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41호 (2019년 09월 11일)

“나로호 발사 보고 자란 세대…NASA 화성 로보 프로젝트에 참여했죠”

[커버스토리='달 착륙 50년'…우주전쟁 2라운드 뉴 스페이스 시대의 주역은]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최근 우주개발은 경쟁보다 국제협력이 대세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1936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학생들이 만든 작은 로켓 동아리가 발사 실험을 진행했다. 몇 번의 실험동안 큰 폭발과 실패가 이어졌지만 실험의 중요성을 파악한 지도교수가 동아리를 학교 연구소로 편입시키며 지원했다.

실패를 거듭하던 작은 로켓동아리는 20년 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핵심 산하기관이자 우주탐사 연구의 심장부가 된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탄생 배경이다. JPL은 주로 우주 탐사선과 위성, 로버(행성 탐사용 차량)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NASA가 쏘아올린 무언가는 대부분 JPL에서 만든다고 보면 된다.

누군가는 터무니없다며 비웃었고 누군가는 변변찮다고 생각한 학생들의 열정이 곧 우주탐사 연구의 씨앗이 된 셈이다. 


◆NASA 화성 탐사 실험용 드론 개발 

한국의 우주 스타트업은 대부분 걸음마 단계다. 큰 성과나 엄청난 매출도 아직 없다. 하지만 이들이 없다면 국내 민간 분야 우주개발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우주 스타트업들은 국내에서는 아직 척박한 땅인 우주산업에 꽃을 피우기 위해 등장한 반가운 인재들이다.

조남석(24) 무인탐사연구소 대표 역시 그중 한 명이다. 무인탐사연구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달을 탐사할 수 있는 로버와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NASA 프로젝트에 두 번이나 참여한 그는 무인탐사연구소가 한국의 JPL이 되길 꿈꾼다.

“아직까지 한국의 우주개발은 국가 주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나로호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의 인식이 다른 것 같아요. 나로호 발사 이전에는 우주개발이 똑똑한 사람 몇 명이 하는 얘기였다면 나로호 발사를 보고 자란 세대는 우주가 불확실한 미래가 아닌 뛰어들 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하죠.”

조 대표는 스타트업을 차리기 전부터 ‘우주덕후’로 유명했다.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었고 특히 드론 개발에 집중했다. 대학 1학년 때 이미 해커톤이나 드론 경진 대회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여할 정도였다.

그가 우주산업 분야 중에서도 탐사에 집중한 이유는 탐사가 곧 미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는 탐험과 탐사를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대항해 시대를 통해 신대륙을 발견한 국가가 주도권을 잡았듯이 이제는 우주의 주도권을 잡는 국가나 기업이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그는 우주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를 차린 이후 우주 탐사용 드론과 로버 개발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로버는 달이나 화성에서 사람 대신 탐사하고 샘플을 채취하는 역할을 한다. 로버를 통한 탐사로 유기물을 분석하고 달과 화성의 환경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로버 역시 지구와 다른 극한 환경을 버텨야 한다. 달은 낮기온이 섭씨 영상 150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섭씨 영하 19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기온차가 크다. 또 대기가 없는 진공 상태이기 때문에 망가지기 쉽고 정전기를 머금은 흙과 먼지에 오염될 가능성도 높다.

무인탐사연구소의 로버는 태양광 전지를 이용한다. 아직 기술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방영된 화성 이주 체험 TV 프로그램 ‘갈릴레오’에 등장했던 탐사 로버도 무인탐사연구소의 작품이다.



조 대표는 이 로버를 국내 최초로 미국 유타 주 화성탐사연구기지(MDRS)에서 테스트했다. 무인탐사연구소의 로버는 성공적으로 동작하며 호평을 받았다.

