실패에 대해서도 문책하지 않는다. 창업한 직원들이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있을 수 있지만 제도적으로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공기업 사내벤처라고 해서 모든 게 일사천리는 아니다. 공기업에 요구되는 책임과 의무를 충족하면서도 수익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김 차장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받는 각종 규제와 제약이 있다. 공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외부 중소기업과 협업해 만든 사다리 미끄럼 방지 안전장치가 바로 상생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제2 벤처 붐 확산 전략으로 창업을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벤처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 차장은 “정책적으로 마침 사내 벤처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어 그동안 각종 규제나 인허가 문제로 난관에 부닥쳤던 부분들이 정책 붐을 통해 해소되고 있다. 중부발전은 내부적으로 나왔던 특허를 활용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미티아는 해외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올해 1월 인도네시아 발전소에서 제품 설명회를 열었고 3월 중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코미티아는 발전설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사회적 가치 창출과 안전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이 수익성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최초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최대 목표다.
장 대표는 “사내 벤처로 선정됐을 때 박형구 중부발전 사장이 ‘한 달을 기준으로 나보다 주행 km 수가 적게 나오면 혼내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열심히 뛰라는 의미다. 최근 탈석탄 정책과 각종 안전사고 등으로 발전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코미티아가 공기업의 신사업 개척의 새로운 성공 로드맵의 첫째 사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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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6호(2019.03.18 ~ 2019.03.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