“기술적으로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주목받았던 것 같아요. 한국에선 지금까지 로버 개발이 진행되지 않았어요. 아직 달에도 가지 못했으니 로버 개발은 너무 먼 일이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미국에서는 당장 10년 후 사람이 화성에 갈 수 있다는 전제하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특히 우주개발이 국제 협력으로 이뤄지는 추세여서 국가의 우주산업 경쟁력과 별개로 민간 기업의 기술 개발이 필요해졌죠.”

조 대표는 2020년 NASA가 화성에 보낼 로버 프로젝트 시뮬레이션에 참여하기도 했다. NASA는 2020년 로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버와 함께 소형 드론을 보낼 계획이다.

조 대표는 화성에 드론을 보내기 전 지구에서 화성과 같은 지표면을 찾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실험용 드론을 개발했다. 실험용 드론을 통해 호주에서 2주간 임무를 구체화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화성은 대기가 희박해 드론을 띄우기가 어렵습니다.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멀티콥터 방식의 드론이 아니라 동축반전 헬리콥터 형식의 드론을 개발했습니다. 실험 중 드론은 추락했지만 추락 원인을 알아내고 대비하는 게 목적이었죠.”

조 대표는 NASA와 부산대가 함께한 한국 대기 관측 프로젝트에 참가해 해상 관측 장비를 개발하기도 했다. 대기오염으로 생길 수 있는 오차 데이터를 줄이고 500m 상공에서 바다를 관측할 수 있는 드론이었다.  

그의 목표는 드론과 로버를 달에 보내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달 탐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NASA는 2022년 달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2010년 완공된 우주정거장에 이어 둘째 우주정거장이 생기는 셈이다. 달에 생기는 우주정거장은 화성 등 다른 행성 탐사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버와 드론 달에 보낼 것

“냉전 시절 우주개발이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대결 구도였다면 지금은 국제 협력의 시대입니다. 많은 국가와 기업이 컨소시엄을 통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우주 스타트업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할 기회도 넓어지고 있죠. 현재 기술 검증 단계지만 한국이 달 탐사에 참여할 때 로버와 드론을 통해 큰 임무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조 대표는 우주 관련 프로젝트와 별개로 태양광발전을 이용한 산업용 드론 역시 만들고 있다. 우주 프로젝트는 당장 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기존 드론들은 대부분 배터리의 한계 때문에 장기간 체공이 힘들어 활동하는데 제약이 많았다”며  “이 문제점을 해결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고정익 형태의 드론에 태양광전지를 장착해 장기간 체공하는 드론을 개발하고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국제사회와 한국 사회에서 우주산업에 대한 인식 차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재작년 항우연을 통해 미국에 연수를 갈 기회가 있었어요. 미국은 로봇 팔만 15년 동안 만들어 온 업체, 화성 기지를 디자인하는 업체 등 다양한 분야가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죠. 아마 한국이었으면 미쳤다고 할 거예요. 아직 화성에 인류가 가지도 못했는데 화성 기지를 디자인하고 있으니까요.” 

우주산업 분야의 젊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NASA가 인재를 끌어들이는 방식도 배울 만하다고 조언했다.

“NASA는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연봉이 훨씬 적어요. 하지만 고급 인력을 유치하고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인턴을 굉장히 많이 뽑아요. 인턴 전담 조직도 따로 있죠. 이 조직에서는 어떤 일을 시킬지 고민하지만 어떻게 꿈을 심어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요. 젊은 세대가 NASA를 직접 경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주산업에 뛰어드는 젊은 인재가 늘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조 대표는 한국의 JPL을 꿈꾼다. 대학생 몇 명이 모여 시작한 연구였지만 NASA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자신감도 얻었다.

“한국의 우주 스타트업은 아직 기술 검증 단계가 많아요.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마저 없다면 한국의 민간 우주개발은 아예 없을 거예요. 지금 우주 스타트업들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우리가 있어야 또 다음 세대가 있겠죠.”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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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1호(2019.09.09 ~ 2019.09.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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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09-0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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